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업포커스ㅣ정철수 한국플라스틱산업협동조합 이사장

[한국농어민신문 서상현 기자] 

농업용 폐비닐 수거문제 해결
미세플라스틱·온실가스 저감 등
농촌 환경오염 줄이기 ‘화두’
농업용 생분해성 플라스틱 활성화
새로운 시장 진출 뒷받침돼야

“농업용 폐비닐 수거 문제 해결과 미세플라스틱, 온실가스 저감 등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업용 생분해성 멀칭필름에 대한 단체표준의 제정이 시급합니다.” 농업용 필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일신화학공업(주)의 대표이면서 한국플라스틱산업협동조합을 이끌고 있는 정철수 이사장의 생각이다. 화이트바이오산업 활성화 추세에 맞춰 농업분야에서 폐비닐 문제의 대안기술인 생분해성 멀칭필름의 사용을 촉진할 필요가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단체표준이 제정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철수 이사장으로부터 농업용 생분해성 멀칭필름 활성화의 필요성 등을 들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 시장 급성장세

우리나라는 2020년 12월 3일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화이트바이오산업 활성화전략을 내놓은 바 있다. 화이트바이오산업은 바이오기술이 플라스틱산업에 접목된 것으로 식물 등 재생 가능한 자원을 이용하거나 미생물, 효소, 촉매 등을 활용해 기존 플라스틱산업의 소재를 바이오기반으로 대체하는 산업이다. 화이트바이오제품은 생산과정에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비교적 적고, 원료인 식물 등 바이오매스 재배과정에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탄소중립에 기여하기 때문에 환경오염을 해결하는 대안으로 세계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농업용으로는 생분해성 멀칭필름이 대표적이다.

정철수 이사장은 “친환경, 화이트바이오, 탄소중립은 전 세계적인 추세”라면서 “정부의 화이트바이오 활성화 전략에도 농업용 멀칭필름, 어망이나 어구 등에 대해 생분해성 등 환경성을 평가하는 실증사업을 통해 수요를 창출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전한다.

세계 바이오플라스틱시장은 2018년 기준 29억 달러(211만톤) 규모로 전체 플라스틱시장의 0.5%에 불과하지만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다. 주요기업 및 선진국들이 시장선점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네이처웍스’, 독일의 ‘바스프’ 등은 대규모 연구개발 및 설비 투자를 기반으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해 소재와 제품의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 ‘네이터웍스’는 식품유통기업인 ‘카길’과 화학기업인 ‘다우’가 합작해 설립한 생분해성 플라스틱 소재 생산기업이다. 생분해성 플라스틱 시장규모가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곳은 중국이다. 시장규모가 2012년 25억1200만 위안에서 2019년 61억4700만 위안으로 성장했고, 수요량도 2012년 22만톤에서 2019년 52만톤으로 증가했다.

중국공장을 운영을 하고 있어 시장상황에 비교적 밝은 정철수 이사장은 “중국은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인 생분해성 플라스틱 제품의 연구개발 및 생산에 혈안이 돼 있다”면서 “2020년 플라스틱 제품 관련 금지 세분화 기준을 확립하고,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단계적으로 제한하면서 자연분해가 가능한 생분해성 플라스틱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전한다. 중국뿐만이 아니라 생분해 플라스틱의 활용을 촉진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농업용 멀칭필름을 비롯해 일회용 봉투, 식품용기 등이 급속하게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대체되고 있다.

 

#농업용 생분해성 필름 단체표준 제정 시급

우리나라도 2050 탄소중립 실현 및 탈 플라스틱 사회 전환에 대처하고, 농촌지역 환경오염 등을 줄이기 위해 농업용 생분해성 플라스틱 사용의 활성화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플라스틱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농촌에서 매년 발생하는 폐비닐은 멀칭필름을 포함해 약31만 톤에 달하는데, 수거되는 물량은 20만 톤 정도다. 나머지는 10여만 톤은 불법소각이나 매립, 또는 방치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데, 농촌지역 환경오염은 물론 농작물 재배에도 심각한 피해를 준다. 이에 환경부는 영농폐비닐 수거율을 높이기 위해 수거보상금 지급물량을 2020년 20만1000톤에서 올해는 3100톤을 더 늘릴 계획이다. 지자체들도 1㎏당 50~330원의 폐비닐 수거보상금을 지급한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이 농업용 멀칭필름이다.

정철수 이사장은 “영농 필름은 크게 하우스용과 멀칭필름으로 구분된다”면서 “깨끗하게 관리된 하우스필름은 재활용 시 85% 이상의 수율이 나오지만 멀칭필름은 90%가 흙, 모래, 먼지, 수분 등이라서 활용하는 것은 10% 남짓이고, 재생제품을 만들더라도 사용처가 크게 없다”고 지적한다. 100% 분해가 되는 생분해성 멀칭필름의 사용 확대가 필요한 이유다.

일신화학공업(주)에서 생산하는 생분해성 멀칭필름 ‘바트로’를 예로 들면 기존의 PE소재가 아니라 생분해성수지(PBAT)로 생산돼 토양 속에서 물, 이산화탄소 등에 의해 300일 정도면 완전 분해가 된다. 필름이 생산된 시점부터 분해가 시작되기 때문에 보관기관이 6개월이란 단점이 있지만 회수 및 폐기비용이 절감되고, 농촌노동력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단가가 3~4배 정도 높지만 PE소재의 멀칭필름을 사용한 이후에 소요되는 수거비용, 사회적 처리비용 등을 감안하면 생분해성 멀칭필름의 사용을 촉진하는 것이 환경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훨씬 유리할 수 있다.

이런 판단에 따라 한국플라스틱산업협동조합에서는 농업용 생분해성 멀칭필름의 단체표준 제정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수요기관에서 신뢰하는 품질기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단체표준은 한국산업표준(KS)이 없는 경우에 한해 제정할 수 있는데, 제품의 품질고도화, 생산효율 향상, 기술혁신 등을 통해 산업경쟁력 향상을 목적으로 한 기술에 관한 기준이다.

한국플라스틱협동조합은 2020년 5월,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국고로 단체표준의 제정을 지원하는 컨설팅사업에 참여해 단체표준을 개발하고, 올 2월까지 제정등록을 추진했다. 그런데 지난 3월, 단체표준종합정보센터 예고기간 중에 관행 PE필름 생산업체들의 반대로 제정이 지연되고 있다. 이해관계자 중 한사람이라도 반대하면 제정되지 못하는 제도의 맹점 탓이다.

정철수 이사장은 “농업용 생분해성 멀칭필름의 단체표준을 제정하는 것은 기존 폴리에틸렌 멀칭필름 생산업체들의 시장참여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정책변화에 부합하는 새로운 시장으로의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수요기관에서 신뢰할 수 있는 일정 수준의 품질기준을 마련하려는 취지인 만큼 조속한 표준제정이 절실하다”며 말을 맺었다.

서상현 기자 seos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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