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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 숙소기준 강화’ 농업계 의견은 배제당한 이유

[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타 업종 7월, 농업만 1월부터
농식품부는 관련회의도 불참 
"그래놓고 선심쓰듯 유예 검토"

정부가 지난 연말 외국인 근로자 숙소기준을 강화하면서 농어업 부문에 대해서는 1월1일부터 당장 적용한 반면, 제조·건설·서비스업 등 나머지 업종에 대해서는 유예기간을 두고 7월1일부터 적용키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와 관련한 논의를 위해 지난해 12월23일 개최된 외국인력정책위원회에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한 명도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농업계에서는 “농식품부 말고는 농업계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구조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너무 무책임한 처사”라면서 “이렇게 해 놓고 농업계가 반발하자 선심쓰듯 유예기간을 검토하고 있다는 게 말이되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운천 국민의힘(비례) 의원은 지난 1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다른 제조·건설·서비스업은 7월1일부터 적용하도록 해 놓고 농업부문은 왜 1월1일부터 시행하게 된 것이냐”고 따지면서 “특히 이와 관련한 논의가 진행된 외국인력정책위원회에 농식품부는 참여도 안했고 관계부처 합동보도자료가 나온 1월6일에서야 정책 시행시기를 인지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따졌다.

이에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원래 차관이 참석하는 회의인데 그날 신임 차관 발령이 나 참석을 못했다. 누군가 대참을 했어야 하는데 그 회의가 서울에서 이뤄지다 보니 시간이 안 맞아서 그렇게 됐다”고 해명하고, “실무협의 차원에선 충분히 의견을 개진했다”고 밝혔다.

외국인력정책위원회는 외국인근로자의 고용관리 및 보호에 관한 주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로 국무조정실장을 위원장으로 12개 부처(기획재정부, 외교부, 법무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농림축산식품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이 당연직으로 참여한다. 차기년도 외국인력 도입규모와 제도개선 사항 등을 결정하기 위해 해마다 1회, 연말에 개최되는데, ‘비닐하우스 내 조립식 패널·컨테이너 숙소 제공시 고용허가 불허’는 23일 회의에서 결정된 사안이다.

이와 관련 고용노동부 외국인력담당관실 담당 사무관은 “농식품부 차관이 참석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AI가 터졌다며 아무도 오지 않았다”면서 “사실 당일 위원회에서는 ‘비닐하우스 내 가설건축물’ 불허결정만 내리고 시행시기는 못 박지 않았지만, 같은 날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사망사고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BBC 등 해외언론까지 난리가 난 상황이라 시행시기를 급하게 앞당겼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론 형평성을 따지면 다 같이 1월1일부터 해야겠지만 그동안 주거 문제가 계속 이슈가 된 건 농어업 분야였고, 다른 업종은 검토과정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일단 농어업 분야부터 급하게 시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농업계 전문가는 “외국인력정책위원회에 앞서 이해당사자에 대한 의견 수렴과 안건 정리를 위해 실무위원회가 열리는데, 여기에도 노동계 인사는 ‘근로자 위원’으로 참여하지만 농업계 인사는 전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구조적으로 농식품부가 대변하지 못하면 농업계의 의견은 패싱되는 구조에서 농식품부가 안일하게 대응,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대부분의 책임을 농가에게만 떠넘기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현재 고용노동부에서는 농업계의 반발이 계속 이어지자 농식품부와 함께 이행기간 유예를 검토 중이다. 이와 관련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최범진 대외협력실장은 “이행기간 유예만으로는 농업계가 처한 어려움을 풀기 어렵다”면서 “외국인 근로자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본질적으로 필요한 대책이 무엇인지 원점에서부터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en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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