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기노 기자]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지난 1일 국회 앞에서 ‘RCEP 국회 비준 저지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농업부문 희생을 전제로한 초대형 FTA 체결의 부당함을 알리는 동시에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김흥진 기자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지난 1일 국회 앞에서 ‘RCEP 국회 비준 저지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농업부문 희생을 전제로한 초대형 FTA 체결의 부당함을 알리는 동시에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김흥진 기자

한농연, 긴급 기자회견 
실질적 피해규모 산출
국내 보완대책 마련 촉구

초대형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비준동의안이 12월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비준동의안은 60일 후인 내년 2월초 발효될 예정으로, 농업분야의 피해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부가 RCEP에 따른 농업분야의 피해규모를 연평균 77억원(▶9월 21일자 ‘RCEP 농업피해액이 연 77억?농업계 “납득 못해”’ 기사 참조)으로 추정하는 등 지나치게 과소평가하면서, 이에 대한 농업계의 문제제기가 계속돼왔다.

국회는 지난 2일 본회의를 열고 RCEP 비준동의안을 의결했다. 소관 상임위인 국회 외교통상위원회에서 국내 농·축산물의 산업 피해가 예상되는 것과 관련, 농민단체를 대상으로 정부의 적극적인 설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지만, 국가적 이익을 고려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본회의 통과가 빠르게 이뤄졌다.

RCEP은 아세안 10개국(브루나이·캄보디아·인도네시아·라오스·말레이시아·미얀마·필리핀·싱가포르·태국·베트남)과 한국·호주·중국·일본·뉴질랜드 등 총 15개국이 참여하는 다자 무역협정으로, 전세계 국내총생산(GDP), 인구, 교역 규모의 1/3을 포괄하는 세계 최대의 FTA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이하 한농연, 회장 이학구)는 12월 1일 국회 앞에서 ‘RCEP 국회 비준 저지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농업부분의 희생을 전제로 한 초대형 FTA의 부당함을 알리는 동시에 농업분야 피해보완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이학구 회장은 “RCEP이 발효되면 아세안산 열대과일, 중국산 녹용, 일본산 주류 등의 관세철폐로 관련산업의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고, 특히 열대과일 수입 시기와 출하 시기가 비슷한 주요 과일과 과채류의 가격하락 등 국내 과수산업의 큰 피해가 예상된다”며 “상품시장의 관세 인하뿐만 아니라 기존 FTA에 포함되지 않은 위생검역 조치 의무와 협력조항이 대거 포함돼 농업부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RCEP에 따른 종합적·실질적 피해영향 평가를 실시하고, 그에 따른 보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학구 회장은 “RCEP 회원국 간 위생검역 조치 의무와 협력 강화로 수입산 농축산물의 국내 시장 진출이 본격화되면 피해 규모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 자명한데도, 정부는 20년간 누적 피해가 1500억원에 불과할 것이라며 피해보완 대책마련을 소홀히 하고 있다”면서 “RCEP 발효에 앞서 실질적인 피해규모 산출과 그에 따른 국내 보완대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에서도 정부가 RCEP 발효에 앞서 농어촌 회생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삼석 더불어민주당(전남 영암·무안·신안) 의원은 “그동안 추진된 FTA는 농어업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반면, 수혜산업의 이익을 피해산업에 지원하는 취지의 ‘무역이득공유제’가 도입되지 않아 최소한의 공정성도 확보하지 못했다”면서 “2015년 한·중 FTA 국회비준을 앞두고 ‘무역이득공유제’를 대신해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이 도입됐지만, 자발적 기부에 의존하다보니 유명무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17년부터 2021년 9월까지 5년간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의 출연금액은 목표인 5000억원의 29%(1467억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서삼석 의원은 “농어업에 대한 충분한 지원대책 없이 FTA를 추진하는 것은 가뜩이나 어려운 농어촌의 소멸위기를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면서 “정부는 농어민들이 만족할만한 수준의 농어촌 회생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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