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청사 앞 기자회견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농축산업계 전체 반발 확산
농가 협의없이 일방 추진 불구
국회·규제개혁위 거짓보고 논란
입법예고 기간도 20일 불과

계속돼 온 ‘반축산 정책’에
축산단체 쌓인 분노 터져


“축산 농가에만 모든 걸 전가하는 가전법 개정안 전면 철회하고, 거꾸로 가는 축산 정책 바로 잡아야 합니다.”

시설 규제와 사육 제한을 동시에 가하는 농림축산식품부의 가축전염병예방법(가전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 입법예고<▶본보 1월 18일자 1,8면 참조>에 대해 농가 반발이 한층 거세지고 있다. 양돈업계에서 시작된 비판의 목소리는 농축산업계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19일 세종특별자치시 어진동에 위치한 농림축산식품부 청사 앞에선 축산관련단체협의회(회장 이승호) 주최로 ‘가전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 전면 반대’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축산단체들은 농가와 소통 없이 방역 책임을 오로지 농가에만 전가하는 사육제한·폐쇄 조치, 양돈장 8대 방역시설 의무 설치에 대한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했다.

전국의 축산 농가들을 대신해 이 자리에 참석한 축산단체 주요 인사들은 ‘극심한 충격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는 표현을 쓰며 악화하고 있는 현장 민심을 여과 없이 전했다. 축산단체에선 무엇보다 농식품부가 농가와 소통 없이 뒤통수를 쳤다고 주장한다. 또 정부가 정상적인 입법 예고기간인 40~60일도 지키지 않고 20일 만에 졸속적으로 입법예고 기간을 둔 것에 대한 문제도 제기한다. 특히 농식품부가 축산단체와 사전협의를 했다고 했으나, 축산단체는 가전법 개정안에 일체 합의를 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알리며, 농식품부가 국회와 규제개혁위에 거짓 보고했다고 지적한다.

축산단체들은 이번 가전법 개정 추진 이전부터 농식품부가 축산업계에 행했던 반 축산 정책에 대한 비판까지 꺼내 들고 있다. △과도한 살처분으로 계란 물가 오르자 계란을 수입했다는 점 △군 급식에 수입 축산물이 공급돼도 방관했다는 점 △야생멧돼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퍼져 나감에도 멧돼지는 잡지 않고 한돈 농가만 잡고 있다는 점 △원유가격에 정부가 관여해 낙농가를 사지로 내몰고 있다는 점 등등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 취임 이후 현장과 거꾸로 가는 축산 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다 따져 묻겠다는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장에선 축종을 가리지 않고 농식품부의 일방적인 축산 정책에 대한 성토의 장이었다.

이승호 축단협 회장(한국낙농육우협회장)은 “그동안 축산 농가는 스스로 방역의식을 갖고 가축 전염병을 막아왔다”며 “이번 농식품부가 졸속으로 처리하려는 가전법 개정안을 전면 철회하고 새로운 정책 마련 시 축산단체와 협의하라”고 촉구했다.

이홍재 대한양계협회장은 “농가들에 수시로 과태료 1000만원, 2000만원, 3000만원 매기는 데 이 정도 과태료면 농식품부가 축산 농가를 굉장한 흉악범으로 보고 있는 것”이라며 “국민에 양질의 먹거리를 공급하는 우리 축산 농가가 무슨 그리 큰 죄를 지었나. 이번 가전법 개정은 축산업의 미래를 짓밟는 농식품부의 폭거로, 가전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완전히 철회될 때까지 투쟁해나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상근 한국육계협회장도 “농식품부가 누구를 위해서 있나. 농가, 생산자를 위해서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한 뒤, “그런데 농식품부는 입만 열면 오직 규제만 외치고 있다. 규제만 강화해 축산 농가 다 죽일 거면 아예 축산 자체를 없애 버리라”고 울분을 토했다.

8대 방역시설 전국 의무화와 사육 제한이 동시에 담겨 이번 가전법 개정의 최대 피해 대상이 될 한돈업계에선 이번 기자회견장에 지역 단체장들이 대거 참석,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들을 대변해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손세희 대한한돈협회장은 “농식품부는 탁상머리에 앉아 현실에 맞지 않는 정책을 만들지 말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축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지원 대책을 마련하라”며 “오늘 기자회견은 축산업 발전을 위한 충정이자 전국 축산 농가들의 생존권 투쟁이다. 졸속, 강압적으로 추진하는 ‘악법 중의 악법’인 가전법 개정안을 전면 철회하지 않을 시 전국 축산 농가들은 집회 등 모든 수단을 불사하는 등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은만 한국농축산연합회장도 연대 발언을 통해 “가전법 개정은 축산 농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농축산업의 미래에 대해선 아예 귀를 닫고 있는 것 같다”며 “가전법 개정안이 철회될 때까지 축산 농가와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축산 농가에 힘을 실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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