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평진 기자]

시중유통가격은 높은 반면
수매가는 후지보다 낮아
“시세 반영 제대로 했나” 목청

수매업체와 협의과정 없어
주먹구구식 가격 책정에 불만

충북 보은군이 특화작목으로 육성하고 있는 엔비사과 수매가에 대한 농민들의 불만이 높다. 수매가가 지나치게 낮다는 게 많은 농민들의 얘기다.

농민들에 따르면 18kg 콘티상자 최상품 수매가가 6만500원이라고 한다. 이는 흔히 농민들이 말하는 4다이(41개부터 50개까지) 상품 기준이다. 5다이(51개부터 60개까지) 상품은 이보다 3000원 싸게 책정됐다고 한다.

이를 두고 농민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는 것이다. 농민들은 엔비사과가 후지보다 비싸게 시중 유통되고 있음에도 수매가는 후지보다 현저히 낮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보은군 회남면에서 엔비사과 3500평을 재배하고 있는 한 농민은 “썸머킹 품종을 공판장에 출하 했는데 이것과 비교해 형편없는 수준이다. 작년에는 사과 값이 좋아 기대를 했는데 시세를 반영한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200상자를 출하해 500만원 가량을 받았다. 후지와 비교해도 너무 낮은 것이라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장안면에서 3400평 엔비사과 농사를 짓는 이모씨는 “500상자 출하한 것 중 최고 잘나온 게 4만3000원을 받았다. 처음이라고 하지만 너무 낮은 가격이다. 주변의 농가들 얘기를 들어보면 다 불만을 쏟아낸다. 사과면적을 늘리려고 했는데 엔비사과는 고려해봐야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예산에서 엔비사과를 처음 시작한 사람의 얘기를 들어봤더니 업체에서 가격을 너무 후린다며 그쪽에서도 불만이 많다고 한다”고 말했다.

삼승면 김모씨도 “귀농한 이들이 엔비사과를 많이 심었다. 묘목부터 문제가 있어 시끄러웠는데 가격이 안 좋다보니 지금은 심겠다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엔비사과 수매업체는 에치엔비아시아(H&B아시아)라는 회사다. 이 회사가 국내 엔비사과 유통을 맡고 있다. 수매가는 이 회사와 농민들간 협의를 통해 결정되는데 보은지역에서는 이렇다 할 협의과정도 없었다고 한다.

보은군 사과발전협의회 엔비사과 분과위원장 최왕진 씨는 “작년에는 보은군 수확량이 얼마 안 돼 따로 만나서 협의하지 않았다. 예산군에서 결정된 가격을 따라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과 농사를 처음 하는 분들이 많다. 좋은 얘기만 듣고 시작했다가 기대에 못 미치니까 서운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줄 안다. 수매가격 협상 자체를 하지 못한 게 문제”라고 말했다.

엔비사과 분과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삼승면 이모씨는 “나도 그렇고 많은 이들이 불만이 많다. 사전에 가격을 결정해서 계약재배를 한 게 아니고 지금까지 그때그때 주먹구구식으로 정한 것 같다”며 “올해부터는 사전에 협상을 할 생각이고 지금까지 회사 측과 두 번 만났다. 앞으로 더 만나서 협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에치엔비아시아(H&B아시아) 김모 대표는 “농민들과 협의해서 다 결정한 것이고 농민들도 동의한 것이다. 전량 수매조건이라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 서면으로 물어달라”고 말했다.

보은=이평진 기자 leep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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