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디션 최상인 채소만 출하하죠”

수확 당일 밤 배송·골드체인시스템 적용진열기한제 도입…매장서 3일이면 퇴출왕겨·생석회 등 섞은 퇴비로 땅 건강 유지 원양어선을 타던 사람이 연 2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부농이 될 수 있을까?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을 가능으로 만든 사람이 있다. 전라북도 김제군에서 신선초, 청경채, 겨자 등 40여 종의 유기농 채소를 재배하고 있는 김병귀 천지원 대표가 그 주인공. 열한 남매의 막내로 태어난 김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임파선 종양을 비롯한 각종 병치레로 늘 약을 끼고 살았다. “처음부터 유기농업의 길로 들어설 운명이었지 않나 생각돼요” 1985년부터 원양어선을 타고 4년간 세계 각지를 돌아다닌 그는 불규칙한 생활로 인해 급격히 건강이 악화됐다. 그러다가 만난 것이 유기농 채소로 만든 녹즙과 생식 위주의 식이요법이었다. 석 달 만에 혈압이 정상치로 돌아왔고 운동도 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그런 그가 귀농을 결심하고 김제에서 유기농 재배를 시작한 것은 1990년이다. 책 몇 권 읽고 어깨 너머로 본 것이 다인 그가 실패를 거듭한 것은 당연지사. 그렇게 몇 년을 헤매면서 관련 서적을 탐독했다. 다양한 정보와 재배기술도 중요하지만 그 모든 것에 앞서는 본인만의 원칙이 있다. 그의 밭은 땅이 언제나 건강해야 하고, 작물의 컨디션은 항상 최상이어야 한다는 것. 지력을 높이기 위해 퇴비에 가장 신경을 썼다. 동물의 부산물, 왕겨, 쌀겨, 생석회 등을 혼합해 2년간 발효시킨 퇴비를 300평 당 5톤 정도로 넉넉히 준다. 그런 뒤 태양열 소독을 해준다. 토양이 40~50℃로 따끈따끈해지면 유익한 미생물이 왕성하게 번식하기 때문이란다. 덧붙여 작기마다 게르마늄 성분이 포함된 맥반석 가루, 숯가루와 함께 제오라이트를 살포한다. 이런 노력 덕분에 항암 성분인 게르마늄을 많이 함유한 기능성 고칼슘 게르마늄 신선초를 재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고품질 농산물을 생산한 뒤의 문제는 판로 개척이었다. 백화점 납품을 막 시작한 참이었지만 판로 확장은 쉽지 않았다. “그 때 우연히 전북농민교육원에서 실시하는 유기농법 교육에서 규격화된 소포장 판매 방식을 알게 됐죠. 당장 소포장을 개발해 판로를 넓혔어요” 수경재배 채소가 인기였던 당시, 김 대표는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희망을 보았다. 수경재배보다 유기농 재배가 대세가 될 것이라는 자신감도 생겼다. 예상은 적중했다. 현재 직영점이 호남 지역 백화점, 대형마트 14곳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2002년에는 주변 농가들과 함께 천지원 영농조합법인도 만들었다. 직영점 운영에 있어서 무엇보다 채소의 품질 관리, 즉 신선도가 성공의 관건이었다. 오늘 수확한 채소를 당일 밤에 실어 보내는 것은 기본이고 선도 관리를 위해 콜드체인시스템도 도입했다. 곳곳에 떨어져 있는 직영점까지 최대한 신선한 상태로 보내기 위해 저온 저장고, 냉동탑차, 매장의 저온창고, 냉장 벌크로 이어지는 저온관리 시스템이다. 선도 관리를 위한 또 하나의 시스템은 진열 기한제다. 천지원 농장에서 판매하는 채소들은 매장에서 3일 이상 진열되지 않는다. ABC 알파벳 표시가 된 스티커를 활용해 최근 출하일을 표시하고 진열 3일째에도 재고가 있으면 폐기한다. 이렇듯 시설투자와 시스템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 김 대표는 “지금은 투자할 시기입니다. 우리는 수익의 많은 부분을 시설과 기술 개발에 투자해 순수익이 적어요. 이미 먹을거리의 고품질을 추구하는 것은 바꿀 수 없는 흐름이지 않습니까”라고 반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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