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길 논설위원, 농정전문기자

[한국농어민신문 이상길 농정전문기자] 

부르르~서울 관악구에 있는 주민조직의 회원 단톡방이 경쾌하게 울린다. 관악구 주민들과 경북 상주 농민들이 2018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농산물 공동구매와 장터 소식이다. “상주생산자들의 정성이 담긴 농산물!! 금요일 저녁 6시까지 주문받습니다. 다음 주 수요일에 공동구매와 장터를 함께 진행합니다. 건강한 농산물 구매도 하고, 기부에도 동참합니다. 판매수익금의 일부는 마을공간 조성기금으로 후원됩니다.”

2018년 서울시 지원의 ‘도시-농촌 상생공동체 사업’으로 시작한 관악주민들과 상주 농민들의 도농공동체사업이 어느새 4년을 지나고 있다. 이 사업에 대한 서울시의 예산 지원기간은 3년으로 지난해 끝났지만, 관악과 상주 주민 간의 직거래와 도농교류는 계속 이어지면서 일상에서 자연스레 하나의 생태계로 정착됐다. 상주의 ‘얼굴 있는 생산자’와 관악의 ‘마음을 알아주는 소비자’의 만남이 주는 재미가 쏠쏠하다.

관악구에서는 ‘협동조합 관악위즐’을 중심으로 마을공동체와 NGO들이 네트워크를 형성, 올해 1000여명의 주민들이 참여한다는 목표다. 참여단체는 관악사회복지, 관악주민연대, 관악공동체라디오, 삼성고사회적협동조합, 관악뿌리재단, 관악도시농업네트워크, 놀자엔터테인먼트협동조합, 관악정다운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등이다. 상주에서는 상주로컬푸드협동조합을 통해 소농, 여성농민 등 30여명의 농민들이 과일, 채소, 가공식품, 친환경 등 다양한 농산물을 관악주민들에게 보내고 있다.

거래 방식은 원하는 농산물을 선주문하고, 물품은 관악의 공동체들이 있는 거점공간에서 수령하는 ‘선주문 공동구매’, 카카오톡 채널 등을 통한 온라인 거래, 야외 장터, 그리고 상설전시판매장 등 4가지다. 코로나로 인해 야외장터가 축소된 데 대한 보완책으로 올해 중 온라인쇼핑몰을 개설, 상시 운영할 계획이다.

상설판매장은 관악위즐, 관악주민연대, 비영리단체 ‘세상과연애하기’, 예비사회적기업 ‘어울리’가 3월부터 봉천동에 운영하는 공동체 공간인 ‘우리잘어울림’에 마련된다. 이곳은 상주농산물 판매와 함께 취약계층 대상 음식나눔 활동 공간이기도 하다.

상주와 관악은 직거래장터, 공동구매, 명절 선물 특판, 현장 견학 등 수년간 도농교류사업을 통해 큰 신뢰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런 신뢰를 기반으로 여러 형태의 협력사업이 가능해지면서, 해가 갈수록 사업이 차츰 확대되고, 고도화된다는 평가다. 탄탄한 관악과 상주의 풀뿌리조직과 농민조직이 만든 기분 좋은 변화다.

이 사업에 참여하는 관악 주민들은 “마음을 알아주는 소비자, 농부를 생각하는 소비가 필요하고, 나와 가족의 건강과 지속가능한 밝은 농촌을 만드는데 동참한다”는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 농민과 농촌 입장에서는 좋은 이웃이자 농업의 가치에 공감하는 큰 우군을 얻은 셈이고, 관악주민들은 건강한 농산물로 가족의 건강을 지키고, 사회의 미래에 투자하는 셈이다.

관악과 상주의 지속적인 교류 속에서 상주로 귀촌하자는 모임까지 생겼다고 한다. 지난해 1월에는 관악의 마을활동가 50여명이 상주에서 1박2일 만남을 진행했고, 올해도 서울시와 지자체가 운영하는 상주 서울농장 프로그램에 관악주민들의 참여가 확대되고 있다.

홍선 협동조합 관악위즐 이사장은 “이 사업은 소농과 여성농민의 소득 증대, 그리고 건강한 농산물 소비로 도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효과가 있다”면서 “단순히 도농상생의 문화를 확산하는 것을 넘어 자원봉사와 복지 서비스 연계로 취약계층에 신선한 먹거리를 지원하고, 수익금을 지역 풀뿌리 단체에 기부, 지역사회공헌과 사회문제 해결에도 기여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정열 상주로컬푸드협동조합의 이사장은 “지난 4년간 교류를 통해 관악주민들은 농업에 대한 이해, 특히 상주 농민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 “우리도 더 자주 관악에 올라가 주민들에게 상주 농산물을 알리고, 취약계층 지원에도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여성농민회와 언니네텃밭 활동으로 잘 알려진 김정열 이사장은 올해 상주와 관악 공동체끼리 농산물꾸러미 사업도 진행해 보고자 한다.

관악과 상주의 도농공동체사업이 코로나를 넘어 지속 발전하는 것은 관악구의 탄탄한 주민운동 네트워크, 그리고 농민운동을 넘어 주민운동과 사회적경제로 진화한 상주의 지역공동체가 연대하고 상호 신뢰를 쌓은 결과다. 시장경제에는 없는 사람 간 온기를 교류하며 얻은 믿음과 지지가 있기에 코로나 상황에서도 사업이 지속되는 것이다.

코로나 시대, 비대면・온라인・4차산업혁명이 번지고 있지만, 그것은 우리를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단절케 한다.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사람이고, 관계이고, 함께 하는 공동체다. 서로 기대며 천천히 함께 가는 관악과 상주의 상생에서 코로나 시대 또 다른 희망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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