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총 25명 30건 적발됐지만
‘정치적 공방’ 묻혀 흐지부지
개정 농지법도 반쪽 그쳐

윤희숙·이준석 부친 문제로
비농민 농지투기 논란 재점화
농지전수조사 요구 등 고조

지난 3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투기 사태 이후 여야가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에 합의, 우여곡절 끝에 그 결과가 나왔지만, 여야간 ‘정치적 공방’에 묻혀 후속 처리는 흐지부지되고 있다.

그마나 제도 개선의 일환으로 지난 7월 23일 국회를 통과한 ‘농지법’ 개정안도 반쪽짜리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과 이준석 대표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이 불거지면서 비농민 농지 투기 논란이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농업계는 모든 농지에 대한 전수조사 실시 등 후속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에 이어 지난 8월23일 국민의힘과 비교섭단체 5개 정당(정의당·국민의당·열린민주당·기본소득당·시대전환) 소속 의원들의 부동산 투기의혹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을 포함한 전체 대상자 가운데 법 위반 사항이 확인된 의원은 민주당 12명(16건 위반), 국민의힘 12명(13건 위반), 열린민주당 1명(1건 위반) 등 총 25명(30건)이다. 이중 ‘농지법 위반’ 의혹이 12건으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다. 

민주당은 지난 6월 권익위 발표가 나오자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12명 의원 전원에게 자진 탈당 조치를 내리고, 이 중 비례대표인 양이원영과 윤미향 의원은 제명 조치했다. 그러나 1일 현재 나머지 10명 모두 당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경찰수사 결과 무혐의 처분을 받은 우상호·윤재갑·서영석 의원에 대해서는 탈당권고를 철회한 상태다. 

“적어도 민주당의 기준보다 엄격하게 하겠다”고 공언했던 국민의힘은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12명 의원 중 6명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판단, 나머지 6명에게만 탈당 권유 및 제명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이들 6명의 의원들도 1일 현재 모두 당적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대권 도전에 나섰던 윤희숙 의원이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과 관련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데 이어 이준석 대표의 부친에 대한 ‘농지법 위반’ 소지가 잇따라 제기돼 여전히 허술한 농지법 문제와 함께 비농민의 ‘농지 투기’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윤희숙 의원의 부친은 2016년 5월 9일 세종시 전의면에 1만871㎡(약 3300평) 규모의 농지를 매입했다. ‘자기 노동력’으로 농사를 짓겠다고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았다.

하지만 매입 한 달 만에 한국농어촌공사에 농지를 위탁, 5년간 임대차 계약을 맺었고, 지난 2021년 1월부터는 전 임차인과 직접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농업경영계획서에 허위 사실을 기재한 점과, 1996년 이후 구입 농지임에도 직접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에서 ‘농지법 위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준석 대표의 부친은 2004년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에 2023㎡(612평) 규모의 밭을 1억6000만원에 구입했는데, 17년간 직접 농사를 짓거나 위탁 영농을 한 적이 없어서 농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농지 취득 후 농사를 짓지 않아도 별다른 처벌 조항이 없기 때문으로, 농지 처분 의무기간(1년) 내에 농사를 짓지 않으면 해당 지자체장으로부터 농지처분(6개월 내) 명령을 받는 게 전부다. 지정 기간내 농지를 처분하지 않으면 공시지가의 20%인 이행강제금을 내면 된다. 

이와 관련 조병옥 농어업농어촌특별위 농지분과위원장은 “두 사례 모두 부재지주가 법망을 피해 얼마든지 농지를 구입해 보유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면서 “농지를 구입해 농지은행에 맡기기만 하면 비농민도 합법적으로 농지를 소유할 수 있는 것도 큰 문제고, 해마다 농지이용실태를 조사한다면서 17년간 한 번도 농사를 짓지 않아도 아무 문제가 안됐던 것을 보면 조사 자체가 얼마나 허술한지 알 수 있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조 위원장은 “올해도 농식품부는 최근 10년간 관외 거주자가 상속이나 매매로 취득한 농지 24만4000ha를 집중 조사대상으로 삼고 자세히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정작 조사를 해야 하는  읍면사무소는 전혀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서 “정부에게 과연 불합리한 농지법의 문제를 정말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먼저 농지의 소유와 이용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부터 알아야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세울 수 있다"고 강조하고, “농지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없다는 것은 국가가 기본적으로 해야 할 책임을 방기해 온 것으로 차제에 반드시 전수조사를 실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해 ‘충남 마을농지 소유 및 이용실태에 따른 개선과제’ 연구를 수행, 충남도내 4개 행정리 마을 농지에 대한 전수조사를 추진했던 강마야 충남연구원 연구위원도 “정부나 지자체가 의지만 있다면 전수실태조사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가 난색을 표하고 있는 조사비용 문제와 관련해 그는 “마을당 최소 200만~300만원 선으로 조사비용을 책정한다고 할 때 충남지역 4392개 행정리마을을 감안하면 약 1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한데, 농지관리기금이나 농지보전부담금, 농어촌진흥기금 등을 활용하면 충분히 재원조달이 가능하다”면서 “첫해에는 대규모 예산 투입이 불가피하지만 이게 해마다 드는 게 아니고 이후에는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만 하면 되기 때문에 예산을 대폭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8일 충남지역 농민단체와 세종지역 시민단체는 윤희숙 의원 부친 소유 농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시세차익을 노린 불법투기 농지를 즉각 몰수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불법 투기세력들이 자행하고 있는 농지전용으로 매년 여의도 면적의 20배 크기의 농지가 사라지고 있다”면서 “농지전수조사를 실시해 제2의 농지개혁을 단행하라”고 촉구했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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