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에너지 전환이 전 지구적 과제로 부상한 가운데, 최근 농촌지역 곳곳이 ‘태양광 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해상풍력을 둘러싼 어민들의 반발도 거세다. ‘기후악당’이라 불릴 만큼 대응이 늦었던 우리나라에서 기후 위기의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농업·농촌이 에너지 전환 갈등의 최전선이 되어버린 형국이다.

‘2050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서는 현재 농촌지역에서 태양광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갈등의 근본 원인과 해법을 찾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어디서부터 실마리를 찾아야 할까.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에게 만남을 청했다.

□ 일시 및 장소
○ 2021년 5월5일(수) 오후 2시 ○ 한국농어민신문 4층 회의실
○ 사회 김선아 농업부 부국장

김정섭 박사는 지난달 자신의 SNS를 통해 ‘아마추어 계산법’을 전제로 벼농사 이산화탄소 흡수량을 직접 계산하고 탄소 수지 측면에서 농지 태양광 설치의 문제점을 공개 비판해 주목을 받았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고투입을 전제로 하는 산업적 영농이 아니라 ‘농민 농업’의 확산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그는 기회 있을 때마다 잠재적 탄소흡수원인 농지에 대규모 태양광 발전 설비를 무턱대고 들이는 정책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혀왔다.
김정섭 박사는 지난달 자신의 SNS를 통해 ‘아마추어 계산법’을 전제로 벼농사 이산화탄소 흡수량을 직접 계산하고 탄소 수지 측면에서 농지 태양광 설치의 문제점을 공개 비판해 주목을 받았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고투입을 전제로 하는 산업적 영농이 아니라 ‘농민 농업’의 확산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그는 기회 있을 때마다 잠재적 탄소흡수원인 농지에 대규모 태양광 발전 설비를 무턱대고 들이는 정책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혀왔다.


김정섭 “농지 태양광 설치는 농업포기 요구…설득의 문제 아냐”

#기후위기, 얼마나 심각한가

김선아
=기후변화가 전 지구적 위기가 된지 오래다. 한편에선 ‘종말론’에 가까운 경고가 나오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기후위기를 ‘남의 일’이거나 ‘먼 미래의 일’로 생각하는 듯하다. 실제로 얼마나 심각한가.

이유진=굳이 과학적인 보고서를 들이대지 않아도 농민들이 이미 실감하고 계실 거라고 생각한다. 2018년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가 1.5℃를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가운데, 최근 세계기상기구(WMO)는 2020년 지구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2℃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제는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붕괴라는 말까지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도 지난해 54일 간의 장마와 태풍을 겪으면서 쌀 생산량이 5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냉해 피해가 연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이제 기후 재난은 농민들에게는 일상이 되어 가고 있다.

김정섭=기상이 불안정해지는 빈도가 20년 전, 10년 전에 비해 매우 잦아졌다는 것을 농민들은 농사일을 통해 체감한다. 예전엔 몇 년에 한 번 큰 홍수가 나거나 가뭄이 들어 난리가 났는데, 지금은 해마다 기상이변을 겪는다. 특히 농민들에게 기후는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라 예민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한국사회의 대응은 왜 더딘가

김선아
=기후위기가 국제무대에서 본격 거론된 게 1992년 리우환경회의 때부터이니 벌써 30년이 지났는데, 국제사회의 대응도 더디지만 우리 사회의 체감도는 여전히 낮아 보인다. 이유가 무엇인가.

이유진=2018년 IPCC의 1.5℃ 보고서가 나온 다음부터 국제사회는 좀 달리기 시작한 것 같다. 그때부터 실질적인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넷제로) 이야기가 나왔고, 지난 4월 바이든 대통령이 주재한 세계기후정상회의를 계기로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NDC)’를 더 끌어올려 10년 안에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자는 움직임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아직 얼마를, 어떻게 줄일 건지 공식적인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숙제를 안하고 있는 것이다. 여전히 기후위기 대응은 돈이 들고, 성장이나 경제에 부담이 된다는 생각에 갇혀있기 때문이다. 그 오래된 생각에서 아직 못 벗어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

김정섭=동의한다. 정책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정치인이나 관료, 아니면 전문가 그룹의 문제가 크다고 생각한다. 사실 기후위기 문제는 고통을 감수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돌파해 나갈 수 없는 문제다. 하지만 한국사회는 여전히 분야를 막론하고 경제 관료들과 경제학을 베이스로 연구하는 분들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고통을 감수하고서라도 ‘성장주의’를 버리고 이걸 어떻게 해보겠다는 얘기가 나오기 어려운 구조다.

이유진=맞다. 2050년 탄소중립까지 가겠다는 것은 현재 에너지와 산업구조를 완전히 바꾸고 탈탄소 사회로 재구축하겠다는 걸 의미한다. 그건 판을 흔드는 일이다. 그런 전환의 과정에서 비용도 들고, 고통도 감내해야 하는데,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오히려 신공항을 건설한다든지, 대단위 개발을 추진한다든지, 심지어 무착륙 해외관광 비행을 허용하는, 탄소 중립이나 기후위기 대응 관점에선 있을 수 없는 정책이 동시에 추진된다. 말로 지향하는 것과 실제 기존 정책의 관성이 같이 가면서 엄청난 모순적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형 뉴딜과 2050 탄소중립

김선아
=복지 확대를 이야기하면서 증세를 이야기하지 않는 것과 비슷한 양상인 것 같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한국형 뉴딜이나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 선언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이유진=놀랍게도 전 세계 120개 국가가 ‘2050 탄소 중립’을 선언했다. 중국은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면 구체적인 실행계획과 제도적 지원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유럽연합의 경우 ‘그린딜’이라고 해서 2019년부터 목표를 잡고 그림을 짜기 시작했는데 모든 영역의 전환 내용이 들어가 있다. 그 중 핵심이 ‘농장에서 식탁까지(Farm to Fork)’ 전략이다.

그에 비해 한국은 한국판 뉴딜 안에 그린 뉴딜과 디지털 뉴딜이 들어가고, 그린뉴딜 안에 에너지, 모빌리티, 리모델링, 이렇게 세 분야가 포함됐지만 사실 이게 주요하게는 보조금 지원사업만 있지, 산업을, 사회를 어떻게 바꿔가겠다는 그림이 보이지 않는다. 특히 농업이나 생물다양성 부분은 완전히 빠져 있다. 아예 용어 자체도 등장하지 않는다.

김정섭=새로운 정책을 수립하려면 결국 연구자그룹이 작업을 해야 하는데, 농업 부문에 기후위기와 관련한 연구자층이 두텁지 않고, 구체적인 목표나 이행전략을 써 낼만큼 연구가 축적돼 있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제가 볼 때 지금은 급하게 뭔가 써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충분히 조사하고 분석하고, 고민하고, 공론화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다. 갑자기 일단 질러놓고 얘기하는 건 ‘정치적인’ 작업으로서는 유효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실제로 정책을 입안하고 설계하는 데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유진=박사님 말씀을 좀 더 이어가자면 우리가 이전에 했어야 할 일들을 안 했고, 위기가 임박한 지금도 안하고 있다는 게 문제인 것 같다. 11월 1일 영국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제26차 회의(COP26)에서 NDC를 제출하려면 남은 시간은 6개월 정도다. 그런데 아직도 본격적으로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기존에 어떤 자료가 있고, 지금 현재 뭐가 부족하고, 누가 이 일을 해야 하고 예산은 얼마만큼 필요한지, 리더십을 발휘해 일을 진행시킬 주체가 있어야 하는데, 각 부문별로 그게 안 보인다는 게 우려스럽다.

김정섭=작년 말 대통령께서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는 걸 보고, 올해는 장기적 플랜의 기본계획 연구가 시작되겠구나, 생각했는데 농식품부가 5~6개월 짜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걸 보고 개인적으로 기대를 접었다.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기본계획 연구를 이런 식으로 진행해서는 제대로 된 계획이 나오기 어렵다.

김선아=다른 부처는 어떤가?

이유진=기후변화 대응 주무부처인 환경부 장관이 한 언론인터뷰에서 “탄소중립은 2050년 까지 천천히 가는 것”이라고 얘기하는 걸 보고, “그렇게 할 일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정부 전반적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천천히 30년에 걸쳐서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본인이 책임을 맡은 시기에는 불편하거나 부담되는 결정들은 최대한 뒤로 미루려는 분위기인 것 같다. 아직 기후위기에 대응해 실질적으로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이유진 박사는 1999년 녹색연합 활동을 시작으로 지난 20여년간 기후위기와 환경문제, 에너지 전환 문제에 천착, 녹색정치운동에 앞장 서 왔고, 현재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이자 이사로,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구성한 농어촌에너지전환포럼의 위원장을 맡았던 것을 계기로 최근 농업부문의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 문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유진 박사는 1999년 녹색연합 활동을 시작으로 지난 20여년간 기후위기와 환경문제, 에너지 전환 문제에 천착, 녹색정치운동에 앞장 서 왔고, 현재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이자 이사로,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구성한 농어촌에너지전환포럼의 위원장을 맡았던 것을 계기로 최근 농업부문의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 문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유진 “태양광 농촌 쏠림 문제…‘공간과 주체’ 다시 설계해야”

#첫 단추를 잘못 꿴 농촌 태양광

김선아
=얘기를 듣다보니, 막상 책임이 있는 정부는 전혀 긴장감이 없는데 현장에서 농민들만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 같다. 문제점을 무엇이라 보나.

이유진=초기에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원전이나 석탄에 비해 재생가능에너지는 그 특성상 에너지밀도가 낮기 때문에 소규모로 곳곳에 분산형으로 설치돼야 한다. 이런 특징을 감안하면 이게 지역에 건설이 됐을 때 어떤 영향을 줄건지, 어디에 건설될건지, 그리고 사람들은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일건지, 세밀하게 고려했어야 하는데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을 수립하면서 ‘공간과 주체’에 대한 고민을 충분히 하지 못했던 게 지금 와서 폭발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김정섭=2017년 ‘3020 계획’ 수립 당시 아무런 공론화 작업이 없었다. 그렇게 몇 년이 흘러온 상태에서 문제가 불거지니 합리적인 토론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기후위기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가 우리나라 농지감소 문제인데, 사람들이 이걸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해마다 대략 1만5000~2만ha 사이의 논이 사라지고 있다. 서울시 면적이 6만5000ha니까 3~4년 정도에 서울시만한 땅덩이의 논이 없어진다는 얘기다. 이런 속도로 가면 진짜 식량안보가 문제될 수 있다. 그만큼 굉장히 첨예한 문제인데, 각자의 입장만 피력하는 정치적 선전 수준의 토론만 난무하고 있다.

이유진=기후와 에너지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은 재생가능에너지의 중요성만 보고, 농업 진영은 식량안보 측면만 강조한다. 양쪽이 각자 평행선만 달리다 보니 갈등이 풀리지 않는다. 이걸 풀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당사자들이 직접 참여해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농특위 산하 탄소중립위원회가 만들어진 이유다. 모여서 논의하고 접점을 찾아야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

김정섭=그나마 농특위가 논의의 장을 만든 건 한걸음 내디딘 것이니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한 대목이 있다. 농특위가 만든 공론장이 얼마나 견고한 공론장이냐는 점이다. 진정한 의미의 공론장이 되려면 현재 진행 중인 정책부터 일단 스톱을 시켜야 한다. 한편에선 이야기하자고 하면서, 한편에선 오히려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한 방향으로 밀어붙이면, 계속 논의가 되겠나. 농특위를 기반으로 더 견고하고 넓은 지형으로 공론장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농업부문에 고통을 전가하나

김선아=도시와 제조업이 주로 쓰는 화석연료 에너지 전환의 고통을 왜 농업부문에 전가하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유진=우리나라 전체 발전량의 40%를 차지하는 석탄발전소는 앞으로 20년 안에 정리될 수밖에 없다. 지금 짓고 있는 삼척, 강릉 석탄발전소는 못 지어질 거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지금 거의 좌초자산이기 때문에 금융권이 투자하기 어렵다. 이렇게되면 전력수요 관리와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산업분야도 세계 주요기업들이 RE100(재생에너지 100%)을 선언한 상태고, 유럽에서 탄소국경조정 논의가 시작됐기 때문에 어떻게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지 않으면 수출과 산업이 영향을 받는 상황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농촌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 부문별로, 지역별로 얼마나 재생가능에너지를 받아들이고 설치해야 하는지에 대한 그림을 다시 그려야 할 시점이다.

김선아=최근 도시의 건물외벽이나 공장 지붕, 도로나 철도부지 등에도 충분히 태양광을 공급할 수 있는데 왜 농지에 태양광을 하느냐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유진=전 방위적인 노력이 동시에 필요한 시점이다. 사실 도시 지붕 위에 태양광을 올리기 위해 서울시 같은 경우도 ‘원전 하나 줄이기’ ‘태양의 도시, 서울’ 등의 정책을 추진하면서 한 10년 정도 노력해왔다. 그런데 농촌의 농지만큼이나 산업계 지붕과 도시의 지붕도 건물의 연식, 임대관계, 보전 비용 등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다. 그래서 저는 모든 영역에서 각자의 숙제가 다 있다는 생각이다.

김정섭=각자의 부문에서 감내할 것이 있고, 농업부문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하지만 지금 임차율이 절반이 넘는 농지에 대규모 태양광을 설치하겠다는 건 고통을 분담하자는 게 아니라 농업을 하지 말라, 땅만 넘기고 빠지라는 얘기와 같다. 이건 당사자인 농민에겐 생계의 문제이기 때문에 설득의 문제가 아닌거다. 특히 국가적으로 봤을 때 식량안보 문제를 일정 부문 희생하더라도 재생에너지 기반을 확보해야 하는가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한다. 동의가 쉽지 않을거다.

그리고 두 번째, 희생을 요구할 때는 희생을 요구하는 자의 자세가 필요하다. 적어도 농지를 전용해 새로 만드는 도시의 건물이나 주차장엔 반드시 태양광을 깐다든가, 하는 정도의 노력을 먼저 보여줘야지, 정작 탄소배출에 큰 책임이 있는 부분은 손도 대지 않으면서 농지부터 내놓으라고 하는 건 설득력이 없다.

이유진=말씀하신 부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에너지를 가장 많이 쓰는 곳이 포스코인데, 이 한 기업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량이 우리나라 전체 배출량의 11%를 차지한다. 농업부문 전체가 2.9%니까, 실제 어마어마한 거다. 그런데 우리나라 산업계는 그동안 비용문제 등을 이유로 온실가스 감축에 강력하게 저항하면서 매번 정부의 대응을 늦춰왔다. 이제 와서 기업들이 탄소중립 선언을 하는 건, 앞서 말했듯 본인들의 생존을 위해서다.

그러니 전반적으로 기후위기에 더 많은 책임이 있는 산업계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하는 건 맞다. 그런 의미에서 그동안 태양광에 대한 압박이 농촌 쪽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난 건 문제였고, 농민들 입장에서 도대체 다른 지역은 어떤 감내를 하고 있냐고 충분히 물어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스톱, 정책 설계 다시해야

김선아
=어차피 농사 지어봐야 돈이 안되니, 태양광을 설치해 새로운 소득원을 창출하자는 제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

김정섭=저는 그 대가가 엄청날 것이라고 본다. 기본적으로 정책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정책 대상이 되는 사람들을 아주 단순하게 보는 게 문제다. 이득이 되는 쪽으로 행동한다고 본다. 그런데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 문제는 누구나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문제고, 이 상황에서 필요한건 각자가 뭔가에 설득이 돼서 고통을 분담하려고 노력하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논농사 지어봤자 돈도 안되는데 농사 관두고 태양광 설치해라. 법 개정 하겠다. 그러면 쌀농사 짓는 것 보다 돈을 좀 더 번다"는 것보다는 논농사는 상당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볏짚을 다 땅에 묻어 버리고 겨울철에 보리나 녹비작물을 키우자. 그럼 그만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니까. 탄소중립에 굉장히 기여하는 거다. 기여의 대가로 그에 대한 직불금을 드리겠다.” 이런 방식의 정책 설계와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유진=얼마든지 조화롭게 갈 수 있는데 이것도 식량 아니면 태양광, 이 구도가 너무 센 것 같다. 농촌이라는 공간에서 재생가능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예를 들면 충남 홍성처럼 가축분뇨를 이용해 바이오가스를 할 수도 있고, 목질계를 이용해서 난방열을 생산할 수도 있다. 공간과 사람이 어우러져서 에너지와 식량을 같이 생산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줄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 우리는 태양광 투자, 수익, 그리고 우르르 몰려가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또 하나, 주민들의 민원을 해결하거나 반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개발이익을 배분하는 방식은 나쁜 사례가 될 수 있다. 농촌이라는 공간에서 에너지 문제, 식량문제를 같이 고민하는 과정을 생략한 채 민원 해결용의 이익공유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김선아=아까 김 박사님은 일단 모든 사업을 중단하고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이유진=저도 지금 상황에선 아무리 에너지 전환의 당위성이나 탄소 중립을 얘기해도 현장에서 못 받아들이는 상황이 됐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설득해서 될 문제가 아니라 정책 설계를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제 직접적인 당사자로서 농민들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만큼 문제제기를 듣고 푸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다.

김정섭=현재 추진 중인 정책사업이나, 농업진흥지역 태양광 허용 등을 골자로 발의한 법안들은 일단 유보를 해야 서로 얘기할 마음이 나지, 한쪽에선 계속 밀어붙이는데, 얘기는 또 해보자고 하면, 누가 봐도 진실성을 믿을 수 없다고 얘기될 수밖에 없다.

이유진=하나 더 덧붙이자면, 농업의 지속가능성과 연계할 때 농업분야의 에너지 소비와 사용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절실하다. 실제 국제적으로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가 언급되고 있고, 전력요금 개편도 조만간 현실화되면, 면세유나 농사용 전기요금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사실 이러한 에너지 비용 지원이 농민들만을 위한 건 아니었고, 그만큼의 생산비를 낮춤으로써 도시 소비자도 혜택을 보고 있는건데 앞으로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빠른 시일내에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공론장 부재 가장 아쉬워…농민단체 선도적 제안 필요”

 김정섭 
친환경농업 그룹의 역할 중요
농업생태 환경 보전은 물론
탄소를 땅에 묻는 농사방식 등
적극적인 고민·대안 나왔으면

 이유진 
모든 갈등과 논의 과정에서
산업부·농식품부 어디에 있나
임차인 밀려나도 구경만 할 뿐 
정부부처 소극적 대응 문제 

#농촌 에너지 전환의 트릴레마

김정섭=트릴레마가 있는 거다. 식량안보를 위해 농업부분 생산량을 유지하면서도, 농가 소득이 유지되고, 화석연료 에너지 사용도 줄이는, 세가지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여기에 소비자들은 아직도 품질이 균일한 농산물을 싸고 안전하게 먹고 싶어 한다. 이걸 어떻게 다 달성하나. 한편으론 규제, 한편으론 인센티브가 병행되지 않고서는 현재의 생산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디테일하게 논의되어야 할 게 많다.

이유진=그동안 화석연료 보조금 하에서 모두가 행복하게 부담을 덜고 편익을 같이 누리고 있었는데, 이 상황이 계속 유지될 수 없다는 걸 깨닫는 게 먼저다. 먹는 걸 생산하는 과정에서 화석에너지가 빠지면 소비자들은 비용을 더 지불해야 하고, 에너지를 덜 쓰는 제철과일을 먹어야 한다. 그리고 비용 증가로 인한 농민들의 타격을 줄이기 위해선 농민들의 소득을 누군가 보전해줘야 한다.

우리가 지금 이런 상황에 처해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기 시작하는게 첫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이걸 얘기하지 않고 그동안 미루고 미뤄왔던 것이다. 이제 우리가 뭘 선택하고, 무엇을 감내하고, 무엇은 절대 포기하면 안 되는지, 논의하고 정해야 한다.

#진정한 공론장을 만들자

김선아=여러 문제점들을 다각도로 잘 지적해 주셨다. 마지막으로 정책 당국자들이나 현장의 농민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말씀해 달라.

김정섭=지난 몇 년을 돌아봤을 때 제일 아쉬운 건 공론장이 없었다는 점이다. 아까운 시간을 까먹은 셈이다. 이 분위기를 타파하지 않고서는 앞으로도 논의를 제대로 시작할 수 없다고 본다. 특히 정책 당국이 이 부분을 유념해야 한다. 그리고 농민단체들은 이제야 ‘농특위’라는 아주 좁은 틈 안에서 발언권을 얻기 시작했는데, 기후위기는 본인들의 문제이기도 하니까 앞으로는 좀 더 선도적으로 제안하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

또 하나만 더 보탠다면 농민들 중 친환경 농업을 오랫동안 해왔던 그룹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친환경 농업은 농업환경 생태계를 보존하는 것과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 이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한 키워드인데 앞으로는 탄소를 땅에다 밀어 넣는 농업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고민과 대안이 나왔으면 좋겠다. 이를 토대로 농민단체 지도부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데 농민들이 이렇게 기여할 수 있으니 정부는 이것을 도와달라’는 식의 논의구조가 형성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유진=저는 이 모든 갈등과 논의 과정에서 산업부와 농식품부는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그 현장을 책임지고 있는 지자체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갖고 있지? 묻고 싶다. 산업부가 진짜 에너지 전환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이 문제가 이렇게 확대되는 걸 가만히 보고 있었을까. 그리고 실제 임차농들이 농지에서 밀려나고, 이게 식량안보와 연결될 수 있다는 신호가 나오는데도 농식품부는 왜 구경만 하고 있는걸까. 이렇게 정부부처가 다들 자기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게 우리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닥칠 수많은 숙제를 누가 어떻게 어디서부터 풀어갈 거냐, 이걸 정하지 않으면 우린 계속 문제만 얘기하다가 멈추게 된다는 얘기를 꼭 드리고 싶다. 책임져야 할 그룹이 책임을 지고, 그 안에서 실제 문제를 맞닥뜨린 주체들이 주도적으로 논의를 이어갈 수 있는 더 많은 공론장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김선아·주현주 기자 kimsa@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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