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 ‘농식품 탄소중립 추진전략 향후과제' 보고서

[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2030 감축목표 대폭 올려놓고
제시한 이행계획 구체성 떨어져
성과 저조한 기존 사업 포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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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할 농식품 분야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매우 ‘의욕적’으로 높였지만, 현재의 구체성 없는 이행전략으로는 가시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미 시행되었거나 시행 중임에도 성과가 저조한 정책(사업)을 ‘농식품 탄소중립 전략’에 포함시켜 놓고 목표치만 더 늘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행과정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서는 과거 정책 추진 경험과 농업구조 전환 속도 등을 감안하면서 구체적인 사업내용과 조직, 예산 등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국회입법조사처(김규호·장영주·유제범)는 17일 ‘2050 농식품 탄소중립 추진전략 이행을 위한 향후 과제’를 다룬 <이슈와 논점> 보고서에서 이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2030년까지 2050 목표치 70% 이상 감축 계획

농림축산식품부는 정부의 ‘2050 탄소중립’ 행보에 발맞춰 지난 12월 27일 ‘2050 농식품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했다.<관련기사 1월 4일자 11면> 기존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높여 2050년까지 2018년 대비 824만3000톤(감축률 37.2%)을 감축하겠다는 로드맵이다.

여기서 주목할 사실은 2050년 감축 목표의 71.1%에 달하는 585만8000톤은 2030년까지 조기 감축할 계획이라는 점이다. 부문별로 보면 벼 재배방식(간단관개, 논물얕게대기 등)의 변화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량은 2050년 목표치(54만톤)를 2030년에 100% 조기 달성한다고 밝혔다. 농경지에 퇴·액비로 투입되는 가축분뇨량 저감과 가축분뇨 비농업계로의 이동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량은 각각 2030년까지 87%, 87.4%를 달성하겠다고 되어 있다.

문제는 정부가 이렇게 매우 적극적인 목표치만 내놓고, 구체적 이행계획은 밝히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친환경농업과 가축분뇨에너지사업을 예로 들었다. 친환경농업의 경우 2016년 발표된 제4차 친환경농업육성계획에서 정부는 당시 4.5%였던 친환경농업 실천 면적을 2020년까지 8%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2020년 실제 비중은 5.2%로 5년간 고작 0.7% 늘어나는데 그쳤다. 그런데 이번에 이를 다시 12%(2030년 기준)로 늘리는 목표가 제시됐다.

가축분뇨에너지화사업도 2009년 처음 실행계획 발표시 2020년까지 100개소의 에너지화시설을 설치해 연간 365만톤의 가축분뇨를 바이오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었다. 그러나 실제 2020년 설치를 완료하고 가동 중인 에너지화 시설은 6개소에 불과하며, 연간 분뇨 처리실적은 45만톤에 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축분뇨 문제는 이번 전략의 핵심사업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보고서는 “농식품 탄소중립 추진전략의 이행이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고 환경친화적 농업으로 발전하는 실질적인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하려면, 과거 정책적 경험의 교훈과 농업구조 전환 속도 등이 향후 필수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주문하고, 덧붙여 “온실가스 감축 활동 과정에서 농업경영비 증가나 생산량 감소 등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책 역시 함께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업내용·목표에 맞는 조직·예산 등 분명히 해야 

이어 보고서는 “각 부문별 온실가스 감축량 및 사업목표량 추진을 위한 조직·예산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매우 높게 설정된 목표량에 비해 각 부문별 기준년도 사업량이 시범사업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이에 향후 예산 확보 등 실효성 제고 방안을 모색하고, 사업목표량의 기대효과를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성과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별도의 개별법 제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현재 환경부 소관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이 있지만, 이 법은 국가 전 분야의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된 내용을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 각 분야별 구체적인 절차와 방법 등에 대한 명시적 규정은 없기 때문. 이에 별도의 개별법 제정을 통해 각 사업별·분야별로 산재돼 있는 농식품 분야 탄소중립 관련 정책을 종합적·체계적으로 규정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또 축산농가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으로, ‘축사시설현대화사업’ ‘축산분야 ICT 융복합 확산산업’ ‘가축분뇨처리지원사업’ 대상에 축사 온실가스 배출 저감시설 설치가 포함되도록 사업 범위를 확대하되 자부담 비율은 하향 조정하자고 제안했다. 현행 조사료생산기반 확충사업을 저메탄사료 개발·보급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확대·개편하고, 육류 대체식품의 육성과 관련해서는 축산업계와의 긴밀한 대화와 협의를 지속해가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보고서를 집필한 국회입법조사처 산업자원농수산팀의 김규호 입법조사관은 “온실가스 감축수단이나 토양의 탄소저장기능과 관련한 기초적인 연구와 검증이 아직 되어 있지 않은 상태인데 목표치를 높여놓고 무리하게 속도를 낼 경우 오히려 정책에 대한 불신만 커질 수 있다”면서 “농정당국은 적극적 목표 설정에 걸맞는 섬세한 후속계획을 수립하고 이해관계 조정 등을 위해 현장과 긴밀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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