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검증·시스템 보완 시급

사업자, 이탈리아·뉴질랜드 등 외국산 선호이송방식 등 연약한 국산 과피에 맞지 않아 정부가 한·칠레 FTA 체결로 피해가 우려되는 과수분야 경쟁력 제고를 위해 거점 산지유통센터(APC) 육성을 추진하는 가운데 최근 APC 사업자들이 외국산 선별 시스템을 철저한 사전 검증과정 없이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농림부는 지난해부터 오는 2013년까지 과수 주산지를 중심으로 사업비 단가 150억원을 책정하고 모두 3951억원을 투자해 연간 처리물량 1만8000톤급의 거점 APC 80개소를 설치키로 했다. 또한 2003년까지 설치된 기존의 APC도 7000톤을 처리할 수 있도록 시설을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오는 2013년이 되면 국내에는 중대 규모의 APC 288개소가 운영되고, 주요 청과물 생산량의 50%인 290만톤을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농림부는 전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APC 사업자들은 APC 설비 중에서 선별시스템의 국내 기술이 선진국과 비교해 뒤떨어진다며 이탈리아, 뉴질랜드, 일본 등으로부터 30억~50억원 수준의 외국산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일부 외국산 선별 시스템은 선별 단계별 낙차가 크고 과수를 굴리는 방식으로 이송하기 때문에 각 공정별 많은 충격이 가해져 과피가 연약한 국내 청과물에 손상을 입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실제 APC 자문위원단에서도 이 같은 문제를 제기하면서 선별시스템 선정에 앞서 충분한 사전 검증과 시스템 보완을 강조하고 있으나 제대로 시정되지 않고 있어 자칫 과수농가 피해로 확대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모 지역 산지유통센터 자문위원으로 참석한 한 전문가는 “우리나라 사과나 배는 과피가 연약한 반면에 외국의 것들은 대부분 매우 단단하고 이 특성에 맞게 설계된 것이 외국산 선별 시스템”이라며 “무작정 설치하기 보다는 우선적으로 한 두 곳에 설치해 충분한 성능검증과 문제점 보완을 거쳐 확대 보급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이상혁 농림부 과수화훼과 사무관은 “외국산과 국내산의 큰 기술격차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외국산 선별시스템이 도입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선별 과정에서 나타나는 결함에 대해서는 해당 업체가 책임지고 보완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병성leeb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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