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도매시장 활성화, 해법은? <상> 도매시장 역할과 현황

[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돼지 도매시장에서 전자식 경매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제주도를 포함, 전국 12개 지역에 돼지 도매시장이 개설돼 있으나 갈수록 도매시장 반입량이 줄어들고 있다.
돼지 도매시장에서 전자식 경매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제주도를 포함, 전국 12개 지역에 돼지 도매시장이 개설돼 있으나 갈수록 도매시장 반입량이 줄어들고 있다.

돼지도 한우와 같이 전국적으로 도매시장이 개설·운영되고 있지만 양돈 농가들은 편리함과 비용부담 등을 이유로 도매시장 출하를 기피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돼지 거래에서 기준가격 역할을 하는 도매가격의 대표성에도 의문 부호가 달리고 있다. 이에 돼지 도매시장에 어떤 문제가 있고, 이를 위한 해법은 무엇인지, 도매시장의 역할과 현황,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2회에 걸쳐 다뤄본다.

 

전국 도매시장 12곳전자식 경매로 투명 거래 기준가 제시도

▲돼지 도매시장 역할=도매시장은 기본적으로 수요자와 공급자에게 효율적이면서 안정적으로 농축산물을 거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돼지 거래에도 이러한 역할을 하는 도매시장이 제주도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12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돼지 도매시장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대한한돈협회와 정피엔씨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돼지 도매시장에선 현재 전자식 경매를 통해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다수의 중도매인들이 가격을 제시하면 경쟁에 의해 낙찰이 결정되는 방식이다. 즉, 출하자의 돼지를 수탁 받은 도매시장법인이 경매에 참가하는 다수의 중도매인, 매매참가인을 상대로 가격을 제시하게 한 다음, 그 중 최고가격을 제시한 쪽에 판매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경매는 공개판매제도로, 거래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보장되고 견본경매 등을 통해 단시간 내에 많은 물품을 거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또한 도매시장은 돼지 거래에서 기준가격을 제시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국내 돼지 기준가격은 12개 도매시장 가운데 제주도를 제외한 11개 도매시장의 비육돈(탕박)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결정하고 있다.

 

수익률 높은 직거래 선호 탓 도매시장 돼지 반입 계속 줄어

작년 경매 진행 88만여 마리 뿐

“출하규모 위축 땐 기능 상실
활성화 방안 반드시 마련해야” 

▲돼지 도매시장 현황=국내에는 현재 수도권 4개, 중부권 1개, 영남권4개, 호남권 2개, 제주 1개 등 7개 공판장을 포함해 총 12개의 도매시장이 개설돼 있다. 이 도매시장은 국내산 돼지 및 돼지고기 유통경로 중 하나로, 돼지·돼지고기 유통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양돈 농가에서 식육포장처리업체로 출하하고, 이를 도축장에서 도축한 다음 도매시장에서 경매하거나 소매상으로 직거래하는 방법. 두 번째는 농가에서 도매시장에 돼지를 직접 상장한 후 소매상으로 가는 경로다. 세 번째는 양돈농가와 소매점이 계약해 도축장에서 임도축한 다음 소매상으로 가는 경우다.

그러나 도매시장 돼지 반입량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한돈협회 자료에 따르면 도매시장 돼지 경매 마릿수는 2001년 254만1417마리, 2002년 314만2150마리에서 매년 11만2388마리씩 감소하는 추세를 보여, 2019년에는 돼지 등급판정마릿수의 5.4% 수준인 95만8605마리를 기록하며 100만 마리 이하로 떨어졌다. 지난해는 사정이 더 나빠져 전체 도축 마릿수 1832만9000마리의 4.8%에 불과한 88만4000마리만이 도매시장에서 경매가 이뤄졌다. 여기에서 지역 특수성이 뚜렷한 제주도 물량을 제외할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2019년은 도매시장 거래량이 돼지 전체 도축량의 4%(71만6953마리) 수준이었고, 2020년에는 3.5%(63만5939마리)만 도매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졌다.

이는 도체 품질만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할 경우 직거래의 마리당 수익이 도매시장 대비 안정적으로 높아 양돈 농가에서 도매시장 출하를 기피하기 때문으로, 현재 직거래가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공급과 수요에 의해 돼지 가격이 결정되는 도매 시장 기능이 점차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양돈 전문가들은 “돼지 도매시장은 출하량이 많을 때도 이를 충분하게 수용할 수 있는 다양한 수요자를 확보해 돼지가격이 급락하거나 폭락하는 것을 방어할 수 있어야 한다”며 “지금 같이 도매시장 출하규모가 위축되면 본래 기능을 상실할 수밖에 없는 만큼 도매시장 활성화 방안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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