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1일 도축두수 500마리 업체
관련 기관에 ‘중단 유력’ 전달 
‘출하 막힘’ 농가 피해 뻔하고 
인근 도축장 물량 적체 등 우려
“해당 업체 설득·대응책 마련 중”

경기 북부권 일부 육가공업체 
충청 등 이전, 생산비 증가 비상

ASF(아프리카돼지열병)가 발생한 지 2년을 넘어가면서 발생 지역 도축장과 육가공업체 피해도 누적되고 있다. 강원권에선 4곳의 돼지 도축장 중 1곳에서 돼지 도축 중단을 검토하고 있어 농가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이미 경기 북부권에서도 육가공업체가 이전하는 등 ASF 발생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본 강원도와 경기 북부 농가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강원관내 한돈업계와 지자체에 따르면 현재 강원도엔 5곳의 도축장이 운영되고 있고, 돼지만 보면 4곳의 도축장에서 도축이 이뤄진다. 이 중 한 도축장이 돼지 도축을 하지 않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 관련 기관에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도청 방역정책 담당자는 13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한 도축장 업체가 우리 도에 돼지 도축을 중단해야겠다고 알려왔다”며 “이에 대책 회의를 하며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ASF가 터지며 이동제한과 권역화 등으로 돼지 출하물량이 수시로 들쑥날쑥했던 데다 기간도 2년이나 지나다 보니 도축업계 어려움이 큰 것으로 알고 있고, 이번 도축장 역시 이런 어려움 속에서 도축 중단 결정을 내리려는 것 같다”고 전했다. 

현재 돼지 도축 중단을 검토하고 있는 도축장은 1일 도축 두수가 500두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물량에 대한 도축이 중단되면 당장 농가들이 출하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무엇보다 인근 도축장으로 물량이 몰리면 물량 적체에다 품질 문제 등 추가적인 피해도 발생할 수 있다.  

강원관내 한 돼지 농가는 “1일 500두 도축이면 강원권에선 큰 규모다. 가뜩이나 ASF로 살처분하고 이동제한이 걸리는 등 농가 어려움이 이어지는 시점에, 도축장까지 줄어들면 농가 피해가 막심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현재 멧돼지 출몰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ASF가 발생하면 권역별로 이동제한이 걸릴 텐데 그렇게 되면 타지역으로 이동도 어려워져 ASF 발생에 따른 피해에 도축장 감소까지 강원권 농가들은 입술이 마를 정도”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농식품부 구제역방역과 담당자는 “도축 중단을 검토하는 도축장에 강제적으로 물량을 배정해줄 수는 없지만 최대한 해당 업체를 설득하면서 그쪽으로 물량이 출하될 수 있도록 농가에도 안내하고 있다”며 “이와 병행해 여러 대안도 살펴보고 있다. 도축 중단을 확정하는 상황까지 감안해 출하 물량을 분산할 수 있는 방안도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경기관내 한돈업계에 따르면 경기 북부권에선 도축장 내 육가공업체 일부가 충청권, 경기남부 등 남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년 전 살처분 후 지난해 재 입식한 양돈장이 몰려있는 경기 북부권 농가들은 이제 곧 재 입식 뒤 첫 출하를 앞두고 있어 출하 시 추가비용까지 들어갈 수 있다. 

경기북부 관내 한 돼지 농가는 “그동안 출하 물량이 많이 줄어 도축장 내 육가공업체들이 충청도나 경기남부 지역으로 이전했다. 이동제한이 수시로 걸리니 육가공업체들도 타격을 많이 받은 것 같다”며 “이제 곧 출하를 시작해야 하는데, 돈가가 내려가는데다 생산비용은 늘어나 있는 상황에 출하 비용이 추가로 들 수 있어 2년만의 출하를 앞두고 마냥 좋아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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