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백종운·이평진 기자] 

강원지역 벼 재배농가들이 지역농협의 벼 수매가를 1kg당 2000원 이상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지역 곳곳에 내걸었다.
강원지역 벼 재배농가들이 지역농협의 벼 수매가를 1kg당 2000원 이상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지역 곳곳에 내걸었다.

2021년 산 벼 수확시기 맞아
강원·충북 등 생산 농가들 촉구
“인력부족에 생산비 계속 상승”
“수매가 인하 땐 농민만 어려워”
농협-농업인 줄다리기 계속

2021년 산 벼 수확시기를 맞아 강원, 충북도 등 쌀 생산 농가들이 벼 수매가를 전년보다 높에 형성돼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벼 수확이 한창인 강원도 들녘 농업인들은 정부와 농협에 “벼 수매 가격은 최소한 1kg당 2000원(조곡 기준)은 보장해 주어야 한다”고 요구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바쁜 일손을 가로막는 가을비가 내리면서 벼 베기를 못하는 농업인들의 마음은 걱정으로 가득한데 수매가마저 농업인들의 요구에 못 미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10월 초 강원도 철원지역 농협들은 벼 수매가격을 지난해 대비 11% 정도 인상한 1kg 당 2040원으로 결정했다. 지역농협들은 “인건비와 농자재가격 상승 등 농업인들이 요구하는 벼 수매가 인상요인이 충분히 이유 있다고 판단해 벼 수매가격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9만7000㎡의 논농사를 경영하는 철원 동송읍 김모 씨는 “수매가는 올랐지만 농업인들의 순소득이 올라간 것은 아니다”라며 “고질적인 인력부족 문제 때문에 생산비용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른 지역의 벼 수매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채 농협과 농업인들의 줄다리기가 계속 되고 있다. 원주지역의 농업인들은 벼 40kg 한 포에 우선지급금으로 6만원을 책정하고 나머지는 미곡처리장 운영에 따른 이익금으로 보장해준다는 위탁수매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우재록 한농연강원도연합회 부회장은 “농협의 차후 수매가 보장은 농산물유통에서 볼 수 없는 기형적인 제도다”며 “농협은 기본적으로 벼 수매가격을 1kg당 2000원은 보장해 주어야 농업인들이 생산에 전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농업인들은 “최근 쌀값이 전년 대비 높게 형성된 것과 관련 벼 수매가격도 인상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반면 지역농협은 올 쌀 생산량 증가를 이유로 쌀값이 하락할 수 있다며 수매가격 인상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실정이다.

농업인들은 벼 수매가격 결정을 단순한 생산비와 소비자 수요만을 가지고 하는 것은 현장과 너무 거리가 멀다고 주장했다. 기본적인 농산물 생산비도 크게 올라갔지만 전반적인 생활물가 상승으로 농업인들의 생활비도 높아졌기 때문에 이것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원지역 농업인들은 소비자보다 정부의 물가 당국은 쌀값에 대한 민감도가 너무 높아 다른 생활물가와 같이 정상적으로 반영되지 못한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크게 늘고 있는 카페의 커피 상품 가격은 평균적으로 한 잔에 5000원 정도하는데 이 가격은 쌀 20kg을 5만원으로 산정하면 공기밥 20개 가격이라는 것이다.

불과 4년 전만해도 커피 한 잔 평균가격은 2500원 정도였던 것을 감안하면 거의 100% 인상됐지만 크게 문제 삼지 않고 있는 것이 쌀 가격에 대한 물가 당국의 민감도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농업인들은 불만을 나타냈다.

벼 수매 문제와 관련 현장 농업인들은 농산물시장 개방과 농업진흥지역제도로 재산권 행사를 제한하는 등 농업을 공공재로 관리하면서 농산물판매는 시장에 맡기는 정부의 이중 잣대에 불만을 나타내며 “규제를 풀던지 농산물가격을 보장해주던지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주시 농민들은 청원생명쌀농협법인 앞에서 지역농협의 벼 수매가 인하 움직임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청주시 농민들은 청원생명쌀농협법인 앞에서 지역농협의 벼 수매가 인하 움직임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특히 충북 청주시 농민들은 지역농협의 수매가 인하 조짐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농민들은 10월 12일 청원생명쌀농협법인에서 집회를 열고 수매가 인하를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민들에 따르면 청원생명쌀농협법인이 올해 수매가를 작년 대비 3000원 인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공표만 안 됐을 뿐 조합장들로 구성된 운영협의회에서 이미 결정이 됐다는 게 농민들의 주장이다.

올해 벼 수매가 시작된 이날 농민들이 집회를 연 것도 이에 대한 경고의 의미로 해석된다. 청원생명쌀법인은 작년에 추청 계약재배 물량은 7만3000원, 일반 벼는 6만8000원에 수매했었다. 농협쌀법인은 공식적으로 수매가를 결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계약재배 물량은 6만원, 일반벼는 5만5000원의 우선지급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농민들은 1kg당 2000원의 수매가를 요구하고 있다. 40kg 조곡으로 환산하면 한 포에 8만원이 되는 것이다. 작년보다 7000원 인상해야 가능한 금액이다.

이날 집회에서 유호광 청주 농민단체협의회 회장은 “유류비나 농자재 값은 계속 오르는데 올해는 생산량이 늘어난다는 이유로 수매가를 인하하면 농민들만 어렵게 된다”며 “농협에서 하루 속히 수매가를 결정해야 민간RPC들도 수매가를 인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순 청주시농업경영인연합회 회장도 “농협법인이 작년 수매분 쌀값이 좋아 적자를 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농협이 수매가를 내릴 게 아니라 적자를 감수해서라도 농민들의 요구선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성규 충북농민단체협의회 회장은 연대사를 통해 “9년 전 농협법인이 처음 출범할 때 어떤 식으로든 농산물 가격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당장 수매가를 인하하려는 움직임을 멈추고 농민들의 요구사항을 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농민들은 수매가 인하보다 농협의 자구책 마련부터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건비 절감, 도정수율 향상 등 생산성 개선을 통해 농민들이 생산한 쌀 가격을 보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벼 건조료 무료, 조속한 수매가 결정 등도 요구했다.

강원·청주=백종운·이평진 기자 baek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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