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양민철 기자]

전북 순창군 지승용 농업경영인이 화재로 주택이 전소된 현장에서 불길에 그을린 아이들의 책을 뒤적이고 있다.

순창 농업경영인 지승용 씨
보일러 수리 받던 중 불 붙어
수 십년 정든 집 순식간에 타
마을 지인 축사 관리사서 생활
임시거처 마련 등 도움 절실 

한농연순창군연합회 지승용(48) 씨는 최근 화재로 순식간에 정든 집을 잃어 살길이 막막한 상황에 처해 있다면서 눈시울을 적셨다.

그는 설날을 하루 앞둔 지난 2월 10일 오전 순창군 순창읍 막골 길에 위치한 단독주택에서 보일러 수리 중 불이나 주택이 전소되는 큰 피해를 입었다. 그의 가족이 거주하는 주택의 보일러가 고장이 나자 순창읍내 보일러 업체에서 10일 고장 난 보일러를 수리 하던 중 화재를 일으켜 주택이 모두 불에 타버렸다는 게 지 씨의 설명이다.

지 씨는 “화재 당일 아들로부터 불이 났다는 급한 소식을 전화로 듣고 곧장 집으로  달려왔지만 이미 수십 년 정든 주택은 눈에 보이지 않고 사라지고 말았다”고 말했다.

이번 화재로 그의 단독주택 1채가 전소되는 피해를 입었다. 화재 당시 5자녀 중 4자녀가 집에 있었는데 아이들은 순식간에 집밖으로 뛰쳐나와 간신히 화를 면했다. 이날 지 씨와 부인은 돈벌이를 위해 집 밖에 머물렀으며 막내는 유치원에 갔던 것으로 알려져 불행 중 다행으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지 씨는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고1·중3·초5·초3·유치원생 등 모두 5자녀, 부인과 함께 가진 건 없지만 근면·성실을 바탕으로 누구보다 화목한 가정생활을 꾸려나가고 있다.

화마는 단독주택과 트랙터·베일러·퇴비살포기와 관련된 농기계 부품을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들었고 또 TV·냉장고·에어컨·컴퓨터 등은 물론 결혼 예물과 5자녀의 책과 가방·옷·양말 등 어느 것 하나 건지지 못했다. 

지 씨는 지난 1998년 농어민후계자에 복합영농으로 선정되어 현재 조사료 1만2000평을 비롯해 논 3000평 등 1만5000평을 모두 임차해 농사에 여념이 없다. 농한기인 요즘 타인의 축사청소와 조사료 운반 작업 등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하루하루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특히 트랙터 등 농기계를 구입 하면서 현재 7000여만원(농협)의 부채와 농어민후계자금 당시 3000만원에 대한 이자·원금을 합해 월 100여만원을 상환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 씨는 현재 같은 마을에 사는 윤영철(63)씨의 도움을 받아 화재가 난 당일인 10일부터 축사 관리사에 임시거처를 마련해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 임시거처도 축사 관리원이 들어오면 비워주어야 하는 딱한 처지에 있어 우선 가족이 생활할 수 있는 시설 마련이 시급한 상황에 처해있다. 아이들이 5명이 돼 여관 살이도 힘든 상황이다. 지인들이 쌀과 김치 등을 가져와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텨 나가고 있다.

지승용 씨는 “논밭 한평 없이 오로지 남의 땅을 빌려 농사에 전념하고 있는데 예기치 않은 화재로 순식간에 정든 집을 잃어 형언 할 수 없는 아픔이 크지만 다행히도 가족이 모두 무사해 한편으론 감사하다면서 앞으로 살아가는데 어려움이 많겠지만 가족을 위해 더욱 성실히 그리고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순창=양민철 기자 yangmc@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