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물 봄 저온피해를 막아라

[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 기자] 

평년보다 개화기가 앞당겨지면서 봄철 저온피해 예방을 위한 농가 주의가 어느 때보다 요구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오는 20일까지를 저온피해 중점 대응 기간으로 정해 농가 피해 예방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봄철이 시작되면서 한 해 농사를 시작하는 농가 일손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기온 현상이 잦아지면서 농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봄철 기온이 급격히 내려가는 이상저온 현상으로, 많은 농작물에 피해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역시 개화기가 평소보다 앞당겨지면서 저온피해가 발생하지 않을지 농가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오는 4월 20일까지를 저온피해 중점 대응 기간으로 정하고, 농촌진흥청 및 지자체 등과 농작물 저온피해 예방 활동에 나서고 있다.

#이상기후로 널뛰는 기온

올해 개화기도 평년보다 빨라
남부지역은 10일, 
중부 4~5일 앞당겨질 듯

겨울철 기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면서 월동작물이 웃자라고 과수 개화기가 빨라져 봄철 저온피해가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지난해에는 5월에도 내륙·산간지역의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서 과수 꽃눈이 얼고, 농작물이 고사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이 같은 저온피해는 최근 3년간 이어져 오고 있다.

농식품부 집계에 따르면 봄철 이상저온으로, 2018년 5만466ha, 2019년 1만4589ha, 2020년 4만3554ha 등 3년간 총 10만8600여ha의 면적에서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2311억원의 재해복구비가 투입됐다. 

올해 개화기도 평년보다 빠를 전망이다. 지난 2월 하순 이후의 기온이 평년보다 높아 배·복숭아를 비롯한 과수의 만개기가 평년보다 다소 빠를 것이라는 전망. 농촌진흥청이 자체 개발한 배 ‘신고’와 복숭아 ‘유명’ 품종의 만개기 예측 프로그램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남부지역은 평년보다 10일, 중부지역은 평년보다 4~5일 더 빨라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지난해 농작물 저온피해 면적의 83.0%가 과수였고, 이중 배·사과 면적이 79.2%에 달했다. 

개화기가 앞당겨지면서 저온피해를 걱정하는 농가들이 늘고 있다. 기상청은 4월 이상저온 발생일수가 평년(3일)과 비슷하거나 많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상동 한국배연합회 사무국장은 “지난해 역대급 냉해 피해가 있었다. 올해도 개화시기가 앞당겨졌는데 다행히 아직까지는 피해가 발생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며 “하지만 지역에 따라 지형에 따라 개화시기가 다 다르고, 날씨도 하루하루가 달라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상황이라 안심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송풍법> 아래-위 공기 섞어주고  <연소법> 불 피워 기온 높여야

#저온피해 최소화 방안은

봄철 저온현상과 늦서리가 발생하는 조건은 대체로 낮기온이 낮고, 오후 6시 기온이 10℃, 오후 9시 기온이 4℃ 이하이며, 하늘이 맑고 바람이 없을 때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지형조건은 산지로부터 냉기류의 유입이 많은 곳과 사방이 산지로 둘러싸여 분지 형태를 나타내는 지역, 산간지로 표고가 250m 이상 되는 과원 등에서 피해가 많이 발생한다.

농촌진흥청에서는 과수 개화기 전후 저온피해를 막기 위해 송풍법과 살수법을 제시하고 있다. 송풍법은 일반적으로 높은 곳의 공기가 아래쪽 공기보다 높은 점을 이용해 아래와 위 공기를 섞어주는 원리며, 살수법은 서리가 내리기 전날 낮에 지표면에 관수하거나, 서리가 내리기 직전 수관 하부 또는 상부에 살수함으로써, 물에서 방출되는 열로 저온피해를 줄이는 것이다.

다만 송풍법의 경우 개화시기 기온이 -5℃ 이하로 내려갈 경우 효과가 낮고, 살수법은 많은 물이 필요해 지하수 부족 시 피해예방에 어려움이 있다. 이에 최근에는 이러한 단점을 보완해 기존 방상팬에 열풍기를 추가한 열풍방상팬이 개발돼 보급 중이며, 화목보일러를 설치해 가열한 지하수를 살수하는 방법도 있다. 

이와 함께 불을 피워 기온을 높이는 연소법은 대표적 저온피해 예방 기술인데, 농진청은 2019년과 2020년 연소 자재와 연소 용기를 새로 개발해, 발화 높이는 더 높이면서, 화재 위험은 더 줄이는 기술을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농진청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도와 전남도 배 재배 농가 5곳에 이 기술을 적용한 결과, 이 기술을 적용하지 않았던 곳은 꽃 씨방의 고사율이 54.1%였던 반면, 연소법을 적용한 농가에서는 피해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연소법을 활용하려면 화재 예방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미리 흙갈이 작업을 마치고, 주변에 인화물이 없도록 정리한 뒤 과수원 곳곳에 6m 간격으로 연소용기를 배치해야 한다. 
 

꽃 질 때까지 인공수분 나눠하고 열매 양 충분히 확보

#피해발생 시 대응책은

일단 저온피해가 발생한 과수원에선 피해 최소화를 위해 열매가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도록 사후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배는 인공수분을 1회에 끝내기보다 꽃이 질 때까지 2~3회 정도 나눠 실시해 늦게 핀 꽃까지 최대한 열매가 맺도록 해야 하고, 어미꽃(중심화)이 피해를 입은 사과는 새끼꽃(측화)에도 인공수분을 실시해 열매 달리는 양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저온피해가 심한 과수원은 나무 자람새(수세) 관리를 위해 상품성이 좋지 않은 과일도 열매로 달릴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열매가 적게 달리면 나무 자람새가 강해져 이듬해 생육과 꽃눈분화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아울러 웃거름과 잎에 주는 거름의 양은 줄이고, 여름철에 나오는 새로운 열매줄기 유인작업과 가지치기를 통해 나무 자람새가 강해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배연구소 강삼석 소장은 “일단 저온피해가 발생하면 복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저온피해가 예상된다면 꽃이 한 두 개라도 피었을 때라도 암술 피해가 없도록 인공수분을 빨리 진행하면 그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저온피해가 예상되면 응급조치로 과수원 바닥에 물을 적셔주면 기온이 떨어지는 것을 일정부분 방지할 수 있다”며 “농진청에서 개발한 연소 자재와 용기로 불을 피워 기온을 높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300평 기준 20개의 연소 자재와 용기를 구입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피해예방시설 설치농가 보험료 20%로 할인 확대 

# 농식품부, 봄철 저온피해 대책은

‘저온해 위험정보’ 매주 제공
한파 대비 관리요령 문자 발송
내한성 품종 육성 등 추진도

농식품부는 3월 15일부터 4월 20일까지를 저온피해 예방 중점 대응 기간으로 정하고 농진청, 지자체와 협력해 농업인 홍보 등을 적극 추진해 나가고 있다. 또 저온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저온피해 예방 시설지원, 보험제도 개선 등도 추진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 4월 집중됐던 저온피해 이후 농식품부는 247개 농가에 방상팬(송풍기), 미세살수장치, 난방기 등의 설치비 9억여원을 지원했으며, 올해부터 저온 피해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과수 4종(배·사과·단감·떫은감)의 피해 예방시설(방상팬, 미세살수장치 등) 설치농가에 대해서는 보험료 할인율을 기존 10%에서 20%로 확대했다. 

이와 함께 농진청에서는 사과·배·포도·복숭아·매실 과수 5종에 대해 시·군 단위 별 ‘저온해 위험정보’를 주간 단위로 제공하고 있으며, 한파 예비 특보 시, 생육단계에 맞는 농작물 관리요령을 신속히 제공하기 위해 도 농업기술원 및 시군 농업기술센터에 문자 발송 체계를 구축한 상태다. 아울러 과수 저온피해를 줄이기 위한 내한성 기술 개발, 저온피해 회피 품종 육성 등과 같은 연구개발 사업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고 있다. 

강승규 농식품부 재해보험정책과 서기관은 “지금 당장은 한파 예보가 없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4월 들어서 저온피해가 이어져 왔기 때문에 농가에서는 철저한 사전대비가 필요하다”며 “저온피해가 없이 넘어가면 가장 좋겠지만, 지난해에도 4월 중순 경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진 날이 있었던 만큼 저온피해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저온피해에 사전 대응 할 수 있도록 기상정보와 피해예방 정보를 제공 중으로, 이상저온에 따른 농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관태 기자 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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