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대한수의사회가 AI 백신 도입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 지난 21일 수의사회 회의실에서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대한수의사회가 AI 백신 도입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 지난 21일 수의사회 회의실에서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뉴캐슬병바이러스 벡터백신
오리에도 적용 가능해 주목
정부는 “현 방역정책 유지” 

고병원성 AI(이하 AI) 백신 도입으로 인한 인체 감염 우려에 대해 전문가들이 가능성이 극히 낮다며, AI 백신 도입을 통한 방역정책 다변화를 촉구했다.

지난해 11월 AI 재발생 이후 대규모 예방적 살처분이 이뤄지면서 농가 피해 저감을 위해 AI 백신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바이러스 변이와 상재화, 인체 감염 우려 등을 거론하며 기존의 ‘백신 도입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한수의사회는 AI 백신 도입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를 위해 지난 21일, AI 및 백신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고병원성 AI 백신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송창선 건국대 수의대 교수는 차단 방역에 대한 한계를 지적하며 백신 도입을 주장했다.

송창선 교수는 “지금은 철새로 인한 AI 발생이 대부분인데, 철새로 인한 감염은 차단 방역만으론 방어가 불가능하다”며 “살처분과 동시에 다양한 백신 사용을 검토하면 방역정책의 다양화가 가능해진다”고 언급했다.

송창선 교수는 백신 도입 후 바이러스 변이로 인한 인체 감염 우려도 일축했다. 송 교수는 “우리나라는 중국처럼 재래시장에서 가금류를 살아있는 상태로 거래하지 않기 때문에 백신을 도입해도 우려하는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창선 교수는 그러면서 AI 백신으로 개발되고 있는 ‘뉴캐슬병바이러스 벡터 백신’에 대해 소개 했다. 송 교수는 “뉴캐슬병바이러스 벡터 백신은 높은 면역원성, 안전성, 높은 종란 내 증식성, 비병원성 등의 장점이 있고, 생독 및 사독 백신으로 모두 활용 가능해 AI와 다양한 양계 질병에 백신으로 사용할 수 있다”며 “특히 건국대에서 개발한 뉴캐슬병바이러스 벡터 백신은 오리에게 감염이 가능해 AI 전파의 주요 원인인 오리에 대한 백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2016~2017년 AI 발생 당시 백신 도입에 우려를 표명했던 권혁준 서울대 수의대 교수도 입장을 바꿔 백신 도입에 힘을 실었다. 권혁준 교수는 “과거 AI 백신 도입 논의가 있었을 때는 준비가 부족한 상태였기 때문에 백신 도입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으나 이제는 충분한 AI 발생원인 정보가 축적됐고, 백신 기술도 진전됐다”며 “인체 감염 우려가 있었지만 지금 바이러스는 병원성이 약해져 이런 우려가 거의 없어졌다”고 전했다.

AI 발생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에선 가장 강하게 백신 도입을 요구했다. 안길호 경기도 동물위생방역과 조류질병관리팀장은 “2003년부터 AI 발생 현장에 있었는데, 수많은 검사에서 아직까지 항체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사람 감염이 없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 생독백신이나 벡터 백신에 대한 개념이 없었을 때는 살처분이 많았지만, 지금은 IoT(사물인터넷) 기술로 질병 발생 농가를 관리할 수 있어 백신 효과에 대해서도 검토가 가능해졌다”며 “경기도만이라도 산란계, 종계 등을 대상으로 백신 시범 도입을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같은 목소리에도 정부는 AI 방역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황성철 농림축산식품부 조류인플루엔자방역과 서기관은 “인체감염 위험성이 낮다는 주장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예전에는 H5N8형 바이러스는 인체감염이 없다고 했는데, 최근 러시아에서 변이가 일어나 인체 감염 사례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언제라도 변이가 일어나 사람에게 바이러스가 감염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며 “아직 백신에 대한 단점이 완벽하게 보완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 방역정책에는 기본적으로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에 유일한 인체 전문가로 참석한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도 코로나19 백신을 예로 들며 부작용, 변이 등을 고려해 AI 백신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우주 교수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AI와 상당히 유사한 점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코로나19 백신도 부작용, 변이로 인한 3차 접종 언급 등 각종 논란이 있다”며 “양계 농가의 절박한 심정은 이해하지만 백신 도입 이후의 파급효과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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