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생업 박탈 행정처분”
축산농가 반대 불구 
농식품부는 일방통행
규제 강화 한 길 ‘도마위’


정부가 축산 농가와 단체 반발에도 불구하고 방역 규정을 위반한 농가에 계도 없이 바로 사육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가축전염병예방법(가전법) 시행령’ 개정<본보 7월 6일자 9면 참조>을 강행키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15일 고시, 다음 달 23일까지 공고한 입법예고안엔 관련 내용이 빠져, ‘농가 생업을 박탈하는 심각한 행정처분’이란 축산업계 의견을 받아들인 것처럼 보였지만 이번에만 빠졌을 뿐 조만간 관련 안도 추진하겠다는 게 농식품부 입장. 이와 함께 ‘과태료 상향 및 보상금 지급액 하향 조정’ 등 축산 농가와 단체가 문제를 지적한 가전법 시행령 개정 주요안도 수정 없이 이번 입법예고에 담겨, 정부에 대한 축산업계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농식품부는 다음 달 23일까지 ‘가축전염병 예방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안에 농식품부가 축산단체 등에 의견 조회를 보냈을 때 들어있던 ‘가축사육시설의 폐쇄 또는 사육제한 기준’이 빠졌다. 당시 농식품부가 의견조회를 보낸 개정령안엔 가축전염병 감염 농가나 인근 농가가 이동 제한 명령을 위반했을 경우 곧바로 사육 제한 6개월 처분, 2회 이상 어겼을 시 농장 폐쇄 조치 내용이 들어있었다. 외국인 근로자 고용 및 가축전염병 발생국 입국 신고 미이행 등에 대해서도 같은 규제를 적용키로 했다. 

이 같은 개정령안을 접한 축산단체에선 ‘농장의 사용 중지나 폐쇄 명령은 농가의 생업을 박탈하는 심각한 행정처분이자, 기존 법령에서도 지자체장이 6개월 이내 사용 중지 명령 또는 폐쇄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지역 여건이나 상황을 고려해 적용할 수 있도록 지자체장 재량권이 유지돼야 한다’는 의견 등을 농식품부에 보냈고, 이후 관련 입법예고안엔 이 개정령안이 빠져 농식품부가 축산업계 의견을 받아들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본보 취재 결과 농식품부는 조만간 이 개정령안에 대해서도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또 의견 조회 기간 중 축산단체가 문제를 지적했던 가전법상 위반행위에 대한 과태료 부과기준 상향(방역 관련 법 위반 행위에 대한 과태료 1회 위반 200만원→500만원 등)과 최초 신고 농가에 대한 가축평가액의 90%(기존 100%) 살처분 보상금 지급 개정은 이번 입법예고에 그대로 담았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 방역정책과 관계자는 “질병관리등급제와 관련해 급하게 진행해야 할 것들이 있는데 이 내용(농장 사용 중지나 폐쇄 명령)은 규제를 신설해야 해 규제 심사를 받아야 하는 등 시간이 부족해 이번 입법예고에선 뺐다”며 “조만간 관련 개정도 입법예고 절차 등 본격적인 일정을 잡아 진행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과태료 상향과 최초 신고 농가 보상금 지급액 개정은 이미 질병 관련 학계나 현장에서 계속해서 지적됐던 사안들이었고, 농장 사용 중지나 폐쇄 명령도 지자체에서 기준이 없어 혼란스러워했던 내용이었다”며 “입법예고 기간 중 의견들이 더 제시될 수 있지만  큰 골자는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축산업계에선 현장 의견을 철저히 무시한 채 가전법 시행령 개정을 단행하는 농식품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대다수의 축산단체가 의견 검토 기간 중 반대 의견을 냈음에도 이 내용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규제만 강화하는 농식품부 방침에 대해서도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축산단체 한 관계자는 “가축 사육을 중단하라는 것은 축산 농가에 도산하라는 것과 같다. 가축 사육을 중단하면 사룟값을 비롯한 각종 대금을 지급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계도도 없이 가축 사육을 제한하는 건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축산업을 대하는 농식품부의 입장이 어떤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과태료 상향 및 보상금 지급액 하향 조정’ 등 이번 가전법 개정은 규제에만 얽매여왔던 축산업을 더 옥죄는 행태로, 당장 기존 내용으로 회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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