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 빼돌리기’ 악습 수면위로… 허술한 신고필증 체계 드러나

국내 최초로 종자 절도 및 종자산업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사태가 발생했다.특히 그동안 첨단 반도체기술 국외유출 등 IT관련 분야의 핵심기술 절도사건이 사법당국에 적발된 사례는 있었으나 이번처럼 종자와 같은 바이오 기술산업과 관련된 절도사건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향후 종자업계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농우바이오에 따르면 수원지검 수사과가 지난달 22일 전직 ㈜농우바이오 간부로 재직했던 화성 J종묘 대표 안모씨, 신모씨와 전직 S종묘 재직 배모씨 등 3명에 대해 절도 및 종자산업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농우바이오 전직 간부인 이들은 회사에서 개발한 신품종 종자를 몰래 빼내 종묘회사를 차린 뒤, 신고필증을 받아 종자시장에 2억6000만원 상당을 유통시킨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국내 최초 종자 절도 피해 당사자인 농우바이오 조대현 사장이 지난달 27일 기자 간담회를 통해 사건 경위를 설명하고 품종보호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전직간부 출신 3명 종자절도혐의 구속 영장특허분쟁보다 형·민법 소송사례 이어질 듯생산·수입판매 신고품종 재접수 제한해야 이에 대해 농우바이오는 지난달 27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유감표명과 함께 품종보호 등 종자산업분야의 지적재산권 보호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조대현 사장은 "과거 농우바이오에 종사했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인간적으로 해결하려 했으나 이를 이루지 못하고 결국 법적 다툼까지 가게됐다"며 "종자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꼭 가야할 길이기에 이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업계 파장=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종자업계의 반응은 "올 것이 왔다"라는 것이다. 그만큼 업계 전반에 미치는 파장은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종자업계의 오래된 악습과 관행이 밝혀졌다는 점에서 향후 종자업계의 투명하고 공정한 생산·유통체계가 확립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는 반면 종자관리법 등 법적, 행정적 체계를 변화시키지 않고는 용두사미로 끝날 것이라는 지적 또한 팽배하다. 우선 이번 사태에 대한 농우바이오의 인식에서도 볼 수 있듯이 국내·외적으로 종자전쟁과 다름없는 치열한 시장 환경속에서 매출 감소 등 자사에 직접적인 피해가 나타날 경우 법적 제재를 취할 수 있는 사례가 만들어진 셈이다. 이는 곧 이같은 사례가 재발할 경우 이와같은 절차를 밟은 업체가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많은 시간이 요구되는 특허분쟁을 통한 해결보다는 IT관련 분야처럼 산업스파이로서 형법, 민법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또 이번 사태는 종자업체간 품종 복제 논란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수사에서도 유전공학을 이용한 DNA검사를 통해 품종 유사성이 확증된 만큼 그동안 업체간 논란이 일던 품종 복제에서도 이같은 기술이 적용, 무단 복제 여부에 따른 법적 소송이 잇따른 가능성도 높다. 특히 그동안 대형 종자업체들은 영세 종자업체들이 자사의 인기품종을 무단으로 복제해 판매하고 있다는 주장을 줄곧 제기해 온 상황이기 때문에 이같은 일은 빠른 시간에 나타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세미니스코리아 신종수 이사는 "이번 사태는 더욱 치열해지는 종자업체간 경쟁에서 자사 품종의 지적재산권 보호와 매출 감소를 최소화하기 위한 일련의 조치로 받아들여진다"며 "이젠 종자문제가 형법, 민법으로도 다루어진다는 점에서 업계에 미치는 파장과 그 의미는 매우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책=이번 사태를 놓고 많은 이들이 의구심을 갖는 부분이 농우바이오가 품종보호출원을 했는데 어떻게 국립종자관리소로부터 신고필증을 받아 판매를 할 수 있었냐는 점이다. 바로 이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면 타사의 신품종 종자를 빼내 시장에 판매하는 것을 어느정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종자관리법에는 종자를 생산하고 팔려는 업체는 시행규칙 제111조 '품종의 생산·수입판매 신고'를 하면 된다. 그런데 이때 제출되는 서류가 △신고품종의 사진 또는 신고품종의 사진이 수록된 카탈로그 및 종자시료 △수입적응성시험 확인서 1부 등으로 너무 허술해 이미 품종보호출원이 됐거나 생산 판매되고 있는 품종과 유사한지 여부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즉 A회사가 A품종을 품종보호출원하거나 생산수입판매 신고를 했더라도 차후에 B회사가 동일한 A품종으로 신고하더라고 이를 거절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상 법 자체가 허술한 것이다. 이에 대해 국립종자관리소 관계자는 "품종의 생산·수입판매 신고 자체가 등록이 아닌 신고이기 때문에 접수된 서류가 적합한지 여부만을 파악할 뿐 이미 제출된 품종과 동일한지 여부를 파악할 수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종자산업법의 '품종의 생산·수입판매 신고' 등의 항목을 보완해 이미 품종보호출원됐거나 생산수입판매 신고를 마친 동일한 종자는 다시 신고 접수를 받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국립종자관리소에서는 이 차제에 복제로 의심되는 품종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조사를 펼치고 이번 농우바이오처럼 품종 등록시 품종보호출원을 받드시 해 품종보호권 권리를 받드시 인정받아 차후 법적 제재를 가하는 것도 이같은 문제를 일정부분 해결하는 일이다. 이와 함께 임직원들의 정신 교육 강화와 퇴직시 핵심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대책 또한 더욱 강화해야 한다. 종자업계에서는 종자 핵심기술을 제공받는데 100만∼200만원이 가량이면 충분하다는 공공연한 설(·)이 있듯이 핵심기술 복제와 유출이 만연돼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자사 매출에 상당히 일조하는 품종에 대한 핵심기술 보호 조치와 임직원들의 정신 교육 강화, 퇴사 후 동종업계 취업 등의 제반 여건들을 더욱 까다롭게 해야 한다.
정문기jungm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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