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김관태 기자]

2월 10kg 도매가 7735원
평년보다 낮은 가격 불구
상승세 보이자 기습 수매 나서

작년에도 수매시기 잘못 선택
“이해할 수 없는 행보” 비난

평년대비 34%나 크게 떨어진  
‘무 대책’은 ‘무대책’으로 일관


값이 오른 배추와 값이 내려간 무. 이번에도 농림축산식품부의 대책은 ‘어김없이’ 값이 오른 품목으로 향했고, 이를 보는 산지에선 ‘농식품부’를 ‘소비자부’로 칭하고 있다. ‘가격이 폭락한 시기’를 ‘가격이 안정됐다’고 분석하는 농식품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지난달 서울 가락시장에서 배추 도매가격은 10kg 상품에 7735원으로 평년 2월 8365원, 지난해 2월 9012원보다 낮았다. 다만 겨울배추 저장 감모율 감소로 출하량이 줄며 가격이 상당히 낮았던 1월 도매가 4786원보다 상승세를 타긴 했다. 이런 상승세가 부담됐는지, 가격이 평년이나 지난해 가격보다 높지 않았던 지난달 설 직전 농식품부는 배추 1000톤을 기습 수매했다. 

배추 산지에선 지난해 여름, 장마철 전에 수매를 마쳐야 한다는 산지 의견을 묵살하고, 배춧값이 상승하자 굳이 저장성이 떨어지는 장마철에 수매에 나섰던 농식품부가 이번 겨울에도 같은 전철을 밟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 수매는 김장철 매기 감소로 가격이 폭락 조짐을 보인 가을배추 출하기에 대대적으로 진행됐어야 했다는 것. 당시 배추업계에선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농식품부를 비판하며 5000톤 이상의 수매 비축을 요구했다. 낮은 가격을 올리고, 겨울철 이후 상황에 대비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이에 못 미치는 2000톤 찔끔 수매에 그쳤고, 결국 시세가 상승세를 탄 2월에 다시 산지 의견 수렴없이 1000톤을 기습 수매하는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였다는 게 산지 전언이다. 

또한 농식품부가 한파로 봄철 시세 상승이 올 수 있어 이번 수매 비축 결정을 내렸다고 하지만,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 3월 엽근채소 관측에 따르면 배추의 3월 출하량은 평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4월엔 출하 비중이 높은 겨울배추 저장 출하량이 감소해 평년보다 12% 감소할 것으로 봤지만, 이것도 곧 이후 출하될 봄배추 재배면적이 급증해 물량 감소 시기도 길지 않을 것으로 파악된다. 농업관측본부에 따르면 평년 대비 시설봄배추는 6.5%, 노지봄배추는 8.9% 증가할 것으로 조사됐다. 

농식품부는 여기에 최근 수매 비축 물량을 도매시장에 풀며 가격을 떨어뜨리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달 들어 1~5일 가락시장에서 배추 10kg 상품 평균 경락가는 8904원으로 지난해와 평년 3월 도매가 8356원과 8046원보다 소폭 높은 ‘안정 수준’에 머물러 있다. 더욱이 올해 겨울배추는 한파로 산지 생산비가 치솟고 있어 현재 가격대로는 산지에서 생산원가도 제대로 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 풀리고 있는 정부 비축 물량을 보는 산지 시선은 답답할 수밖에 없다.

반면 농식품부는 가격이 하락한 ‘무 대책’은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2월 가락시장에서 무 도매가격은 20kg 상품에 8441원으로 평년 1만2735원보다 34%나 하락했다. 농업관측본부 3월 관측 정보를 보면 평년 대비 3월 출하량이 10.2%, 4월 출하량이 10.0% 증가할 것으로 예고돼 봄철 무 가격도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란 우려스러운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2월 정부 대책에서 무 대책은 어김없이 빠졌다. 

이를 두고 산지에선 농식품부가 오직 농산물 가격을 낮추는 데에만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제 지난달 26일 열린 ‘주요 농축산물 및 가공식품 가격 안정을 위한 관계기관 회의’에서 평년보다 가격이 낮은 배추의 경우 ‘작년 가을 이후 가격이 안정세를 보였다’는 전제를 깔고, ‘최근 한파 피해 등으로 상승세를 타, 봄철 공급 부족에 대비해 비축물량을 신속히 방출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는 입장만 내놨다. 그런데 가을 이후 배추 가격은 안정세가 아닌, 평년의 60~70% 선에 그친 바닥세였던 적이 주였다. 실제 지난해 12월 배추 도매가는 10kg 상품에 5921원이었던 평년 가격보다 38%나 하락한 3647원에 그쳤다. 농식품부가 이 폭락의 시기를 ‘배추 가격 안정’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더욱이 이날 회의를 비롯해 최근 어디에서도 평년보다 60~70% 선밖에 미치지 못하고 있고 앞으로도 약세가 지속할 것이라고 보이는 무 가격에 대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무·배추 산지 한 관계자는 “농식품부가 소비자부가 아니고선, 어떻게 배추 가격이 평년의 38%나 하락한 시기를 배추 가격이 안정세를 보였다고 말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더욱이 가격이 폭락한 무는 이번 대책에서 아예 빠졌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며 “농식품부가 농산물 가격을 떨어뜨리는 데에만 혈안이 돼 있다”고 성토했다. 

김경욱·김관태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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