⑥ 당뇨ㅣ인천자생한방병원 박지용 원장

[한국농어민신문]

성인병, 부자병이라는 당뇨병. 예전 먹고 살기 힘든 시절에는 당뇨병은 부자들이나 앓는 질환이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끼니를 때우기 힘든 시절에는 쌀밥은 커녕 고구마, 감자조차 먹기 힘들었다. 그런 상황에서는 혈당이 지나치게 높아서 생기는 당뇨병이 생길수가 없다. 하지만 요즘에는 빵이나 과자, 초콜렛, 사탕 등 칼로리가 높은 음식들을 싸고 손쉽게 구할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그래서 혈당이 높아지는 상태가 되기 쉽다. 

우리몸에서는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해 혈중에 높아진 포도당을 글리코겐으로 변화시켜 저장한다. 그리고 필요할때에 글리코겐을 조금씩 포도당으로 분해해 활용하게 된다. 하지만 외부에서 포도당이 손쉽게 공급되는 환경이 만성화되면 우리 몸에서는 포도당을 글리코겐으로 바꾸는 기능이 약해진다. 그러면 포도당이 만성적으로 높은 상태가 유지되는 당뇨병 상태가 되는 것이다. 

또, 스트레스 또한 혈중 포도당 농도를 높이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율신경 중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는데 교감신경이 항진되면 포도당을 산소 없이 빠르게 분해하여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체계가 자꾸 활성화되면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게 되면서 당뇨병으로 갈수 있는 상황을 만든다. 그래서 육체노동보다 정신노동을 많이 할수록 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당뇨병이 생길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현재의 당뇨병과 유사한 질환으로 소갈(消渴)이라는 질환이 있다. 소갈은 상소(上消), 중소(中消), 하소(下消)로 나뉘는데 상소, 중소, 하소는 질환의 특성도 다르지만 상소에서 중소, 하소로 갈수록 만성병이고 난치병으로 가게 된다. 기본적으로는 신허(腎虛)를 바탕으로 혈(血)이 부족하며 심화(心火)가 항성한 상태에서 잘 발병되는데 폐기(肺氣)가 약한 사람일수록 쉽게 생긴다고 보았다. 과거에는 혈액검사 등 진단기기가 발달하지 못하여 현재의 당뇨병과는 증상의 분류와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방식이 다르지만 당뇨병을 앓고 있는 분들은 관심이 있을수 있으니 동의보감에 나오는 상소, 중소, 하소의 증상을 조금 더 자세히 기술해본다. 

상소(上消)는 격소(膈消)라고도 하는데 혀의  색이 붉고 혀 표면이 갈라져 있으며 갈증을 심하게 느껴 물을 많이 먹는다. 체격도 좋고 식욕이 좋고 음식을 잘 먹는 사람이 추위도 안타고 열도 많고 땀도 많으면 백호가인삼탕을 주로 쓴다. 식욕이 좋지 못하고 소화기가 약하고 기운도 없는 허한 사람이 쉽게 배가 고프고 혀에 태가 없으면서 색이 붉고 혀 표면이 갈라져있으면서 갈증을 느끼면 가미전씨백출산을 써야 한다. 

중소(中消)는 갈증을 잘 느끼며, 잘 먹지만 살이 말랐고 평소 피부에 땀이 촉촉이 나며 속에 열이 많아서 대변은 된 편이고 소변은 자주 보는 것이다. 환자의 다른 증상을 참고해 대변 증상이 심하면 조위승기탕, 삼초화가 성하면 가감삼황환을 주로 쓴다. 환자의 증상과 체질에 따라) 난향음자, 생진감로탕, 순기산, 인삼산, 황련저두환, 우즙고도 쓸 수 있다. 

하소(下消)란 번조(煩燥)가 있고 갈증이 있고 귓바퀴가 마르고 소변이 기름 같으며 다리와 무릎이 마르고 가늘어지는 것이다. 이것이 화기가 성하여 가슴이 답답하면 수기가 쉽게 마른다는 것이다. 허리와 무릎 등 하체가 약하고 소변을 자주 보는 사람이면 화기를 보충해주는 육미지황환을 주로 쓴다. 그 외에 환자의 증상과 체질에 따라 인삼복령산, 가감팔미원, 가감신기환, 보신지황원, 녹용환도 쓸 수 있다.  

현재의 국내 한의학은 동의보감을 쓴 허준의 실력을 충분히 복원했다고 할 만큼 한의학적으로도 발달하지 못했다. 또한, 양방의학처럼 현대의 혈액검사 및 진단검사기술을 활용해 객관적인 수치를 가지고 환자에게 신뢰를 주고 있지도 못하다. 하지만 전통 한의학이 인체의 불균형의 결과로 생긴 병을 치료할 때에 병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사람의 살아가는 상황과 체질에 따라 불균형 해소를 그 사람에 맞는 방식으로 접근한다는 것은 지금도 충분히 활용가능하다. 

우리가 2022년에 한식을 만들 때에 아궁이에 나무를 태워서 불을 때지 않는다고 한식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스테인리스 냄비와 가스레인지를 이용하여 요리를 하고 전자타이머로 시간을 재고 ml 단위로 물의 용량을 잰다고 해도 얼마든지 훌륭한 대령숙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쪼록 한의학이 과거에 머무르지 말고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지혜를 가지고 나날이 발전해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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