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부분육 유통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통째로’ 소비

부분육 소비 활성화 되면
자연스레 사육중량 커져
소비 변해야 대닭 생산 가능

‘작은 닭은 맛이 없는지’를 놓고 양계업계와 유명 맛 칼럼니스트 간 공방이 치열한 가운데 ‘대한민국에서 왜 소형 닭이 유통되는지’에 대한 유통·소비 구조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고 양계농가와 닭고기 업계가 강조하고 있다. 더욱이 현재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과 연말·연시 닭고기 수요가 늘어날 시점에 발생한 닭 크기 논란은 닭고기 소비에만 찬물을 끼얹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근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는 자신의 SNS(페이스북) 등에 ‘한국 닭은 작고 맛없고 비싸다’란 주장을 폈고, 이를 반박하는 대한양계협회 성명서가 11월 23일 나왔다. 다시 이 성명서에 대한 황교익 씨의 반박과 이를 재반박하는 대한양계협회 성명서가 11월 24일 잇달아 나온 가운데 이를 언론에서 재인용하며 논란이 거세졌다.

양쪽 의견은 11월 25일 라디오 시사 프로(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홍재 대한양계협회장과 황교익 씨가 대담을 벌이며 한층 격화됐다. 이날 대담에서 황 씨는 “해외에선 보통 2.8㎏, 2.5㎏ 등의 대닭을 소비하는 데 우리만 1.5㎏닭을 소비한다. 농촌진흥청 자료에도 1.5㎏ 닭은 맛이 없다라고 돼 있다. 육계업체에선 작은 닭으로 키우는 게 병아리와 사료를 더 많이 팔아서 이득이다” 등의 논리를 폈다.

이에 대해 이홍재 회장은 “국가기관에선 산업경쟁력을 위해 여러 연구 주제를 주고, 황교익 씨가 주장한 자료와 반대되는 자료도 있는데 그런 것은 확인하지 않았다. 황 씨 주장과 달리 육계업체에서도 농가에 인센티브를 주면서까지 (원가가 절감되는) 대형 닭을 키워보려고 했지만 시장 반응이 좋지 않았다. 대닭을 활용한 한 치킨업체도 5년 만에 문을 닫았는데 이는 소비자 기호에 부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이 회장의 발언처럼 소형 닭이 유통되는 대한민국 닭고기 유통·소비 구조를 먼저 봐야 한다는 주장을 관련 업계에선 펼치고 있다. 라디오 대담 다음 날인 11월 26일 한국육계협회(회장 김상근)도 한국이 소형닭을 소비하는 이유를 먼저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육계협회에 따르면 미국 등 해외에선 대부분 가슴살, 날개, 다리살 등 부분육으로 분해해 판매하므로 중량이 커지고 있는 추세지만, 한국은 여전히 ‘닭 한 마리’ 소비가 압도적이라는 것. 따라서 시장에서 부분육 소비가 점차 활성화되면 사육 중량은 자연적으로 커지게 될 것이므로 관건은 소비 행태가 변해야 대닭 생산이 가능해진다고 밝혔다.

특히 양계 농가들은 하필 AI가 잇달아 발생하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시점에 닭 크기에 대한 논란이 일어 닭고기 소비에 찬물을 끼얹는 게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지역의 한 양계 농가는 “현재 야생 철새로 인해 지역 곳곳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해 농가 불안이 극에 달해 있다. 그래도 연말연시엔 치킨 등 닭고기 소비가 늘어나 이에 대한 기대는 있는데 이번 닭 크기 논란은 이런 농가의 심리에 불안만 지피는 처사”라고 답답해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홍문표 국민의힘(충남 홍성·예산) 의원도 11월 26일 성명서를 통해 “황교익 씨의 일련의 발언은 가뜩이나 AI로 자식같이 키운 수만 마리의 닭을 땅에 묻는 처절한 아픔을 겪고 있는 양계 농가를 두 번 울리는 작태”라고 지적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