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량 과학기술정책연구원 혁신성장정책연구본부장

곤충·대체육·해조류·양식어류 등
새로운 미래 식재료로 주목
식량위기 대비 더 많은 관심·투자를

세계식량기구(FAO)의 전망에 의하면 세계인구는 2050년 90억명까지 증가하게 되고 이들을 부양하려면 농식품산업은 지금보다 60%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해야 한다. 지구상에는 더 이상 새로운 농경지를 만들 땅이 거의 없고 기후변화와 농업으로 인한 환경부담이 한계상황을 향해가고 있는데도 말이다. 해법은 바이오기술과 디지털기술로 우리에게 익숙한 작물과 축종의 생산성을 한 단계 끌어 올리는 것인데 이것만으로는 60% 더 많은 식재료를 공급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이전에는 관심을 두지 않던 새로운 식재료에 대한 탐색과 연구개발도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현재 가장 유망한 인류의 미래 식재료는 곤충, 대체육, 해조류, 양식어류 등이다. 곤충은 이 중에서도 경제적, 기술적 관점에서 잠재력이 으뜸이다. 2013년 유엔 식량농업기구의 보고서에 따르면 인류에게는 1900종의 경작 가능한 곤충들이 있으며, 이미 20억의 지구인들이 벌이나 메뚜기, 나방벌레를 규칙적으로 소비하고 있다. 곤충은 지구상에 개체총량이 풍부하고 저지방 고단백에 섬유질과 미네랄이 풍부하며 고품질 축산사료가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최고의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도 60년대 이후 잠사연구에서부터 축적된 곤충에 대한 연구경험과 연구인력을 바탕으로 국공립연구기관을 중심으로 곤충을 식량으로 사용하기 위한 산업화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대체육은 세포배양 기술을 활용하는 배양육과 식물의 단백질로 육류의 모사품을 만드는 연구와 산업화가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 중이다. 식품연구자들은 2013년 초에 이미 연구실에서 소의 줄기 세포로부터 갈은 쇠고기 형태의 합성고기를 배양하는데 성공했다. 아직은 실험용 패티를 만드는 데 수천만원이 소요되고 식감은 느슨하고 맛은 싱거운 상태이지만 전문가들은 10~20년 후면 요리사가 냄새와 맛을 낸 쇠고기와 유사한 품질에 가격도 적당한 제품이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식물유래 단백질을 활용하는 식물성 고기도 전세계 농식품 벤처기업의 경쟁 속에서 산업화를 향해 질주 중이고, 빌게이츠를 비롯한 세계적인 투자자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조금만 눈을 돌리면 바다농사도 미래의 유망한 식재료 공급원이다. 해조류는 식량으로서의 가능성도 풍부할 뿐 아니라 미래 생물연료로도 높은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해조류는 인간과 가축에게 똑같이 식량으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사료작물과 식량작물 간의 농지경합을 해소하고 미래 식량부족 문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해조류는 지구상에서 가장 빨리 자라는 식물이며 아시아를 중심으로 오랫동안 재배되어 왔기 때문에 기술과 생산기반, 소비경험이 잘 갖추어져 있는 장점이 있다.

식품 전문가들은 조류농업이 바다와 민물 양쪽에서 재배될 수 있기 때문에 세계 최대의 농작물 산업이 될 수도 있다고 예측한다. 양식어류도 미래 식량을 위한 포트폴리오에서 매우 중요하다. 90억 명의 지구 인구에게 충분한 식량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육지보다 바다에서 의존해야만 적정한 단백질과 좋은 비타민과 미네랄을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35개국이 야생에서 잡은 물고기보다 양식된 물고기를 더 많이 생산할 정도로 양식업은 빠르게 발전 중이다. 2011년 이후부터는 인류는 쇠고기보다 어류에서 더 많은 단백질을 공급받고 있는 것으로 보고될 정도이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2018년 기준 47% 이지만, 사료용 곡물을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23.4%에 불과하다. 주식인 쌀을 제외하면, 사료용이나 가공용으로 소비되는 밀, 콩, 옥수수 등의 90% 이상은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코로나처럼 글로벌 감염병의 발생빈도가 잦아지고 인구증가로 국가간 식량경합이 심화되어 곡물의 국제이동이 제한된다면, 국내 식품가공산업이나 축산업에 사용되는 곡물공급에는 매우 큰 차질이 불가피하고 물가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런 시나리오는 전망이 아니라 반드시 다가올 미래로 미래학자들이 의견을 같이하는 부분이다.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들보다 미래 식재료에 더 많은 관심과 이른 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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