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올해 배 재배면적이 지난해 대비 7.5% 증가했다. 2000년 이후 계속해서 줄어들던 배 재배면적이 21년 만에 반등한 것. 배 업계에선 가격·소비 지지와 국내 육성 신품종 확산이 맞물린 고무적인 현상으로 보며,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고 외형을 중요시하는 배 구매처·소비자 인식 개선, 신품종에 맞는 유통체계 구축 등 여러 과제도 제시하고 있다. 

올해 배 재배면적 9774ha전년대비 7.5% 증가
냉해·서리 피해 등에 강한 국내 육성 신품종 확산 덕

▲21년 만에 배 면적이 반등했다
=통계청은 지난달 28일 ‘2021년 사과·배 재배면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 배 재배면적은 9774ha로 지난해 9091ha 대비 7.5% 증가했다. 작목 재배면적의 증감은 매년 있는 현상이지만, 올해 배 재배면적이 증가한 건 유독 주목받을 만한 일이다. 그동안 배는 ‘명절 제수·선물용’이라는 한계 속에 가격 부침을 겪으며 2000년 2만6142ha 이래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면적이 감소했다. 2019년엔 1만ha 밑으로 떨어지며 사과와 함께 국내 양대 과일이라는 명성에 생채기를 입기도 했다. 그러다 올해 21년 만에 첫 반등을 일궈낸 것이다. 

배 업계는 ‘소비·가격 지지’와 ‘국내 육성 신품종 확산’을 면적 반등의 주요인으로 꼽고 있다. 재배면적이 줄어들었던 데다 지난해를 비롯해 근래 들어 봄철 냉해와 서리, 태풍 피해 등으로 생산량이 급감, 최근 배 시세가 비교적 양호하게 형성됐다. 더욱이 미세먼지와 코로나19 확산 속에 기관지 효능이 있는 배에 대한 소비자 인기가 늘어난 것도 시세를 지탱해 준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배 면적 증가엔 국내 육성 신품종이 자리 잡고 있는 현상도 빼놓을 수 없다. 농촌진흥청 배연구소가 육종한 신화, 창조, 슈퍼골드, 그린시스, 추황, 화산, 만풍 등의 신품종이 도매시장과 소비지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며 시나브로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육성 신품종은 기존 신고배 대비 대부분 냉해나 서리 피해 등에 강해 신규 재배 농가가 신품종 배를 선호하고 있다. 

강삼석 농촌진흥청 배연구소장은 “냉해에 강해도 소비지에서 인기가 없으면 심는데 꺼릴 수밖에 없고, 반대로 소비지에서 인기가 있어도 병충해나 날씨 변화에 민감하면 또 산지에서 선뜻 심기가 꺼려진다”며 “다행히 신품종 배는 재배가 수월한 가운데 최근 도매시장과 소비지에서 부각되며 신규 배 재배 농가들이 신품종 배를 선호하고, 이게 배 면적 증가로 이어진 것 같다. 앞으로도 신품종 배 확산에 주력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외형·크기 위주 상품성 판단' 소비자 인식 바꿀 필요성
소포장 정착 포장비 지원 등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앞으로가 더 중요=배 업계에선 20년 넘게 줄어들던 배 재배면적이 반등한 건 고무적인 현상이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밝힌다. 자칫 어렵게 만들어지고 있는 기회를 차버려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배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타 과일보다 유독 외형과 과 크기 위주로 상품성을 판단하는 배 구매·소비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산지에선 강조하고 있다. 

경북 예천 배 농가인 이현부 참한농원 대표는 “올해 처음으로 신화를 심었고, 만풍, 화산 등의 신품종 배도 재배하고 있다. 이 중에서 만풍을 예로 들자면, 만풍은 신고보다 보름가량 빨리 수확할 수 있어 추석에 제격이고 맛도 좋지만 색이 검어 시장에서 가격을 잘 쳐주지 않는다”며 “배는 다른 과일과 달리 너무 외형을 중요하게 보는데 이런 인식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렇게 되면 선물용이 아닌 일반 소비로도 나갈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며 “이를 위해 우선은 리플릿 등을 활용해 ‘이 배는 색은 검고 외형은 울퉁불퉁하지만 이는 이 배의 기본 특성으로 맛은 어느 배보다 뛰어나다’는 등의 설명 문구를 붙일 필요가 있다. 특히 코로나19와 미세먼지가 계속해서 문제 되고 있는 지금, 배에 대한 효능을 널리 알리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신품종 배의 정착과 더불어 소포장 유도 등 유통구조 개선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전남 나주 배 농가인 권상준 우리한국배연구회장은 “농진청 배연구소의 노력에 대한 결실과 농가들의 지속적인 관심으로 신품종 배가 늘어나고, 배 소비도 증가하며 면적이 반등한 건 고무적인 현상”이라며 “이에 만족하지 않고 배 소비가 장기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선 과가 작은 신품종에 맞게 소포장이 정착돼야 한다. 정부에서 소포장을 진행하려 했지만 잘 안 됐는데, 소포장을 정착시키려면 초반엔 포장재비를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저장도 중요하지만 여러 품종이 적기 수확, 적기 출하할 수 있는 생산, 유통구조가 정착돼야 한다”며 “면적이 증가하고 신품종이 정착하기 시작한 지금, 배는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는 식으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올해 사과 재배면적은 3만3439ha로 지난해 3만1598ha 대비 5.8% 증가하며, 2016~2018년 면적(각 3만3300ha, 3만3601ha, 3만3234ha) 수준으로 회복됐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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