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부안 호남평야 비상

[한국농어민신문 양민철 기자] 

벼 출수기에 태풍과 가을장마가 이어지면서 병이 발생, 수확을 앞둔 전북 부안군 계화면 들녘의 벼가 시뻘겋게 변해가고 있다
벼 출수기에 태풍과 가을장마가 이어지면서 병이 발생, 수확을 앞둔 전북 부안군 계화면 들녘의 벼가 시뻘겋게 변해가고 있다

가을장마에 궂은 날 지속돼
7월 초부터 잎도열병 시작
목도열병·세균성벼알마름병 등
병해 겹치면서 최대 90% 피해

태풍·잦은 비에 방제효과 없어
미질 저하·수확량 감소 불가피

벼 수확을 앞둔 호남평야의 벼가 시뻘겋게 변해가고 있다.

벼 출수기에 태풍과 가을장마에 잦은 비로 병이 발생, 벼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병해는 평야지인 김제와 부안은 물론 도내 논 곳곳에서 쉽게 발견된다.

최근 수확 20여일을 앞둔 전북 부안군 계화면 들녘의 논이 황금색으로 물들어야 할 시점에 붉게 변해가고 있어 병이 창궐하고 있음을 짐작케 할 수 있다.

부안군 계화면 S씨는 올해 25필지(1필지 1500평)에 경관농업 유채단지와 조사료(라이그라스)단지에 지난 5월 20일과 6월 8일 두 차례에 걸쳐(신동진·동진찰벼·금탑벼·새청무)모내기를 완료했다. 그런데 일부 품종을 심은 9필지의 논에서 지난 7월초부터 잎도열병이 처음 발생하면서 올 농사에 이상한 징조가 싹트기 시작했다.

이후 태풍에 폭우, 가을장마에 비가 자주 내리는 등 맑은 날 하루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의 궂은 날의 연속이었다. 이는 잎도열병에 목도열병, 그리고 세균성벼알마름병 등이 연속으로 발생, 병이 크게 번져나갔다는 것.

S씨는 벼 출수 전·후기 모두 4차례에 걸쳐 항공드론과 광역살포기로 방제를 펼쳤다. 하지만 비가 자주 내리는 바람에 방제의 효과를 보지 못했다.

S씨는 “지난해에도 일부 품종에서 병충해가 심해 올해는 지난해보다 일부 품종의 재배면적을 절반으로 줄여 모내기를 했는데 올해 또 병이 발생, 심한 벼의 경우 80∼90%까지 확산됐다”고 말했다.
 

김제시 부량면 H씨 또한 가을장마에 한숨만 가득하다. 올해 조사료 라이그라스를 베어내고 지난 6월 10일 이모작으로 30필지(1필지 1200평)에 모내기를 했다. 그런데 벼 출수기 때 뜻하지 않은 가을장마가 닥쳐 농사를 망쳤다. 벼는 목도열병·잎도열병·세균성벼알마름병·흰빛잎마름병 등이 겹쳐, 벼 잎 등이 붉게 변하면서 낱알이 하얗게 변해 고사되고 있다. 병 발생으로 현재 50% 가깝게 피해를 입고 있다.

김제시 진봉면 C씨의 벼도 태풍과 장마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고온과 과습으로 병이 돌았다. 5월 26일 15필지(1필지 1200평)에 1모작 이앙을 했다. 출수전과 후 각 2회씩, 10일 간격으로 모두 4회에 걸쳐 농약을 쳤다. 하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벼는 하얗게 변해 쭉정이만 보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1회 더 농약을 칠 생각이다. 벼는 현재 50∼60%에서 피해가 나타났다. 점점 병이 번져가고 있어 애를 태우고 있다.

김제시 교월동 B씨 역시 조사료 라이그라스를 수확한 뒤 6월10일 10필지(1필지 1200평)에 모내기를 마쳤다. 병충해를 막기 위해 농약을 5차례나 살포했다. 그의 논은 40∼50%까지 병이 번졌다. 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농민들은 “이 같이 병이 발생한 벼를 수확해 도정을 하게 되면 결국 쭉정이와 싸래기만 남게 된다"면서 "쌀의 상품성 저하와 수확량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라”이라며 “해가 거듭될수록 변화무쌍한 날씨로 인해 매년 불안에 떨면서 농사를 짓고 있다"면서 "기후변화에 대응한 품종개발과 대체작목 등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제·부안=양민철 기자 yangmc@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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