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식약처 등록제도 참여 독려
우수수입업소 등록업체 중
작년까지 김치 46곳 ‘세 번째’
“종주국 논란 대응 못할망정 
오히려 방해만” 빈축

중국이 각종 매체를 통해 김치를 자국의 전통 음식문화로 소개하는 등 ‘김치 종주국’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김치 등을 수입하는 업체에 우수수입업소 등록을 독려하고 나서 김치업계 빈축을 사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4일 보도 자료를 통해 ‘수입식품 우등생, 우수수입업소가 되고 싶다면?’이라는 제목으로 우수수입업소 참여 독려에 나섰다. 우수수입업소 등록제도는 식품안전을 위해 도입한 제도로 수입자가 해외제조업소의 위생 관리 상태를 사전 점검하고, 식약처가 현시실사를 통해 기준에 적합할 경우 우수수입업소로 지정한다. 지난해까지 등록된 우수수입업소의 주요 품목은 면류가 가장 많았고, 과·채가공품에 이어 김치가 46개소로 세 번째로 많았다. 우수수입업소에 등록되면 제품 포장지에 우수수입업소 도안을 표시할 수 있으며, 식약처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 무작위표본 검사 제외, 신속한 수입검사 지원 등 우대 혜택도 받게 된다.

국내 김치업계는 하필 중국의 김치 종주국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수입김치에 우수업소표시를 하라고 독려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김치 종주국 논란에 대응하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방해만 된다는 불만도 나온다. 국내 김치제조 업체 뜨레찬 김광호 대표는 “중국이 김치 종주국이라는 표현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는데, 식약처는 이렇게 수입김치가 우수하다고 표시해 홍보까지 하고 있으니 중국산 김치에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 됐다”고 말했다.

안광수 대광에프엔지 대표는 “중국의 김치공정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이렇게 수입김치 홍보를 하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며 “국내외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국내 김치업체를 도와주진 못할망정 이런 말도 안 되는 제도가 보일 때마다 정말 맥이 빠진다”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 장기화로 현지 제조업소의 위생 점검이 어려워 식약처는 수입자가 실시하는 해외제조업소 위생 점검을 해외제조업소 자체 위생 점검으로 대체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어 이에 대한 안전성의 우려도 나온다.

이하연 대한민국김치협회장은 “김치 종주국으로서 김치업체에 차별화로 승부하라는 말만 했지, 실제 김치업체에 도움이 되는 건 별로 없다”며 “코로나19로 인해 현지 실사도 못 하고 있어 안전성 기준을 강화해도 모자랄 판에 무작위표본 검사 제외나 신속한 수입검사 지원 등 우대 혜택까지 준다는 건 말도 안 된다. 국내 김치 제조업체에 대한 역차별이다”고 힘줘 말했다.

이와 관련 정정순 식약처 수입식품안전정책국 현지실사과장은 “우수수입업소 등록제도는 수입식품이 증가하면서 국민들이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다 보니 식약처가 안전하고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한 목적이다”며 “업체 자율표시이기 때문에 (등록 제도에) 수입업체들이 많이 참여해 주십사 하는 의미였지, 국내 김치 산업에 영향을 주기 위한 건 아니다”고 답했다.

주현주 기자 joo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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