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농민의 선택, 내가 원하는 대통령은ㅣ축산 농민 이만형 다한영농조합법인 조합장(길샘축산 대표)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양계산업의 새 지평을 열어나가고 있는 다한영농조합법인의 이만형 조합장은 20대 대통령 하 새 정부에선 축산업을 가공업이 아닌 ‘1차 산업으로 봐야 한다’고 바랐다. 
양계산업의 새 지평을 열어나가고 있는 다한영농조합법인의 이만형 조합장은 20대 대통령 하 새 정부에선 축산업을 가공업이 아닌 ‘1차 산업으로 봐야 한다’고 바랐다. 

산란일자 표기, 비축기능 마비
최악의 인력난에도 손 놓아

AI도 과도한 살처분만 취해
가격 오르면 수입으로 풀려해  

“축산 농가가 할 일이 있고,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정부는 왜 자신들의 일을 제대로 못 하면서 우리만 간섭해, 우리가 해야 할 일조차 제대로 못 하게 하는 겁니까.”

경기 광주시 곤지암읍에 위치한 다한영농조합법인은 ‘다 같이, 모두 다 함께 한다’는 명칭에 담긴 의미처럼 이 지역 인근 양계 2세들이 주축이 돼 ‘공유경제’의 원칙 아래 양계산업 경쟁력을 다지기 위해 결성됐다. 1999년 설립 직후 당시로선 획기적인 공동 브랜드 개발, 사료 공동구매, 지정 수의사제 도입 등을 앞장서 시행했다. 이후에도 국내 최초의 의무 자조금제 시행, 무항생제·친환경·해썹(HACCP) 인증, 집하장(GP센터) 준공 등을 추진하며 대한민국 계란산업을 이끌어왔다. 2000년대 이후 지금까지 정부 일련의 축산 관련 정책에 대한 연습 용지, 더 들어가면 시행착오가 될 수 있었던 사업들이 어쩌면 이들에 의해 먼저 그려졌던 것. 이렇듯 정부의 축산 정책보다 앞장서 다양한 사업을 현장에서 뿌리내리거나 먼저 제시한 다한영농조합법인이지만 이곳의 수장이자 관련 사업들을 주도한 이만형 다한영농조합법인 조합장(60, 광주 초월 길샘축산 대표)조차 정부의 현 축산 정책에 ‘낙제점’을 매기고 있다. 

이만형 조합장은 “정부가 축산 분야에 너무 과도한 규제를 가하고 있다. 우리는 계란이란 1차 농축산물을 생산하는 것이지 계란빵이나 계란과자를 만드는 가공업체가 아니다”며 “그런데 우리를 마치 배추 농가가 아닌 김치업체처럼 대한다”고 지적했다. 이 조합장은 “어느 나라에서 농장에 산란일자나 HACCP을 의무화하고 선별포장까지 하라고 하나. 또 CCTV를 한 달 이상 보관하라고 하냐”며 “농장주만큼 자기 농장에 애정과 정성을 기울이는 곳이 없을 텐데 정부는 마치 자신들이 농장주인 것처럼 간섭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농림축산식품부와 식약처, 지자체, 산하기관 등에서 수시로 찾아오거나 전화가 와 마치 우리가 뭘 잘못하고 있는 것 마냥 감시한다”며 “너무 통제가 심해 생산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특히 축산 농가들은 정부가 농산물과 같은 1차 산업인 축산물의 중요 기능인 비축 기능을 마비시켜 수급조절을 무력화시켰다는 문제를 제기한다. 이 조합장은 “농산물을 보면 가을에 수확한 사과를 다음해 여름까지 볼 수 있고, 가을·겨울 배추를 봄철까지 먹을 수 있다. 농축산물은 최적의 저장 상태로 비축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계란은 다른 나라엔 유례없는 산란일자 표기로, 45일 이상 돼도 적합한 온도에서 저장하면 신선도에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을 일주일만 지나도 문제 있는 계란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래도 정부가 자신들이 해야 할 일들을 제대로 해냈다면 지금의 간섭이 이처럼 답답하지는 않았을 터, 축산 농가들은 ‘주객이 전도됐다’고 주장한다. 

이만형 조합장은 “(우리 축종은 아니지만) 오죽하면 대한한돈협회에서 협회 기금으로 해당 국가에 수 억 원의 기금을 직접 내고 전세기를 띄워 외국인 인력을 데려온다고 하겠나. 그 정도로 인력난이 최악인데 정부에선 그런 대책은 손을 놓았다”며 “아프리카돼지열병 관련 야생멧돼지를 봐도 그렇고,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관련 양계 분야만 봐도 야생철새 관리도 못하고 백신 정책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 과도한 살처분만 취했다”고 지적했다. 이 조합장은 “정부가 과도한 살처분으로 수많은 닭을 생매장했으면 계란 가격이 올라가는 게 당연한 이치고, 그렇게 가격이 올라가야 그래도 농가들이 버틸 수 있는데 그런 것은 아랑곳없이 바로 계란값 조금 오르자 수입으로 이를 풀려고 했다”며 “정부, 그중에서도 축산 농가를 대변해야 할 농식품부가 어떻게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 속엔 농식품부가 모순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담겨 있다. 규제는 가해 생산비는 높이면서 수입으로 가격은 잡으려는 이중 잣대를 보인다는 것. 

이 조합장은 “사료비, 인건비 상승 속 CCTV, 울타리 설치 등 각종 시설 규제와 제도는 가져다 붙이면서 또 한편으론 축산물 가격도 잡으려 한다”며 “탈출구도 만들어 놓지 않고, 대체 축산 농가가 어떻게 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축산 농가들은 새 대통령이 누가 돼도 별반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는 데 답답함을 넘어 두려움까지 느끼고 있다. 정권 연장이냐 교체냐에 따라 많은 변화가 있는 다른 분야와 달리, 대선을 두 달여 남겨둔 현재까지도 축산 관련 정책은 대부분 규제 위주로 맞춰져 있는 등 여·야 모두 축산에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축산 농가들은 다음 대통령, 그리고 새 정부에서 꼭 하나라도 선을 그어야 한다는 바람은 있고, 망가진 축산정책과 관련해 그곳에서부터 다시 시작되길 바라는 마음도 크다.

이 조합장은 “우리 축산 정책이 너무 반려동물 위주로 가고 있고, 농장동물조차 반려동물에 맞춰 정책을 추진하려고 한다”며 “농장주는 자신이 키우는 가축에 애정을 갖지 않는 이가 없다. 그게 축산 농가 재산권이기도 하고, 그래야 생산성도 향상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인데 마치 우리 축산 농가가 죄인인 마냥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농식품부의 제일 큰 임무는 국민의 안정적인 먹거리 생산량 확보인데 이를 망각하고 과도한 규제만 이어가고 있다”며 “그러다간 결국 가장 중한 단백질 등 영양소 공급원이자 식량 주권 품목인 축산물을 수입으로 대체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그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를 이미 독일 등 서유럽에서 보여주고 있다. 서유럽 축산업은 완전히 무너져 동유럽에서 수입하는 국가로 전락했다”며 “20대 대통령, 새 정부에선 생산자는 물론 소비자에게도 피해를 가는 이런 우를 범하지 않길 간절히 바라고, 또 당부한다”고 소망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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