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포털 바이두, ‘삼계탕’ 자국 요리 주장 논란

[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2016년부터 중국으로 공급하고 있는 중국 수출용 삼계탕 모습.

조선시대부터 유사한 요리
만들어 먹었다는 기록 있어
정작 우리 축산과학원은
1960년대 이후 대중화 추정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가 삼계탕을 중국에서 한국에 전래한 음식으로 소개한 사실이 알려져 육계업계의 공분을 사고 있다. 육계업계에선 정부가 삼계탕의 역사를 보다 체계적으로 정리해 국내외에 알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 바이두 백과사전에서 삼계탕을 검색하면 ‘고려인삼·닭·찹쌀로 만든 고대 중국 광둥식 국물 요리 중 하나’라는 설명이 나온다. 또 ‘삼계탕은 한국에 전파된 후 가장 대표적인 한국 요리 중 하나가 됐다’는 이야기도 덧붙이고 있다. 쉽게 말해 삼계탕은 고대 중국 요리가 우리나라로 전파된 음식이라는 얘긴데, 문헌 등 아무런 역사적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서 한국인들의 ‘소울 푸드’인 삼계탕을 자국 문화에 편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그렇다면 삼계탕에 대한 중국 바이두 백과사전의 정보가 사실일까? 삼계탕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먹는 음식이지만 단순하게 ‘전통음식’으로만 생각할 뿐 삼계탕의 역사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국립축산과학원에서는 삼계탕이 일제강점기 들어 부잣집에서 닭국에 가루 형태의 인삼을 넣는 방식으로 만들어졌으며, 1960년대 이후 지금의 삼계탕 형태가 갖춰진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삼계탕이 대중화 된 것은 1970년대 이후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역사적인 기록을 찾아보면 조선시대부터 이미 우리 선조들이 삼계탕과 유사한 음식을 만들어 먹었던 것으로 언급하고 있다. 삼계탕과 유사하지만 탕으로는 분류하지 않는 ‘닭백숙’류의 음식은 1670년 경 자료에서도 볼 수 있고, 닭을 활용한 국물 요리인 ‘연계탕’, ‘총계탕’, ‘황계탕’ 등의 닭 탕류는 조선시대 기록에 등장한다. 또 1917년 판 ‘조선요리제법’에는 ‘닭을 잡아 내장을 빼고 뱃속에 찹쌀 세 숟가락과 인삼가루 한 숟가락을 넣고 끓인다’는 닭국 요리법까지 나와 있다. 삼계탕은 지금과 형태만 조금 달랐을 뿐 아주 오래전부터 선조들이 먹었던 전통음식이라는 증거들이다.

삼계탕 수출에 오랜 공을 들여온 육계업체들은 삼계탕이 중국에서 비롯됐다는 잘못된 정보가 중국 이외에 미국·일본 등 다른 삼계탕 수출국 소비자에게 알려져 한국산 삼계탕 소비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에 육계업계에선 삼계탕의 기반이 된 음식부터 삼계탕의 역사를 보다 체계적으로 정리해 국내외에 알려야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육계협회 관계자는 “삼계탕은 예로부터 선조들이 보양식으로 먹어왔던 전통 음식”이라며 “현대에 들어서도 우리나라는 삼계탕의 HS코드를 관리하고 있지만 중국은 삼계탕 HS코드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HS코드는 상품에 고유번호를 부여하는 국제적 상품 분류체계로, 우리나라는 삼계탕을 ‘1602.32.1010’이라는 HS코드로 분류하고 있다.

육계협회 관계자는 이어 “여러 역사적인 사실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공식 자료를 통해 삼계탕의 역사를 일제강점기로 한정 지어 놓은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삼계탕과 관련한 문화와 내용을 정부가 체계적으로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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