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선진 중앙대 교수

[한국농어민신문] 

채식 제도화, 교육 본질에 맞지 않아
탄소배출 줄이기 실천운동 병행하며
지나친 육식 위주 식습관 개선이 마땅

2019년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국내 분야별 온실가스 배출비중은 에너지 86.8%, 산업공정 7.9%, 농업 2.9%, 폐기물 2.4% 순으로 나타났다. 농업분야 총배출량 2.9%를 다시 분야별로 나누면 벼 재배 29.5%, 농경지 토양 28.3%, 장내발효 21.4%, 가축분뇨 20.7% 순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국내 총 온실가스 배출비중에서 축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약 1.5% 수준이다. 특히 축산업은 농업 부산물을 사료로 사용할 뿐만 아니라 가축분뇨는 퇴비화 돼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비율이 높다. 또한 환경부 자료에서 총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년대비 2.4% 증가하는 동안 농업분야는 0.3% 감소했다. 또 다른 자료에서 2018년 전 세계 자동차가 배출한 온실가스가 전 세계 소들이 배출한 온실가스의 4배가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8일 탄소 배출을 줄이는 채식 급식 추진을 골자로 한 ‘2021 SOS! 그린(GREEN) 급식 활성화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4월 9일부터 각 학교에서 시행한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나친 육식 위주의 식습관이 기후 위기의 주요한 원인인 만큼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 육식 섭취를 줄이기 위해 그린 급식을 시행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물론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교육의 목적을 적극 지지하고 학생들이 상생의 의미를 배우고 실천하는 것은 시의적절하다고 판단한다. 다만, 객관적인 자료에 근거해 균형 잡힌 교육을 실천해야 하는 교육청이 앞장서 미래 세대들에게 편견을 심어주는 일을 실천하는 부분이 우려스럽다.

환경부 조사 자료에서 보듯이 온실가스 대부분은 에너지 분야에서 배출된다. 농업은 약 2.9%, 축산은 1.5% 수준이다. 따라서 교육청이 탄소 배출을 줄이는 목적으로 한 달에 1~2회 고기 없는 급식을 추진해도 탄소 배출을 줄이는 실질적인 효과는 전무할 것이다. 학교 급식재료에서 가장 비싼 축산물을 빼면 급식 재료비는 낮아질 것이고 과연 누구에게 이익이 되겠는가. 현재 초·중·고교의 적정 급식 단가는 대략 3000~5000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그래서 고기가 많을 수도 없고 부실급식에 대한 불만과 조롱이 인터넷과 SNS에 넘쳐난다. 이 같은 상황에도 교육청이 앞장서 채식 급식을 추진하는 것은 부실 급식을 부추기고,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학교 급식이 고기류에 치우쳤다고 하는데 도대체 어느 학교가 그런 급식을 제공하는지 학부모로서 부러울 따름이다.

서울의 모든 학교는 월 2회 그린 급식의 날을 운영하고 일부 학교에서는 채식 선택제를 시범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선택제이지만 이를 거부할 권리를 학생 스스로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설령 그것이 탄소 배출을 줄이는 교육의 목적에 근거한 상징적 행동이라면 탄소배출량이 가장 많은 에너지 분야부터 시작해 농업 분야까지 종합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옳다. 정상적인 목표 설정이라면 교육청은 각 학교에 전등 하나 더 끄기, 에어컨 사용 줄이기, 내복 입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같은 에너지 절약과 균형 잡힌 식사하기, 음식 남기지 않기, 인간을 위해 희생하는 가축과 동물을 보호하고 존중하기 또는 지나친 육식 위주의 식사하지 않기 같은 종합적인 실천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기후변화와 관련해 더 교육적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청 주장대로라면 가령 수능시험에 국내 축산업이 기후변화의 주 원인이라는 것이 정답인지, 에너지 분야를 정답으로 할 것인지 교육부와 교육청에 묻고 싶다. 지구와 자연을 위한 교육청의 다양한 실천 활동 프로그램의 개발,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외면하지 않으려는 교육청의 노력을 지지한다. 다만, 미래 세대들이 세상에 대한 편견을 가진 사회인으로 성장하지 않도록 교육청이 균형 있고 실천 가능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주길 희망한다.

축산단체들은 최근 채식 급식 관련 우려의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당연한 반발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전에 먼저 축산업계는 국민들이 축산업을 적으로 만들고 있는 이유에 대해 좀 더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적극 실천해주길 바란다. 도심 주위에 도축장 건립 반대 현수막이 걸리는 이유를 축산업계는 모르지 않을 것이다. 내 사업장 주위에 쌓여 있는 시설물, 재료들이 이웃의 통행을 불편하게 하지 않는지, 소음과 분진, 악취가 이웃의 삶을 불편하게 하지 않는지 살펴보고 이웃과 상생할 방안을 적극 실천해주길 촉구한다.

소비자들도 자연이 허락한 것 이상으로 과도하게 축산물을 소비하지 않는지 되돌아보고 인간을 위한 동물의 희생을 존중하길 희망한다. 채식 또는 육식은 개인의 선택 문제이고 기후변화는 정부와 우리 기성세대가 책임져야 할 몫이다. 과도한 육식을 권장하는 것도 옳지 않지만 채식을 제도화하는 것도 교육의 본질에 부합하지 않는다. 균형 잡힌 식단이 가장 건강에 좋다는 것은 이미 결론난 주지의 사실이다. 과도한 식육 섭취가 탄소 배출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그렇다고 채식으로 대체하면 탄소 배출이 더 줄어드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환경부 자료가 말해주고 있다. 우리 미래를 책임지는 막중한 책임이 교육청에 있다. 제도를 시행함에 있어 그것이 우리 사회에 어떤 파장이 있을지 각계각층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언론에 배포하는 보도자료 문구 하나하나 세심하게 다듬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지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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