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한국농어민신문 강재남 기자] 

1년간의 계도기간이 끝난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가 25일부터 본격 시행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준비가 미흡한 상황에서 시행됐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 퇴비유통조직 설치 계획대비 운영 현황 63%
마을형 공동퇴비장도 부지 확보 애로…2개소 운영


퇴비사 증축비용 등 축산농가 경영부담 가중 한숨  
일선축협 퇴비유통조직도 연간 1억대 운영비 부담


악취 민원 등 발생 시 축산농가 보호장치도 의문 

99.4%.

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밝힌 퇴비 부숙도 적합률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대상농가 4만9030호 중 4만8779호를 대상으로 퇴비 부숙도 검사를 실시한 결과, 4만8056호가 적합 판정을 받았다. 높은 적합률을 감안하면 1년간의 계도기간이 끝난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가 25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돼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미흡한 준비 상황과 적잖은 경제적 부담 등으로 인해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 본격 시행=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는 지난해 3월 25일부터 시행됐다. 축산 농가들은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라 신고규모 농가는 연 1회, 허가규모는 6개월에 1회 퇴비 부숙도 검사를 받고 그 결과를 3년간 보관해야 한다. 가축분 퇴비를 농경지에 살포하려면 축사면적 1500㎡ 이상 농가는 부숙 후기 또는 부숙 완료, 1500㎡ 미만 농가는 부숙 중기 이상으로 부숙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현장 준비상황이 미흡한 점을 고려해 1년간의 계도기간을 부여했고 지난 24일 종료됐다. 계도기간이 끝나면서 3월 25일부터 법을 위반한 농가는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 대상 농가는 전체 11만4000호 중 4만9030호다.

▲문제 하나, 여전히 미흡한 현장 준비=정부는 퇴비유통전문조직과 마을형 공동퇴비장 등을 통해 퇴비를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계도기간이 종료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목표로 한 퇴비유통전문조직 140개소 중 115개소가 설치됐고 이중에서도 89개소만 퇴비 부숙 관리와 살포를 지원하고 있다. 정부 계획대비 63%만 운영되고 있다.

특히 일부 퇴비유통전문조직은 아직 퇴비 처리 관련 장비를 마련하지 못했다. A퇴비유통전문조직 관계자는 “조달청을 통해 굴삭기와 운송차량, 트랙터, 퇴비 살포기, 로터기 등을 구입할 계획”이라며 “계도기간이 끝나는 24일까지 구입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퇴비를 보관·유통할 수 있는 마을형 공동퇴비장도 지난해 12개소를 지정했지만 2개소만 운영되는 등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B축협 관계자는 “마을형 공동퇴비장은 부지 확보가 핵심이지만 민원 등으로 추진이 어렵다. 그래서 신청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농협 관계자는 “퇴비처리시설 건립은 지자체 의지가 중요하지만 민원만 들어오면 사업을 접는 경우가 많다”며 “부지 확보가 가장 핵심인 만큼 지자체의 공유지나 축협 생축장 등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농가들은 퇴비사 부족 등을 호소하고 있다. 축산단체들이 퇴비장에 대해 건폐율 적용 제외를 요구하는 이유다. 전북의 한우농가는 “분뇨를 저장할 공간이 턱없이 부족해 좁은 공간에 (분뇨를) 쌓아두면 교반작업도 어렵다 이처럼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진한다면 행정처분을 면할 농가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한우농가도 “퇴비사 증·개축을 하고 싶어도 주변 민원 등으로 쉽지 않았다. 이 같은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정부가 제도 도입에만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문제 둘, 경제적 부담 가중=퇴비사 증축 등에 적잖은 비용이 소요되면서 중소 농가들을 중심으로 축산 농가들은 경영 부담을 적잖게 느끼고 있었다. 경기 C지역의 한우번식농가는 “무허가 축사 적법화 추진과정에서도 설계비와 축사 증개축 등의 비용이 적지 않게 들어갔는데 이번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에 맞추다보니 또 다시 약 1000만원의 비용이 추가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일선 축협을 중심으로 퇴비유통전문조직들도 경영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퇴비 부숙과 농경지 살포 지원 등에 연간 약 1억원의 운영비가 소요되기 때문이란 것. 몇몇 지자체들은 퇴비유통전문조직에 일부 비용을 지원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지자체로부터 1000여만원을 지원 받는 B축협 관계자는 “인건비와 각종 운영비 등으로 연간 1억원이 필요하다”며 “지자체로부터 일부 지원을 받지만 여전히 (운영비로는) 부족해 농가들에게 일부 수수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농가들은 조합에서 서비스로 (퇴비 처리 사업을) 제공해야 하지 않느냐는 인식이 강해 울며 겨자먹기로 추진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조합 손실이 커질 경우 제대로 된 퇴비 부숙 지원이 이뤄질 수 없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일선 축협이 퇴비유통전문조직 운영에 금전적 부담을 느낀다면 제대로 운영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결국 농가 피해로 이어질 수 있고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며 퇴비유통전문조직에 운영비 등의 지원을 촉구했다.

▲문제 셋, 민원으로 법 지킨 농가들의 피해 우려=축산 농가들 또는 퇴비유통전문조직 등이 부숙 기준을 충족한 퇴비를 살포하는 등의 과정에서 악취 민원 등이 발생할 경우 농가들이 행정처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축산업계 관계자는 “법 기준에 맞춰 살포했지만 살포 또는 부숙 과정에서 민원이 발생한다면 해당 공무원은 확인 과정을 거칠 것”이라며 “해당 퇴비를 재검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은 물론 설령 재검사를 통해 부숙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것으로 나와도 당시 뿌려진 퇴비가 불합격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민원을 우선시 해 법을 지킨 축산농가가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이 같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행정 지도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정부 입장=정경석 농림축산식품부 축산환경자원과장은 퇴비유통전문조직과 마을형 공동퇴비장 등의 부족한 준비 상황에 대해 “85개소의 퇴비유통전문조직만 운영되는 것은 사업주체가 바뀌는 상황 등이 발생했기 때문”이라며 “퇴비유통조직 140개소를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답변했다.

또 “민원으로 마을형 공동퇴비장 부지를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 마을 주민들이 동의해도 지자체 조례 등에 의해 허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민원과 지자체 조례 등으로 마을형 공동퇴비장 설립이 쉽지 않다는 점을 인정했다. 다만, 퇴비유통전문조직의 운영비 지원에 대해 “정부가 운영비를 직접 지원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액비와 퇴비의 처리시간, 비용 등이 다른 만큼 퇴비에 대해 ha당 20만원 이상 지원할 수 있는지 관계부처와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퇴비장에 대한 건폐율 예외 요구에 대해 정경석 과장은 “국토부에서는 화재와 안전 등 때문에 더 이상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농가들이 사육두수 조정 등을 통해 퇴비장을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을 지킨 축산 농가들이 민원 때문에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민원이 발생하면 공무원이 방문해 관련법에 따라 잘 이행되고 있는지 살펴볼 것”이라며 “다만, 퇴비 부숙은 농가가 검사 실적만 보관하고 있다면 행정처분을 받을 여지는 없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또 “통상 민원은 살포 과정에서 많이 발생한다”며 “퇴비를 살포할 때 갈아엎는 것이 (민원 감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정경석 과장은 “농가의 퇴비 부숙도 준수는 암모니아 저감을 통한 미세먼지 저감, 퇴비의 악취강도 저감 등 축산업의 부정적 인식을 개선할 수 있다”며 “퇴비 부숙도 시행 초기에 퇴비 부숙도 기준 준수 여부와 농경지 살포실태를 면밀하게 점검하고 위반상황에 대해서선 현장 지도 및 관련법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김기량 한농연제주시연합회 회장이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현장/제주 한우농가, 김기량 한농연제주시연합회장

“1년 내 기준 맞추기 불가…벌금 등 강제 시 농가 붕괴”

“축산농가에서 퇴비사를 신축하거나 장비를 완전히 구비할 때까지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 시행을 보류해야 한다. 2015년에 관련법이 도입됐으나 농가가 인식하기 시작한 시점은 2019년으로 계도기간이 있었지만 짧은 기간 내 기준을 맞추기는 힘든 것이 현실이며, 벌금 등으로 농가에 강제적 요구를 한다면 축산 농가들은 붕괴될 수밖에 없습니다.”

제주시 조천읍 일대에서 한우를 사육하고 있는 김기량 한농연제주시연합회장은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 시행으로 향후 축산 농가의 붕괴를 우려했다. 한우 300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그는 4297㎡(1300여평)의 축사와 495㎡(150여평)의 퇴비사 4동을 관리하고 있으며, 봄과 가을 두 번에 걸쳐 사료 작물 재배지에 퇴비를 살포하고 있다. 퇴비 살포 전 연 2회에 제주농업기술센터에 축사동별로 시료를 채취해 부숙도 검사를 받고 기준치 통과 후 살포를 하고 있지만 부숙도 검사 전과 살포 방식이 달라진 것은 없다. 제주지역의 경우 임야, 전, 사료작물 재배지 등 아직까지 퇴비 살포지가 부족하지는 않다고 말하는 그는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제 시행에 따라 향후 만일의 일이 발생할 수 있어 그에 대비한 보완책은 미리 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얘기했다.

그가 말하는 만일의 일은 부숙도 검사 의무화 시행 이후 법 기준에 맞는 농가별 퇴비사 확보 등의 어려움이다. 김기량 회장은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 시행 시 퇴비 처리를 위한 장비 확보 문제도 있지만 퇴비사 등 시설을 신축하거나 증축하는 문제가 가장 크다”며 “기존 빚에 사료 값 인상으로 경제적 부담이 늘어가는 상황에서 시설을 신축하거나 증축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이 1차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퇴비사를 신·증축 비용이 있어도 부지확보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 2차적 문제”라고 설명했다.

또 “공공의 목적으로 시행하는 것이라면 부지확보를 위해 건폐율에서 제외시켜 시설을 하게하거나 도입 이후부터 건축허가 시 적량보다 크게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했음에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며 “도입 이후 농가를 대상으로 제대로 행정지도를 해줬어도 이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김기량 회장은 악취 민원에 따른 시설 확충이 어려운 점도 토로했다. 그는 “부숙도 문제 외에도 동물복지와 환경적 요건 개선 요구 강화로 사육두수가 면적당 제한이 생기면서 농가가 비용적 부담을 떠안고 축사와 퇴비사 등을 증축하려해도 증·개축을 반대하는 민원이 심해 진행할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행정지도 미비, 축산농가 대상 부숙도 검사 의무화 홍보 미흡, 기준 부합 시설 완비를 위한 비용적·시간적 부족, 농가 지원 미비 등을 언급하며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 시행 보류 이유를 지적했다. 김기량 회장은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를 농가들이 퇴비사를 신·증축하고 장비를 구비할 때까지 보류해야 한다”며 “2015년에 도입했다지만 농가들이 인지한 시점이 2019년 말이고, 일 년 유예했다고 모든 농가가 기준에 적합하게 마련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어 “부숙도 검사 의무화가 공공의 목적을 위해 시행되는 것이기에 농가에 모든 부담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며 “농가들이 기준에 맞는 시설을 할 수 있도록 지원과 유예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유예 기간 동안 규제 완화와 행정지도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며 “과태료 등 강압적인 방식으로 농가에 닦달하고 벌금을 부과하면 농가들은 결국 붕괴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기량 회장은 끝으로 “부숙도 검사 의무화 이후 살포 부지를 확보하지 못한 농가가 발생하는 등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제주 동·서지역에 퇴비를 수집·처리하는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퇴비를 수집·처리하는 시설로 퇴비를 모아 처리한다면 민원 발생이 줄어듦은 물론 부숙도 검사 의무제 시행에 대한 초기 어려움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강재남 기자 kangj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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