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직업·영농경력 등 의무 기재
시·구·읍·면 농지위원회 설치
투기확인시 즉시 강제처분 등
사전·사후 관리 강화했지만

투기근절에만 초점 ‘응급 처방’
상속·이농농지, 임대차 문제 등
농지제도 전반 근본대책 빠져


앞으로 농지취득 절차가 까다로워진다. 농업경영계획서상 의무 기재사항에 직업, 영농경력 등을 추가하고, 관련 증빙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주말·체험목적 농지 취득시에도 체험영농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각 시·구·읍·면에 지역 농업인·전문가·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농지위원회를 설치하고, 투기 목적의 농지 취득이 적발될 경우 유예기간 없이 ‘강제처분’ 명령을 즉시 내린다. 부당이득을 환수하기 위한 과징금 제도도 도입된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근절 및 재발방지대책을 발표한 29일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농지관리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 정부 대책은 반쪽짜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나치게 농지투기 근절에만 치중한 나머지 상속·이농농지 문제라든가, 임대차 문제, 8년 자경 양도세 폐지 문제 등 그동안 농업계가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농지제도 전반에 대한 근본적 대책들은 빠져 있기 때문이다.

◆농지취득 요건 강화, 농지위원회 설립=먼저 농지취득자격증명(농취증) 신청시 영농계획서 의무 기재사항에 직업, 영농경력 등을 추가하고, 재직증명서, 농업경영체등록증, 자금조달계획서 등 관련 서류 제출을 의무화했다. 의무 기재사항을 적지 않을 경우 농취증 발급을 제한하고, 거짓·부정기재시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주말·체험영농 용도의 농지 취득의 경우에도 영농거리 등을 포함하는 체험영농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지금까지 주말·체험영농은 영농계획서를 내지 않아도 됐다. 또 우량농지인 농업진흥지역내 농지는 주말·체험영농 목적으로 취득할 수 없도록 했다.

농지취득 자격심사는 지역 농업인, 전문가, 시민단체 등 10∼20명이 참여하는 농지위원회가 담당하도록 했다. 지자체 담당자 단독 심사체계를 보완하기 위한 조치다. 투기우려 지역 농지 취득시 농지위원회 심의를 의무화하고, 한 필지의 농지를 여러 사람이 공유 취득할 경우에는 소유자별 농지 위치를 특정해 관련 증빙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농업법인 사전신고제를 도입해 부동산업 목적의 법인 설립을 차단한다. 농업법인이 목적외 사업을 영위하거나 1년 이상 미운영, 시정명령을 3회 이상 이행하지 않으면 농지를 추가 취득할 수 없게 된다.

도시근교 신규 취득 농지 등 투기우려 농지는 매년 1회 이상 지자체 이용실태조사를 의무화하고, 지자체 농업법인 실태조사 주기는 3년에서 1년으로 단축했다.

◆부당이득 환수, 농지원부 제도 전면 개편=농지 취득이 투기목적으로 확인될 경우 신속한 강제처분 절차 집행을 위해 처분의무기간(현행 1년) 없이 처분명령을 즉시 내리도록 개선한다. 또 처분명령 미이행시 부과하는 이행강제금의 산출 기준(토지가액)을 현재 공시지가 기준에서 공시지가와 감정평가액 중 높은 가격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변경하고, 부과수준은 매년 토지가액의 20%에서 25%로 상향한다.

거짓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농지를 취득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해당 토지의 토지가액에 해당하는 금액(현행 5000만원 이하)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농업법인이 농지를 이용해 목적 외 사업을 할 경우 과징금을, 농지를 불법으로 임대한 경우 2000만원 이하(현행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

아울러 농지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특별사법경찰제를 도입해 단속을 강화하고, 대규모 농지 전용심사의 전문성·객관성 강화를 위해 민·관 전문가로 구성된 농지관리위원회를 설치할 계획이다. 농지원부는 ‘농지대장’으로 전면 개편, 임대차 계약 체결이나 변경 등 농지소유와 이용 현황에 중요사항이 변경되는 경우 신고를 의무화했다.

농식품부는 이번 개선방안의 제도화를 위해 국회·관계부처와 협력해 3월 중 농지법, 농어업경영체육성법, 한국농어촌공사법, 사법경찰관리직무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빠른 시일 내 개정이 완료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보다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농특위 내 농지제도 소분과를 맡고 있는 조병옥 분과장은 “여러 유의미한 조치에도 불구, 이 정도로 농지에 대한 투기를 근절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매우 회의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300평 이하 주말·체험농장 목적의 농지소유 허용이, 지분 쪼개기와 기획부동산 문제를 야기했다는 것은 이미 증명된 것 아니냐”면서 “어차피 도시 사람들이 200평, 300평 농사는 못짓는다. 5~6평 임대로 충분하다. 주말·체험영농 목적의 예외 조항은 아예 없애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조 분과장은 농지전수조사의 필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농지 소유가 어떻게 되어 있고, 누가 이용을 하고 있고, 지목이 어떠한지 관련 데이터가 하나도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은데, 정부가 이걸 농지대장을 통해 다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 그는 “농지 문제는 수십년간 방치돼 누적돼 온 문제로 번갯불에 콩 구어 먹듯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면서 “농식품부가 내놓은 안에 대해 농특위를 비롯 전문가들과 국회가 좀 더 근본적으로 들여다보고 숙의해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석두 GSnJ 인스티튜트 연구위원도 “농지투기 방지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니 근본대책 보다는 취득자격 강화, 부당이득 환수 등 응급처방 수준에 그쳤다”면서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상속으로 인한 비농업인 농지소유 문제를 어떻게 할건지, 임대차 문제와 더불어 농지의 효율적 이용과 보전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 보다 근본적 대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

특히 농지위원회 설치와 관련 그는 “정부 안처럼 위원 몇 명을 위촉해 필요할 때마다 부정기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으로는 실효성 있는 역할을 담보하기 어렵다”면서 “전담인력이나 예산 등이 반영된 상설기구로 설치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