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상면 선두리 원발농장. 철문으로 굳게 닫힌 출입구에 출입금지 표지판이 을씨년스럽다.

20일 선수선착장. 지난달 7일 이후 55일만에 강화지역 돼지 295두가 배로 실려 나갔다. 고대했던 첫 출하. 하지만 무겁게 내리는 빗줄기 속에 이들 지역 양돈농가들은 콜레라 재발에 대한 염려와 밀린 사료비 걱정 등으로 암울하기만 하다. “출하적체 때문에 사료값이 1.5배나 더 들었는데 막막하기만 합니다. 그리고 우리지역을 비롯해 일부지역에서 출하가 시작됐다고 하지만 언제 다시 출하 중단명령이 내려질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입니다.”화도면 장화리에서 양돈장을 경영하고 있는 주대식 씨는 전국적으로 콜레라 백신이 중단된 상황에서 강화지역에서 또다시 콜레라가 재발할지 모른다는 불안에 싸여 있다. 이는 콜레라가 발생하면 출하도 연기되기 때문. 지난 달 7일 이후 출하를 위한 채혈검사만도 5회나 했었고, 이때마다 가졌던 출하기대는 55일간 물거품이었다. 농장 내부일도 걱정거리다. 주씨는 “외부유출이 불가능한 분뇨를 하는 수 없이 돈사내부에 두고 있는데 가스발생과 밀사까지 겹쳐 돼지는 성장이 지연되고 사료값만 더 드는 등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고 한숨이다. 비발생 농가로 살처분 대상이 된 길상면 선두리 소재 심상점 씨는 살처분 보상에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지만 이도 만만치 않다. 심씨에 따르면 농림부의 살처분 정책에 적극 협조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불합리한 보상대책 뿐이다. 심씨는 “비육돈의 경우 시가에 100%를 보상해 준다고 하고 있는데 살처분일을 기준으로 1주일전 평균시세로 한다”며 “이는 변동되는 돼지가격과 농가의 생산원가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고 강력히 항의하면서 또한 “현재의 보상금 체계는 집행상 형평성에 중대한 문제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원발농장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비발생농가로서 살처분에 동참한 농가들에게는 생계보조금과 같은 일련의 보상이 법제화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1일에 이어 16일 또다시 위험지역내에서 돼지콜레라가 발생한 김포. 이곳 월곶면 갈산리 소재 정삼 분씨는 출하까지 또 40여일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에 걱정이 태산이다. 150㎏이 넘어버린 돼지들과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돈사 현황. 밀사에 의한 호흡기질병,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돼지들이 서로 물어뜯어 염증이 발생하는 등 사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월 4000만원 정도가 소요되는 사료값도 만만치 않다. 콜레라가 발생하기 전에는 그나마 사료값은 돼지를 판 돈으로 충당했지만 이젠 온전히 빚으로 남게 됐다. 정씨는 “이곳저곳 관청으로 전화해 봐도 ‘당신들 고충을 다 알고 있다’‘다 양돈산업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식으로 대답하는데 ‘그저 기다리고 참으라’고만 하는 사람들이 고충을 알고나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한다.또 “관에 계신 분들이 누구를 위해 일해야 할 분들이냐”며 해결책은 내놓지 못하면서 기다리라고만 하는 관변에 대해 못내 아쉬움을 토로했다. 강화지역에서 최초로 콜레라가 발생한 노광우 씨 농장 앞 도로 차단은 이미 13일 해제됐고 이곳에 설치되었던 통제초소도 조만간 철거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콜레라 발생 46일이 지난 21일 현재까지 질병으로 입은 피해는 하나 해결될 것이 없었다.
이진우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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