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방역대책 개선 토론회

[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대한양계협회와 더불어민주당 농어민위원회가 ‘AI 방역대책 개선 토론회’를 개최하고, AI 백신 도입에 대한 논의를 중점적으로 진행했다.
대한양계협회와 더불어민주당 농어민위원회가 ‘AI 방역대책 개선 토론회’를 개최하고, AI 백신 도입에 대한 논의를 중점적으로 진행했다.

농가·현장 “빨리 도입해야” 
가금농가 아무리 방역 잘해도 이웃 잘못 만나면 살처분 당해 

정부 “도입 불가 방침 고수” 
바이러스 변이·인체 감염 우려 항원 뱅크도 제한적 사용 용도

수의 전문가는 ‘의견 갈려’ 
“방역 도구로 검토” 주장 속 “백신 만능주의는 경계를”도 

정부가 바이러스 변이와 상재화, 인체 감염 우려 등을 이유로 AI 백신 도입을 반대하는 가운데, 백신에 대한 전문가 재검토 등 백신 도입 공론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대한양계협회와 더불어민주당 농어민위원회는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소재 산림비전센터에서 고병원성 AI(이하 AI)에 대한 백신 도입을 중점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AI 방역대책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에서도 가금 농가 등 현장 관계자들은 AI 백신 도입을 다시 한 번 강력하게 주장했다.

이홍재 양계협회장은 “AI가 평균 2~3년 주기로 발생하는데, 산란계의 경우 닭 입식 및 계란 생산주기와 맞물려 있어 살처분으로 농가 부담이 가중되고, 계란 수급이 불안정해지는 등 현 AI 방역대책으로는 국내 양계산업의 지속 발전이 불가능하다”면서 “AI 백신 도입은 절대 불가능한 대책인지 심도 깊은 전문가 논의를 통해 결론을 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홍재 회장은 이어 “농가 입장에선 올해라도 백신을 도입했으면 좋겠지만 긴급 백신 정책만 있을 뿐 상시 백신에 대한 규정이 없다”며 “최소한 AI 발생이 일정 수준 이상 됐을 때는 상시 백신으로 간다든지, 긴급 백신이라도 실제 사용할 수 있도록 SOP(긴급행동지침)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앙 정부와는 달리 가금 현장과 밀접한 지방자치단체 방역 관계자도 백신 도입에 적극적인 지지 입장을 보였다. 김종훈 경기도 동물방역위생과장은 “지금은 가금농가들이 방역을 아무리 잘해도 이웃을 잘못 만나면 살처분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방역의지를 상실할 수 있는 우려가 높다”며 “AI 반복 발생지역 등 고위험 지역 산란계·종계에 대한 정기적인 AI 백신 접종을 통해 가금 산업 기반을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이러한 목소리에도 정부는 바이러스 변이와 상재화, 인체 감염 우려 등을 내세우며 기존의 ‘백신 도입 불가’ 방침을 고수했다.

홍기성 농림축산식품부 조류인플루엔자방역과장은 “지난 2016~2017년 AI 발생 이후 백신 도입을 논의하기 위해 운영한 민관합동 TF에서 여러 우려 사항을 감안해 상시 백신은 도입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 내고, AI 긴급 백신을 위해 항원 뱅크를 구축하기로 했었다”며 “2018년부터 구축한 항원뱅크도 대규모 AI 발생으로 통제가 어려울 때 제한적으로 임시사용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기성 과장은 또 “국제기구에서도 백신은 AI가 통제 불능 상태일 때 한시적으로 사용하고 출구전략을 마련토록 했다”며 “AI 상시 백신 도입은 인체 감염 위험성, 바이러스 토착화 및 변이 우려가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번 토론회에 참석한 수의 전문가들은 AI 백신에 대한 정부 인식에 오해가 있다며 전문가 차원의 재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송창선 건국대 교수는 “변이 바이러스 발생 사례로 꼽는 중국은 백신 사용으로 변이가 일어난 게 아니라 백신을 사용하지 않은 가금류에서 계속 AI가 발생하고, 교차 감염 된 것이 원인”이라며 “백신을 하면 오히려 바이러스 변이 속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백신을 정부가 방역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하나의 도구로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윤종웅 한국가금수의사회 회장은 “백신을 접종하면 AI에 감염되더라도 감염 개체가 퍼뜨리는 바이러스 양이 1/100로 줄어드는데도 정부는 사람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AI 방역에 백신을 뒤로하고 있다”면서 “백신은 접종 효과가 있는 산란계·종계부터 도입하고 오리와 같은 축종은 살처분을 유지하는 등 시범사업을 통해 현장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수의 전문가 사이에서도 백신 도입에 대한 신중한 판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날 좌장을 맡았던 김재홍 한국동물보건의료정책연구원장(전 서울대 교수)은 “백신 만능주의는 경계해야 한다”며 “백신을 접종하면 의심축이 발생해도 농가에서 신고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그러면 전문가들이 의심축을 일일이 찾아 다녀야 하는데, 여기에 많은 인력과 비용이 필요해진다”고 지적했다. 김재홍 원장은 아울러 “백신 도입에 대한 보완 대책을 정밀하게 해 놓지 않으면 방역에 손을 놓는 순간 AI 상재국으로 갈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정부가 백신 접종에 대한 타당성을 전문가들이 면밀하게 검토할 수 있는 논의의 문은 열어둬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백신 도입 논의와 함께 살처분 정책 개선책도 반드시 검토하는 두 가지 경로로 가야한다”고 당부했다.

수의 전문가들은 오는 21일경 대한수의사회 주최로 AI 백신 도입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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