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강병광 문경그린농원 대표가 후지 사과 수확을 하고 있다. 산지에서는 평년 수준의 작황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수확의 기쁨이 큰 동시에 시세가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교차하는 분위기다.
강병광 문경그린농원 대표가 후지 사과 수확을 하고 있다. 산지에서는 평년 수준의 작황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수확의 기쁨이 큰 동시에 시세가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교차하는 분위기다.

40년 사과 농사 문경 강병광 씨
20kg 3만원 돼야 생산비 보전 

물량 많아 여름부터 시세 영향
안동 공판장 최근 2만~4만원 선  

“지난해 전국적으로 사과 작황이 안 좋았어요. 올해 후지(부사)의 경우 9월 들어 비가 많이 오면서 잎이 갈색으로 변해 떨어지는 ‘갈반병’ 피해가 주위에 일부 있었고요. 그래도 올해 작황은 평년 수준으로 회복됐는데, 시세가 받쳐줄 수 있을지 걱정이네요.”

10월 26일 찾은 경북 문경시 문경읍 용연리(용연안길) 일대. 아직 단풍조차 들지 않은 가로수 사이로 빨갛게 물든 사과밭이 눈에 들어와 수확이 임박한 시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곳에서 만난 강병광 문경그린농원 대표(썬플러스 문경시 회장)의 얼굴에는 수확의 기쁨과 동시에 시세에 대한 걱정이 교차했다. 이 마을에서 올해 가장 빨리 수확을 시작한다고 하는 그는 지난해보다 올해 작황이 좋다는 점에 우선 안도했다. 

“지난해에는 7~8월 계속 비가 와서 탄저병이 너무 심해 작황이 엄청 안 좋았어요. 이 곳에서 사과 농사를 40년 넘게 지어왔는데, 3000평 규모에서 평년 1500~1600짝 나오던 것이 지난해에는 800~900짝밖에 안 됐을 정도로 50~60%밖에 생산을 못했죠. 올해는 예년 수준을 회복할 것 같아 다행인데, 한편으로는 제값을 받을 수 있을까 걱정이에요. 흉년이어도, 풍년이어도 걱정은 똑같습니다.”

이날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 출하된 사과(부사)의 경매가는 10㎏ 상품 기준 2만5000원대. 지난해 3만6000원대보다는 가격이 20% 이상 떨어졌다. 이후 시세는 10월 29일 상품 2만1000원, 10월 30일 2만원, 11월 1일 2만4000원 등 2만원 초반대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다. 비슷한 시기, 안동농협 사과공판장의 시세 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10월 30일 상품 기준 평균가는 짝(20㎏)당 2만~4만원 사이를 오르내리고 있다. 

강병광 대표는 “안동공판장 시세로 보면 한 짝당 3만원 이상은 나와 줘야 생산비를 보전할 수 있는데, 올해 평균 시세는 3만원을 밑돌 것 같다”며 “올해 작황이 전반적으로 지난해보다 좋다보니 물량이 많아 올 여름 사과 시세부터 영향을 줬고, 그 여파가 추석 홍로에 이어 11월 본격 출하되는 부사 시세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품질이 좋지 않은 사과들이 조기 출하될 경우 초반 시세가 낮게 시작할텐데, 출하 물량이 급증하면 향후 시세 반등이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 대표는 이어 “3000평 사과 농사를 지어도 연간 순수익이 1000만원도 안 되는 농가들이 적지 않다. 지난해 기후 문제로 사과 농사를 망치다시피 했고, 올해는 작황이 회복됐는데도 외국인 노동자 인건비가 크게 올랐고, 농자재 값도 부담이 커 농가들 주머니 사정은 더욱 힘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걱정했다. 문경 일대의 인건비는 지난해 1일 10만원 정도였는데, 올해는 13만원 수준으로 30%가량 올랐다고 한다. 

인건비 상승·기상여건 악화로
고소득 이색 품종 전환 많이 시도
아리수·감홍 등 판로 지원 필요 

갈수록 힘겨워지는 기상여건과 인건비 등이 올라 생산비를 건질 수 없는 상황에서, 농가들도 고소득 품종 전환을 꾀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색 품종을 소화할 수 있는 판로를 마련하는 것은 농가의 역량에 맡겨지는 실정. 이에 대한 고충이 크다. 

강 대표는 “올해 안동 사과공판장에서 아리수 품종의 사과가 최고가를 받아 고소득을 기대하는 농가들이 몰려 묘목 품귀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문경의 경우 시에서 감홍 사과를 육성하고 있어 감홍 품종도 많이 재배하고 있다. 아리수, 시나몬골드 등 소득이 좋은 품종을 심으려는 농가들이 많은데, 판매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경 지역의 특산품이었던 오미자가 각광을 받으면서 생산이 한때 과열됐는데, 판로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서 피해를 입은 농가들이 많았다”면서 “사과 품종도 고소득, 다양화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농가의 힘만으로는 어렵고, 판로 확보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경=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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