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시설단지 침수 속출

[한국농어민신문 구자룡·최상기·양민철 기자] 

강해옥 한농연경남도연합회 정책부회장이 6일 폭우로 큰 침수피해를 입은 진주시 장재들판 멜론 비닐하우스를 가리키면서 잦아진 수해와 더딘 배수개선사업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하고 있다.
강해옥 한농연경남도연합회 정책부회장이 6일 폭우로 큰 침수피해를 입은 진주시 장재들판 멜론 비닐하우스를 가리키면서 잦아진 수해와 더딘 배수개선사업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하고 있다.

경남 멜론농가 강해옥 씨
70cm 가까이 하우스 물에 잠겨
다시 정식도 못하고 실농 위기

장마전선이 몰고 온 ‘물폭탄’ 수준의 폭우가 경남지역 곳곳을 급습하면서 농경지 침수피해가 속출했다. 특히 비닐하우스 농업시설이 늘어났지만, 수십 년 전 수도작 중심으로 설계됐던 배수시설이 물 관리에 한계를 드러내며 실농을 안기는 들판도 많아 안타까움을 더했다.

지난 6일 오전 경남 진주시 장재들판에서 만난 강해옥 씨는 물에 70cm 가까이 잠긴 멜론 비닐하우스를 가리키며 깊은 한숨을 토했다. 강 씨가 애지중지 키워온 멜론은 이미 물속에 깊이 잠겨 있어 실농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수확 시기를 고려할 때 정식을 다시 할 수도 없다.

강 씨는 간밤에 마치 ‘물 폭탄’이 내리듯 폭우가 급습하자 새벽부터 비닐하우스로 들어오는 물과의 사투를 벌였다고 한다. 급격히 불어난 물에 잠겨가던 비닐하우스를 구하고자 농업용 소형양수기 여러 대를 이곳저곳 옮겨가며 가동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물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불어나기만 했다. 급기야 배수관로에 있던 물이 역류를 하면서 비닐하우스단지를 삽시간에 물바다로 만들어 버렸다. 물을 빼낼 곳을 잃게 되자 소형양수기도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말았다.

문제는 이곳 농민들이 일찍이 이러한 침수피해를 걱정하며 조속한 배수개선사업 시행을 줄기차게 건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진행이 더디어 우려가 현실로 고스란히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곳 장재들판의 빗물은 작은 수로를 따라 약2km 정도 떨어진 집현면 장흥리 월평배수장을 거쳐서 지내천으로 흘러들어가 남강과 합류한다. 남강댐 물을 방류하면 남강 합류지점과 가까운 이곳 지내천의 수위도 급상승하기 때문에 월평배수장의 인위적인 배수능력이 중요하다.

그러나 월평배수장은 과거 수도작 중심 영농상황을 반영해 영세하게 설계됐다. 배수펌프도 1998년 원동기 1호기로 부족해 2007년 원동기 2호기가 추가로 설치됐지만 여전히 역부족이었다. 배수장까지 이르는 배수로도 매우 협소해서 넘쳐 역류할 때가 많다.

이에 부쩍 잦아진 집중호우와 남강댐 방류 및 수위상승에 대한 대응력이 떨어져 침수피해 예방에 역부족이라는 주민들의 지적이 수해가 발생할 때마다 빗발쳐왔다.

월평배수장 배수능력 제고 등
335억원 규모 정비사업
계획만 세우고 사업추진 더뎌
집중호우 등 대응 못해
해마다 침수피해 되풀이 '원성'


이를 반영해 진주시는 협소한 배수로를 넓히고 월평배수장의 배수능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한편, 유수지를 확보하는 내용으로 약 335억원 규모의 장재·장흥지구 재해위험지구 정비사업 계획을 수립했으나, 사업추진이 더디어 올해 장마에도 침수피해 농가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이에 대해 강해옥 씨는 “농장에서 양수기로 퍼낸 물이 배수로로 흘러나가야 하는데, 배수로 물이 제때 빠지지 않고 오히려 역류를 해서 농장을 잠기게 하는 피해가 올해도 반복됐다”며 “계획만 세워놓고 늑장을 부릴 것이 아니라, 하루 빨리 착공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피력했다.

한농연경남도연합회 정책부회장을 맡고 있기도 한 강 씨는 “이상기상이 더욱 빈번해지면서 작년 막대한 수해 발생에 이어 올해 장마에도 곳곳에 침수피해가 잇따르고 있다”며 “농민들의 우려와 지적에 제발 귀를 기울여 조속한 재해방지대책을 실행해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아울러 강 부회장은 “시설하우스단지가 많아진 들판에 대해서는 수십년 전 수도작 중심의 영농상황을 감안해서 설계된 옛 배수시설을 조속히 정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진주=구자룡 기자 kucr@agrinet.co.kr

 

지자체별 피해농가 조사
병해충 방제·방역 강화
복구비 지원계획 수립 나서

한편 7월 초순부터 시작된 장마의 영향으로 경남을 비롯해 전남, 전북 등 남부지역에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크게 발생했다.

경남지역에는 7월 3~8일 새벽까지 고성 514㎜, 남해 467㎜, 하동 416㎜, 진주 317㎜를 비롯해 평균 321㎜의 많은 비가 내려 546ha의 농경지에 침수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경남도에 집계됐다. 또한 하동군 적량면에서는 토사유출로 인해 농촌주민 1명이 다리 골절의 부상을 입었으며, 하동·고성·사천·창원 등지에서 27세대 64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기도 했다.

특히 전남지역 침수 및 가축 폐사 등의 피해가 컸다. 전남에서는 7월 5~8일까지 해남 533㎜, 장흥 466㎜, 진도 460㎜ 등 평균 254.8㎜의 강우를 기록했다. 경남지역보다 평균 강우량은 적었음에도 침수 피해는 벼 2만4937ha, 시설작물을 포함한 밭작물 149ha, 과수 1ha 등에서 발생했다.

지역별 침수피해를 보면 해남 5275ha, 진도 5149ha, 고흥 4949ha, 장흥 3764ha, 영암 1384ha 등으로 나타났다. 가축도 순천·나주·해남 등 8개 시·군 29농가에서 한우와 닭 등 29만9000마리의 폐사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전남도는 집중호우 지역 조기 퇴수 작업 및 병해충 방제·방역을 실시하고 피해농가 정밀 조사를 통한 복구비 지원 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다.

전북지역에서도 7월 5~8일까지 내린 집중호우로 인해 농경지 침수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 기간 무주에 최고 239mm의 폭우가 쏟아진 가운데 전북지역 호우 피해 현황을 보면 임실군 등 9개 시·군에서 농경지 67.3ha가 침수되거나 매몰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역별 피해 현황은 임실군 19ha, 정읍 18.5ha, 익산 11.4ha, 무주 10.2ha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작목별 피해는 벼 37.9ha, 콩 5.2ha, 인삼 4.5ha, 배추 3.9ha, 수박 1.6ha, 축사(한우)2동의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전북도는 논 물 빼기와 배수로 정비 등 농작물 피해 예방 기술 지도를 실시하고 추가 피해 지역에 대한 접수를 받고 있다.

진주·전남·전북=구자룡·최상기·양민철 기자 kucr@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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