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지난해 연말 외국인 근로자 사망 사고를 계기로 정부가 숙소기준을 강화한 가운데,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해 왔던 농가들은 패닉에 빠졌다. 유예기간도 없이 갑작스럽게 지침을 강화하면서 이해 당사자인 농민들의 의견은 완전히 배제당했기 때문이다. 청와대로, 국민권익위원회로 청원을 내고, 줄을 이어 성명을 발표하고, 고용노동부 앞에서 항의집회도 해보지만, “이행기간을 검토하고 있다”는 답변 외에 아직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농가들이 더 기가 막힌 것은 고용노동부가 이번에 숙소기준을 강화하면서 제조업·건설·서비스업 등 다른 업종에 대해서는 유예기간을 두고 7월1일부터 적용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특히 관련 사항을 심의·의결하기 위해 12월23일 열린 외국인력정책심의회에 농식품부 관계자는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국회 농해수위 정운천 의원(국민의힘 비례)을 통해 드러났다.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정운천 의원의 질타를 받은 농식품부 김현수 장관은 “당일 신임 차관 임명이 있었고, 대참을 해야했지만 서울에서 열리는 회의라 시간이 나지 않아 참석하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당일 회의에서 시행시기는 결정하지 않았지만, 바로 캄보디아 이주노동자의 사망사고가 터지면서 언론이 난리가 나는 바람에 급하게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농업계의 반발이 이어지자 농식품부와 고용노동부는 ‘선심 쓰듯’ 이행기간 유예를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이행기간 유예로 해결할 일이 아니다. 좀 더 본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당장 당사자인 농민들의 의견부터 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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