[한국농어민신문] 

필자가 법과 하위 규정을 읽어봤을 때, 이번 시장격리 방식은 양곡관리법과 하위규정을 위반한 위법한 조치로 판단된다. 이는 행정이 국회입법을 뒤집은 것으로 법치주의의 근본을 흔들 수 있는 것이다.

ㅣ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정부가 쌀 시장격리를 하면서, 역공매 최저가 입찰 방식을 사용한 것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시장격리라는 말도 어려운데, ‘역공매 최저가 입찰’이라는 방식까지 등장하자, 일반 국민들이나 농민들이 이해하기조차 어려웠다.

그런데 필자가 법과 하위 규정을 읽어봤을 때, 이번 시장격리 방식은 양곡관리법과 하위규정을 위반한 위법한 조치로 판단된다. 이는 행정이 국회입법을 뒤집은 것으로 법치주의의 근본을 흔들 수 있는 것이다. 아래에서는 필자가 왜 그렇게 판단하는지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우선 ‘시장격리’는 생산량이 수요량을 초과했을 때, 초과생산량을 정부가 매입해서 가격하락을 막는다는 개념이다. 시장격리라는 정책이 법제화된 것은 2020년 7월 30일부터이다. 그 전에도 시장격리를 한 적이 있지만, 직접적인 법적 근거는 없었다. 그리고 시장격리의 실시여부나 실시시기가 불확실해서 정책적인 효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래서 「양곡관리법」 개정을 통해 시장격리가 법제화된 것이다.

법제화된 내용을 보면, 쌀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매년 10월 15일까지 수급안정대책을 수립ㆍ공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번 시장격리 세부계획을 올해 1월이 되어서야 발표했다. 수급안정대책의 발표 자체도 너무 늦은 것이었다.

게다가 정부는 뒤늦게 20만톤을 매입해서 시장격리를 시키겠다고 발표하면서, ‘역공매 최저가 입찰’ 방식을 사용했다. 그러나 이것은 양곡관리법과 그 위임에 의해 제정된 「양곡 수급안정대책 수립ㆍ시행에 관한 규정(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고시)」를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역공매 최저가 입찰 방식’이란 정부가 입찰예정가격을 정해 놓고, 그보다 낮은 가격을 적어낸 순서대로 낙찰을 받는 방식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정부가 정해 놓은 가격 이하로 써내야만 매입해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양곡 수급안정대책 수립ㆍ시행에 관한 규정」에서는 시장격리를 위한 쌀 매입절차는 공공비축미 매입절차를 준용하도록 하고 있고, 매입시기도 공공비축미 매입시기에 함께 매입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하고 있다. 그리고 「양곡관리법」 제10조 제3항에서는 공공비축미 매입가격은 시장가격으로 하도록 하고 있다. 그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는 2021년 12월 28일 2021년산 쌀에 대한 공공비축미 매입가격을 벼 1등급 기준 40kg 포대당 74,300원으로 확정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 가격은 수확기(2021년 10-12월) 산지 쌀값을 통계청이 조사한 가격이다.

그렇다면, 시장격리를 위한 쌀 매입가격도 공공비축미 매입가격과 동일한 가격으로 하는 것이 맞다. 본래는 매입시기도 공공비축미 매입시기와 맞췄어야 하는데, 농림축산식품부가 시장격리 시기를 늦추는 바람에 매입시기가 달라진 것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매입가격, 매입절차는 공공비축미와 동일하게 했어야 한다. 그런데 농림부는 법과 규정을 위반하고 자의적으로 ‘역공매 최저가 입찰’이라는 방식을 들고 나온 것이다.

그 결과 정부가 당초에 시장격리로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던 물량인 20만톤도 채우지 못한 14만 5천톤만 낙찰됐다. 평균 낙찰가격은 40kg 포대당 63,763원에 불과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책정해놓은 입찰예정가격도 비공개했는데, 입찰예정가격이 너무 낮아서 그 이하로 써낸 물량이 모자랐기 때문에 낙찰 물량이 적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시장격리가 당초의 목표인 쌀값 가격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법을 어기는 바람에 정책효과가 반감되었다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양곡관리법」 시행령 제13조의2에서 통계청 조사가격만이 아니라 ‘공개입찰을 통하여 결정된 가격’도 시장가격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있다는 주장을 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이 시행령 조항은 위헌 소지가 높다. 상위법인 양곡관리법 제10조 제3항에서는 ‘시장가격’이라고 못 박고 있기 때문에, 시장가격을 반영하지 못하는 입찰가격은 시장가격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시행령 조항에서 ‘공개입찰로 결정된 가격’ 부분은 상위법(양곡관리법)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위헌적인 규정으로 볼 소지가 많다. 설사 시행령 조항 자체가 위헌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최소한 이번에 한 ‘역공매 최저가 입찰’ 방식으로 정해진 가격까지 시장가격으로 보는 것은 위헌이다.

따라서 이번에 실시된 ‘역공매 최저가 입찰’ 방식의 위법성에 대해서는 진지한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다. 누가 주최하든 간에 공개적인 토론회도 열릴 필요가 있다. 정부가 위법한 방식으로 진행한 것으로 인정된다면, 관련자들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하고, 그로 인해 발생한 피해도 회복되어야 한다. 또한 법에 따라 추가적인 시장격리도 이뤄져야 한다. 법률가의 한사람으로서, 이번 과정을 보면서 너무 참담한 마음이 들어서 하는 얘기이다. 관료들이 국회가 만든 법률도 무시하고, 헌법도 무시하는 나라는 민주공화국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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