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고성진 기자] 

올해 설 대목장 채소류 수급 상황은 전반적으로 지난해 설보다는 양호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채소류 시세는 생산량, 소비 침체, 기상 변수 등의 영향에 따라 품목별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18일 저녁 서울 가락동 농산물도매시장에서 채소류 경매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올해 설 대목장 채소류 수급 상황은 전반적으로 지난해 설보다는 양호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채소류 시세는 생산량, 소비 침체, 기상 변수 등의 영향에 따라 품목별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18일 저녁 서울 가락동 농산물도매시장에서 채소류 경매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설 대목장에서 채소류는 과일류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급 변수가 크게 작용한다. 저장 물량 위주로 어느 정도 수급 예측이 가능한 과일과 달리 채소류는 수확 물량이 바로 출하되기 때문에 명절에 임박한 ‘단대목장’으로 갈수록 수급 상황이 시세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올해 설 대목장 채소류 시세는 품목별로 엇갈리는 모습이다. 무·대파·쪽파는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설 명절 이후까지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반면 지난해 파종기 고온피해를 입은 시금치와 한파 피해를 입은 애호박, 오이 등은 설 명절을 앞두고 가격이 강세를 띠고 있다. 또 올해 설(2월 1일)이 지난해(2월 12일)보다 열흘 정도 빨라져, 일부 품목의 경우 물량이 예년보다 줄어들 조짐도 감지된다. 

전반적으로는 코로나19 여파로 시세를 많이 끌어올리기엔 한계가 있다는 분위기다. 코로나 국면에서 외식업 경기 침체, 방역 지침 강화 등의 소비 여건도 크게 달라지지 않아 시세를 지지할 추가 수요는 크지 않을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2022년 설 대목장 점검 두 번 째. 주요 채소류 동향을 살핀다.

배추, 평년가격보다 높지만
예상 상승 폭엔 못 미쳐
무는 생산량·소비부진 겹쳐 
평년대비 낮은 시세 이어질 듯

▲배추·무=겨울배추와 겨울무 작황은 대체로 양호한 편이지만, 설 대목을 앞두고 시세는 다소 엇갈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일 기준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배추 평균가격(10kg그물망)은 7468원, 무 평균가격(20kg 상자)은 1만2485원을 기록했다. 평년가격으로 따지면 배추는 평년(6738원)보다 높고, 무는 평년(1만4036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배추는 평년 가격을 웃돌지만, 당초 예상보다는 가격이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일단 지난해 가을배추 생산량이 전년·평년 대비 각각 17.5%, 13.5% 감소하면서 저장 물량이 줄었는데 코로나19에 따른 소비부진 등이 겹치면서 당초 예상보다 가격 상승 폭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것. 1월 초만 해도 배추 가격이 8000원대를 기록했지만, 중·하순이 되면서 7000원대를 형성하고 있는 상태다. 

가락시장 대아청과 김명배 기획팀장은 “기후 상황이 좋지 않아 가을배추 생산량이 많이 줄었고, 그러다 보니 저장량이 별로 없었다”며 “월동 물량을 소화하려면 가을배추와 겨울배추가 같이 가야지 소비량을 맞추는데 가을배추 저장량이 적다보니 가격이 평년보다 높게 형성돼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지금 소비가 안 되고 있어 물량 부족 상황이 복구돼 가는 중으로, 이달 들어 저장 물량도 꽤 많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연출되다 보니 가격은 점차 평년 수준으로 가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겨울무는 생산량 증가와 소비부진 소비부진이 겹치며 평년보다 낮은 시세를 보이고 있다. 농업관측센터도 당초 2021년산 겨울무 생산량을 35만여톤으로 예상했으나, 이달 초 발표한 ‘엽근채소 수급 동향’에서 이보다 약 2만2000여톤 증가한 37만2000여톤으로 생산량을 늘려 잡았다. 

여기에 설 이후에는 가격 하락 폭이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9월 기후 영향으로 재파종 한 물량이 많은데, 이 물량이 2월부터 출하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설 명절 이후에는 당분간 소비가 활발하지 않기 때문에 가격 하락을 더 부추길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 한봉희 전문연구원은 “12월 들어 한파가 지속된 것도 없고 날씨가 상대적으로 좋아 겨울무 생산단수를 5% 정도 늘려 예상 생산량이 당초보다 늘어났다”며 “그나마 지금은 설 명절 전이라 가격이 1만2000원대를 유지하고 있는데 지난해 제주에서 재파종한 물량이 2월에 출하되면 명절 이후 수요가 빠지는 시점이라 가격이 더 약세를 띨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파·쪽파 가격 하락세 뚜렷
시금치 ‘가을 고온’ 피해 여파 
애호박·오이 한파로 물량 줄어

▲설 대목 주요 품목=전반적인 수급 상황은 지난해보다는 양호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시세도 약세를 띨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최근 한파 등의 변수에 따라 품목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가격 급등으로 ‘파테크’(파+재태크)라는 냉소적인 신조어까지 생겨나며 주목을 받았던 대파는 산지 상황이 호전되면서 지난해와는 180도 바뀐 양상이다. 재배면적이 늘고 작황도 좋아 물량 공급이 원활해졌기 때문이다. 14~20일 일주일간 가락동 농산물도매시장 가격은 1㎏ 상품 기준 1200~130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000원대보다 크게 하락한 상황으로, 설 대목장 이후에도 바닥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쪽파도 지난해 대비 40~50% 가격 하락이 뚜렷하다. 한파 등 기후 영향에 따라 생육 부진으로 도매시장 반입량이 예년 대비 많지 않은 편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출하 작업이 활발해지면서 공급량이 늘어날 전망이다. 14~20일 가락동 농산물도매시장 시세는 10㎏상자 상품 기준 5만원대 후반~6만원대 초반에서 형성되고 있다.  

주요 나물류인 시금치는 지난해 가을 고온 피해로 작황 피해를 입어 재파종한 물량이 많아 이 여파가 미치고 있다. 1월 들어 가락시장 평균가격(4kg·상품)이 8000~1만원대를 형성하던 시금치는 지난 20일 평균가격이 1만1428원까지 오른 상태다. 지난해보다는 가격이 낮지만 예년 가격을 웃도는 수준. 또 전남 신안에서 재배되는 섬초 등 일부 산지의 물량 감소 조짐이 있고, 올해 날씨가 춥고 비가 내리지 않아 가문 영향도 있어 품위 차이도 클 것이란 예상이다. 

가락시장 동화청과 이강범 경매사는 “시금치 초반 반입 물량은 예년에 비해 20~30% 적은 것 같다. 지난해 10월 고온으로 강원·전남 섬 지역의 파종 물량이 피해를 입어 재파종을 많이 하다보니 초반 물량이 적고, 가격도 괜찮은 편이다. 1월 24일 주간부터는 물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본다”라며 “섬초의 경우 10㎏ 상자 상품 4만원대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데, 명절에 임박해서는 중품은 5만원대, 상품은 7만~8만원대까지 갈 것으로 본다. 등급별 품위 차이가 커서 가격대 차이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전에 주로 쓰이는 애호박도 최근 한파 영향으로 출하 물량이 크게 줄어든 양상이다. 겨울철 주산지인 경남 진주 등지의 물량 출하가 본격화되면 수급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오이는 산지 여건이 좋지 않아 지난해 가을부터 물량 부족 현상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데, 대목장 이후 2~3월 돼서야 상황이 호전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윤섭 동화청과 경매사는 “애호박과 오이는 한파 영향 등으로 물량이 많이 줄어든 상황이다. 명절에 맞춰 산지에서 출하 일정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출하 물량은 늘어날 것”이라며 “애호박은 8㎏박스 인큐 기준 4만원 중반대까지 오를 것으로 보이며, 오이는 지난해 가을부터 물량 부족이 지속되고 있어 대목장 이후 천안 지역 출하가 본격화돼야 수급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끝>

김관태·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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