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땅투기' 파문]

[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농지취득자격증명제 있어도
사실상 '요식 행위' 불과

농지투기 조장 법·제도 개선
비농민 소유실태 전수조사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파문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매입한 토지의 98.6%가 전·답 등 농지로 확인되면서, 농지 취득 및 관리실태의 허술함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농업계에서는 “이번 기회에 비농민의 농지 소유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전수조사를 전면 실시하고, 농지 투기를 조장하는 법·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4월부터 2020년 6월까지 LH 임직원과 그 가족들이 사들인 토지는 총 10필지(2만3028㎡, 약 7000평)로, 매입비용에 약 100억원 대가 소요됐으며 이 중 58억원 이상을 지역 농협 등에서 대출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정부는 국무총리실을 중심으로 관계기관 합동조사단을 구성, 토지거래 전수조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농업계는 내부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 의혹 규명도 중요하지만, 매입토지의 98.6%가 농지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원칙적으로 농지는 농민과 농업법인만 소유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농지를 취득하려면 농지가 소재한 지자체로부터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아야 한다. 

이 때 필요한 서류가 ‘농업경영계획서’로, 계획서에는 취득대상 농지의 면적과 농업경영에 필요한 노동력 및 농업기계·장비·시설의 확보방안, 소유 농지의 이용실태 등이 담겨야 한다. 이 과정에서 지자체 장은 신청자의 연령, 직업, 거주지 등 영농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농업경영계획서의 내용이 실현 가능한지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농업경영계획서’는 말 그대로 계획서일 뿐 실제 현장에서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고, 이번 투기 사태에서도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조병옥 농특위 농지제도개선 소분과장은 “비농민의 농지 소유를 사전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패막이 역할을 해야 할 농지취득자격증명제도가 사실상 ‘요식절차’에 불과해 아무나 농지를 소유할 수 있는 증명으로 전락했다”면서 “사전단계로서 농지취득 자격요건 강화는 물론 취득 후 농지이용실태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불법행위 적발시 행정처분 강화 등 농지제도 전반에 대한 대수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강마야 충남연구원 박사는 “이번에 드러난 LH 직원들의 투기 사태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며, 이번 땅 투기 문제의 핵심은 허술한 농지취득 및 농지관리 실태에 있다”고 지적하고, “어떻게 농민이 아닌 자가 투기 목적으로 손쉽게 농지를 취득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주목, 이번 사태를 계기로 더 늦기 전에 농업계의 해묵은 숙제인 농지 소유와 이용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도 지난 5일 성명에서 “이번 LH 직원들의 투기 사건을 내부 정보에 의한 부당이익 추구의 관점에서만 접근해선 안된다”면서 “경작계획서만 제출하면 누구나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현행 농지법은 경자유전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는 헌법에 반하는 반헌법적 법률이며, 일단 서류만 제출하면 이후에 경작사실조차 확인하지 않는 현행 법체계가 농지를 투기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