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GSP종축사업단장

[한국농어민신문] 

최근 급격한 기후변화의 소용돌이와 코로나19 장기화로 곡물 생산량 변동성이 증가하면서 국가 간 식량보호주의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또한 전통농업에서 디지털농업으로 바뀌면서 생산 기술 격차가 커지는가 하면, 환경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먹거리를 생산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도 늘고 있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국가 간, 소득 계층 간 영양 불균형은 더 심화될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국가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되새기고 공급체계의 안정성을 재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2019년도 국민 1인당 양곡소비량이 59.2㎏정도이며, 육류 총 소비량이 54.6㎏에 이른다. 양곡 소비량과 비슷한 수준으로 축산물 소비가 이뤄진다는 것은 곧 국가 식량 수급에서 축산물이 차지하는 역할이 그만큼 중요해 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축산물 자급율은 어느 정도 일까? 2020년 농림축산식품통계연보에 따르면 소고기는 36.5%, 돼지 72.0%, 닭고기 87.5%를 보이고 있다. 곡물 자급률과 비교하면 높지만 수급이 안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한우를 제외한 축종의 종축을 국외에서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자본의 유출뿐만 아니라 우수 유전자원을 도입하기 어려운 상황을 유발할 수도 있다. 우수 가축유전자원을 소수의 글로벌 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과 같은 가축 질병이나 코로나19와 같은 세계적 감염병이 확산되면 국내로 가축을 들여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50년간 종돈의 개량 효과를 살펴보면 1970년 돼지 새끼마리수가 10마리에서 2020년은 18마리로 늘었고, 하루 성장하는 무게도 520g에서 900g으로 높아졌다(정P&C연구소). 이는 우수한 종축이 유전자원으로서 얼마나 큰 가치를 가지는지 보여준다.

세계 경제는 반도체, 수소, AI 산업이 주도한다면 농축산업은 종자가 반도체처럼 매우 중요한 산업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농사의 기본은 씨앗, 즉 종자, 종축이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은 정책적 수단과 R&D 사업을 통해 폭 넓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타 산업에 비해 지원 규모가 크다고는 할 수 없다. 한우, 돼지, 닭고기를 만들어 내는 매우 귀중한 씨앗인 종축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인식하고 미래를 대비한 과감한 투자와 연구가 필요한 때이다. ‘30년 후 쯤 식량 부족 상태에서 농업이 수익성이 가장 클 것이며 우리의 미래는 농업에 희망이 있다’고 세계 3대 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가 농협중앙회 미농포럼에서 한 말을 다시 한 번 되놰 보길 바란다.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