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기노 기자] 

접경지역 농업기반 붕괴 우려
수의계약 유지 강력 촉구
축산업계도 강력투쟁 예고

농협·학교급식지원센터 통한
공공조달체계 도입 등 
개선방안 추가논의 여론 고조

2025년부터 경쟁입찰 방식의 군 급식 조달체계 도입이 사실상 확정(▶본보 10월 19일자 1면 군급식 경쟁입찰 전환농업계 반대 ‘끝내 외면’ 참조)된 가운데,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는 강원도 접경지역 군납농가들과 축산업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농협과 학교급식지원센터를 통한 공공조달체계 도입 등 군 급식 개선방안에 대한 추가 논의가 시급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강원도 접경지역 군납농가들은 국방부의 군납체계 변경으로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으며, 나아가 접경지역의 농업기반 자체가 붕괴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농연강원도연합회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부실 급식은 군 내부의 문제인데, 마치 군납 농가들이 불량 농산물을 제공해 발생한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면서 “국방부의 군납체계 변경이 농어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국가방위에도 상당한 허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농연강원도연합회는 “그동안 군납농가들은 지역의 군부대 주둔과 군사훈련으로 막대한 정신적·경제적 피해를 입었지만 국가안보라는 대의명분과 우리 자식들이 근무한다는 애정으로 모든 피해를 감내해왔다”면서 “기존 농업인과 농·축협 중심의 수의계약 제도를 유지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화천군 군납농가들도 경쟁방식의 군 급식 조달체계 변경에 반발하고 있다. 접경지역은 군사보호구역, 상수원보호구역 등 각종 규제로 인해 개발이 제한돼 있는데, 군납 통로까지 막힌다면 더 이상 농업인들이 생계를 이어갈 수 없다는 것.

김규철 강원도 군납협의회장은 “경쟁계약 방식의 군 급식 조달체계 도입은 결국 식품 대기업을 돕고 군납 농민들을 죽이는 정책”이라며 “군납농가들의 신뢰를 저버린 이번 조치는 반드시 철회돼야 하며, 군납농협과 화천군 등 기관·단체와 함께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흰 우유 급식 폐지와 함께, 수입 축산물 공급 확대 우려가 커지면서 축산업계는 결사항쟁을 예고하고 있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이하 축단협)는 지난 19일 성명서를 통해 “국방부가 2024년부터 흰 우유급식 기준을 완전 폐지하는 한편, 흰 우유 대신 가공우유, 두유 등을 장별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은 수입산 대두를 사용하는 식품 대기업의 콩즙을 우유 대신 공급하겠다는 의도”라며 “현재 국방부가 장병들의 선호도를 운운하며 수입 농축산물을 공급하겠다는 것은 궤변이며, 결국 축산물수입업자와 대기업의 이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덧붙여 축단협은 “농식품부 김현수 장관은 축산말살정책을 더 이상 방기하지 말고, 전면에 나서 사태를 해결하라”면서 “전국 축산농가들은 250만 농민형제들과 함께 현 정권의 농축산업 말살을 막기 위해 결사항쟁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인권센터, 전국먹거리연대, 농민의길, 접경지역생산자연합회 등이 참여하는 ‘군급식 개선을 위한 전국 공동대책위원회’는 공공성을 포기한 정부의 군급식 식재료 조달체계 도입을 규탄하며, 공공조달체계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공동대책위는 “민관군 합동위원회가 출범한 6월 말부터 국방부는 일방적으로 장병선호를 앞세워 경쟁체계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해왔다. 이는 경쟁을 붙이면 모든 문제가 자연히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는 안일하고 무책임한 발상”이라며 “국방부는 경쟁으로 급식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이는 이윤에 눈이 먼 기업의 참여를 부르고, 필연적으로 저가 경쟁입찰을 불러 부실 급식이 개선되는 것이 아닌 확대로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공동대책위원회는 “국방부는 양질의 학교급식을 먹고 자란 MZ세대의 기호를 맞추기 위해 학교급식 체계를 도입하겠다고 얘기했으나 현재 방식은 10여년 전 학교급식에서 발생한 대형 식중독 사고를 연상하게 하는 과거의 부실학교급식을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면서 “국방부가 학교급식을 제대로 벤치마킹하려면 공공조달체계를 구축하고 친환경·로컬푸드 식재료를 공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기노·백종운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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