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J인스티튜트 ‘거대한 변화, 그 충격과 농업·농촌의 담대한 대응’ 심포지엄

[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지난 16~17일 양재동 aT센터에서 개최된 ‘농업·농촌의 길 2021’ 심포지엄. 홍기빈 경기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이 ‘코로나 사태 이후 세계무역질서의 변화’를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농업부문 민간싱크탱크인 GS&J인스티튜트가 지난 16∼17일 양일간 ‘거대한 변화, 그 충격과 농업농촌의 담대한 대응’을 주제로 ‘농업·농촌의 길 2021’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올해로 16회째를 맞는 이번 심포지엄에서 전문가들은 인구감소와 탄소중립, 코로나 팬데믹이 가져올 거대한 변화의 실체가 무엇인지, 농업·농촌에 어떠한 충격을 줄 것인지 탐색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농업·농촌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모색했다.
 

 위기1ㅣ인구감소 

2040년 세계 최고령국 전망
면단위 인구소멸 가속화
인구확보경쟁은 ‘제로섬게임’
농촌 고유가치 증진 힘쓰길

이삼식 한양대 교수는 “우리나라의 고령화는 2020년을 기점으로 향후 20년간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속도로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면서 “2040년이면 일본을 추월, 세계 최고령국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84명이었다. 출생아수가 1971년 102만 명을 정점으로 지난해 27만명까지 줄었다. 거의 1/4 토막이 난 셈이다. 농촌지역에서 사망자수가 출생아수를 초과하는 ‘데드크로스’가 발생한 것은 2000년경부터다. 이제 데드크로스는 전국적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면(리)단위 인구 소멸이 가속화하고 있는데, 전국 농촌군 82곳 중 2만명 이하인 지역이 2000년에는 5곳(6.1%)에 불과했지만 2020년 18곳(22%)으로 늘었고, 2040년에는 33곳(402%)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러한 인구 감소는 농업노동력 감소와 고령화를 초래하는 한편, 농촌지역 생활SOC 붕괴 및 일자리 감소로 이어져 다시 인구 유출을 가속화하는 악순환적 고리를 형성한다는 게 이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의료기관이 폐쇄되면서 건강·돌봄 유지가 곤란해지고, 상점 폐쇄로 쇼핑 난민이 생기고, 문화·여가 인프라의 붕괴로 정서적 침체 및 우울증이 증가하며, 학교 폐교로 젊은층 유출이 가속화될 것”이라면서 “결과적으로 농촌 자체가 설사 농업을 중심으로 유지가 되더라도 농업 이외에 생활인프라가 붕괴됨으로써 사람들이 거주하기 어려운 지역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삼식 교수는 이에 “외국에서 이민자가 들어오지 않는 한 총 인구가 계속 감소하는 상황에서 지자체간 인구 유입을 위한 경쟁은 제로섬 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인구 감소의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방소멸의 속도를 늦추려면 산업단지 유치 등의 전통적인 관점의 성장전략보다는 어메니티 강화를 통한 정주성 제고 등 농촌 사회를 중심으로 농촌이 가진 고유한 가치를 증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위기2ㅣ탄소중립 

에너지가격 급등·대체육 성장
시설원예·축산 충격 불가피
디지털에 익숙한 청년층 유입
농업혁신 주체로 육성해야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총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18년 2470만톤을 배출한 농업부문은 2030년까지 1800만톤, 2050년까지 1540만톤으로 줄여야 한다.

논물 관리, 비료 절감, 저메탄·저단백 사료 보급 등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거나, 바이오차 공급으로 탄소를 토양에 격리하거나, 육류소비 감소 등 식습관을 바꾸는 것 등이 감축수단으로 제시되고 있다.

2030년까지 메탄 방출량을 30% 줄이기로 한 ‘국제메탄서약’도 농업계에 큰 숙제가 될 전망이다. 우리나라 전체 메탄 배출량의 44%가 벼 재배와 가축사육 등 농축산부문에서 배출되기 때문이다.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 소장은 “화석연료 보조금 중단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급등과 글로벌 푸드테크 기업들이 주도하는 대체육 시장의 급성장은 시설원예와 축산업에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전망하고, “오는 2040년이 되면 대체육 비중이 전 세계 육류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남재작 소장은 “탄소중립을 농업혁신의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혁신을 이끌어갈 주체,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디지털 기술에 익숙한 청년세대가 농촌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무엇보다 청년들이 도전할만한 일자리와 농촌에서 살만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향후 5~10년내 농업용 로봇이 상용화되고, 인공지능을 활용한 자율주행농기계 등이 보급되면 다양한 농업서비스 시장이 등장, 새로운 형태의 고용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남 소장은 “미래의 농촌에서는 사과 따는 일꾼보다 사과 따는 로봇을 관리할 회사원이 필요할 수 있다”면서 “이러한 것이 가능하도록 정부가 농촌에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획기적인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위기3ㅣ팬데믹 

에너지·원자재·식량가격 불안
전 지구적 리스크로 부각
농업, 외교·안보·환경문제와 직결
국가 전체 문제로 함께 풀어야

홍기빈 경기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코로나 사태 이후에 나타난 세계무역질서의 변화가 농업에 큰 충격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코로나로 사람과 물자의 이동이 일부 제한되면서 농업을 둘러싼 가치사슬이 많이 변화했다”면서 “당장 우리만 하더라도 농어촌에서 그동안 외국인 노동자에 많이 의존해왔는데, 이들의 이동이 여의치 않다보니 농업생산 과정에서 여러 교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기후 위기와 에너지 전환 등에 대한 각국의 대응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에너지와 원자재, 식량의 가격불안정성이 전 지구적 차원의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홍 연구위원은 “지구상에서 인류가 생산하는 상품 중에 에너지나 원자재, 식량가격과 연동되지 않은 상품은 상상할 수가 없다”며 “에너지나 원자재, 식량가격이 불안정하게 되면 가격구조 전체를 교란하기 때문에, 1970년대와 같은 스테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비관론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미·중간의 패권경쟁도 글로벌 리스크를 강화하는 요인이다. 두 번째 냉전이라고 얘기할 정도로 격화되고 있는 양국간의 갈등은 단순히 두 나라의 경쟁 문제로 끝나는게 아니라 유럽과 러시아, 아프리카와 유럽, 일본과 중국 문제 등 연쇄반응을 일으켜 지정학적 질서를 흔들어놓고 있고, 이로 인해 자유무역질서가 흔들릴 수 있어서다.

홍 연구위원은 “포스트 코로나 상황에서 에너지, 식량, 원자재는 서로 뗄 수 없는 관계로 맞물리면서 국제적인 불확실성의 근원이 되고 있다”면서 “농업을 둘러싼 수많은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농민들 개개인이 떠안게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현재의 국제질서 속에 농업문제는 안보문제이자, 환경문제이며, 외교문제와 직결돼 있다”면서 “농업문제를 농업만의 문제로 보지 않고, 새롭게 나타난 국제적인 무역질서 속에 근원적이고,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을 세워 국가 전체의 문제로 함께 풀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종합토론
“농촌재생 통해 인구분산 유도농업·농촌 회복력에 주목을”


이어진 토론에서 황의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를 ‘인구감소 위기, 환경 위기, 양극화의 위기’로 꼽고, 인구위기 극복의 한 방안으로 농촌지역으로의 ‘인구 분산’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농촌재생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시에 비해 낙후된 생활기반을 재구축하고 디지털 전환을 촉진한다면, 팬데믹 이후 활성화되고 있는 원격근무·재택근무가 가능한 전원공간으로써 농촌의 새로운 가치가 부각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덧붙여 탄소중립농업 실천의 반대급부로 ‘공익형 직불제’를 확대하고, 정밀농업을 기반으로 화학 투입재 사용을 최적화하되, 농업부문 에너지 전환계획 수립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내놨다.

황영모 전북연구원 연구위원은 농업·농촌이 지금의 재난과 위기상황을 극복할 ‘회복력’의 원천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황 연구위원은 “기후위기 시대에 농업·농촌은 생태적 회복력의 원천이자, 국제교역이 멈춘 상황에서 경제적 회복력의 기반이며, 먹거리와 돌봄 등 사회적 회복력의 토대”라면서 “도시의 필요와 농촌의 수요, 농촌의 필요와 도시의 수요가 서로 접합되는 도농융합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 연구위원은 이어 “기후위기에 대응한 전환사회는 회복력 있는 지역사회를 만드는 사회적 실험이 되어야 한다”면서 “지금 당장 우리의 사회체계와 생활양식을 전환하기 위해 관성적 사고에서 벗어나 생태적 상상력을 현실화할 수 있는 지역에서 힘과 지혜를 모으자”고 피력했다.

권혁범 여민동락공동체 대표는 “정부나 지자체의 출산장려정책이나 수없이 많은 지역개발사업 등이 왜 농촌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는지부터 살펴보라”면서 “정책사업의 실패를 주민의 책임으로 돌려서는 답이 없다”고 지적했다.

권 대표는 “우리 지역만 해도 11개면 중 10개면에서 지역개발사업이 추진됐다. 이제 하드웨어 말고, 사람 중심의 프로그램 사업이 필요한 때”라면서 “결국 기존의 관행, 저항, 예산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관건으로, 농식품부의 지역개발과 예산 일부를 농촌사회복지과로 전환, 농촌복지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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