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희식/농부. 마음치유 농장 대표

[한국농어민신문]

몸 가진 사람들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우주의 선물
하루 10분의 춤으로 치유를

<나의 눈물에 춤을 바칩니다(최보결. 미다스북스. 2021. 2만원.)>

그분을 영상으로 처음 본 것은 2019년 4월이었다. 비무장지대 평화의 인간 띠 잇기를 위한 ‘평화의 춤’에서다. 화려한 수상 경력을 가진 안무가 최보결. “우리는 사랑의 사람들이다. 태양 아래 하나다. 서로 사랑하자.”는 노랫말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춤추는 사람들의 몸짓은 고백, 배려, 나눔, 연결, 돌봄, 자유, 헌신, 밝음 그 자체였다. 보여주기 위한 예술을 넘어 모든 사람에게 춤의 권리와 기쁨을 돌려주고 싶어 무대를 내려왔다고 하는 그.

그녀의 첫 책이 나왔다. <나의 눈물에 춤을 바칩니다>라는 책 제목부터 춤이란 눈물을 닦아주고 아픔을 씻어주는 역할임을 직설적으로 담고 있다. 눈물을 기쁨으로 전환하는 도구임을. 기쁜 상태는 어떤 일의 성취된 결과가 아니라 모든 일의 기초여야 한다. 성경에서도 “항상 기뻐하라”(데살로니가전서 5장)고 했다. 동학의 해월 선생도 뭔가를 아는 사람, 뭔가를 믿는 사람보다 그것을 기뻐하는 사람이라야 한다고 했다. 그 뒤에 세상일을 도모하는 게 순서라고(대인접물 3장).

걱정거리 없으면 그게 더 불안한, 어디를 둘러봐도 기쁠 일이 없고 춤출 일이 없다고 여기는 사람에게 이 책은 말한다. 그래서 춤을 춰야 한다고. 춤은 기쁘고 즐거울 때만 추는 게 아니라 기쁘고 즐겁기 위해서 추는 것이다. 찢긴 상처를 안은 채 추는 춤. 고통을 딛고 부르는 노래. 극적인 전환을 말한다.

책의 1장이 ‘춤으로 치유되지 못할 상처는 없다’이다. 상처와 아픔을 드러내고 치유하는 데에 춤이 있다고 알려준다. 상처를 드러내는 것은 내면을 만나는 일이고 몸을 느끼기만 해도 치유의 기적은 시작된다고 한다.

“난 몸을 느끼고 표현하게 하는 방법에 주력하면서 인류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 몸이 보이고 몸의 작동원리가 보이고 세상의 작동원리가 보였다.”(97쪽). 춤이란 몸을 느끼는 데서 시작되고 몸을 제대로 아는 것이 전부라고 할 수 있는가 보다.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춤은 몸 가진 사람들이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우주의 선물이라고.

작년에 그녀에게서 ‘방구석 댄스’와 ‘꼬리 춤’을 배웠다. 코로나 시기에 다들 ‘방콕’하며 우울한 날들을 보낼 때 춤 워크숍을 온라인으로 열었는데 나는 망설임 없이 등록한 것이다. 그의 춤은 이렇다. 현실의 흐름, 시대의 숨결을 반영한다. 책도 그렇다. 개인의 치유만이 아니라 제주 4·3 평화 춤, 구치소 인성교육 춤, 5·18민주화운동 진혼 춤을 추면서 시대의 아픔을 치유한다. 그런 생생한 이야기가 2장에 소개된다.

3장이 재밌다. 하루 10분의 춤으로 상처를 치유하는 처방전을 소개한다. ‘춤 처방전’의 이름도 재미있다. ‘더하기 빼기 춤’이 있는가 하면, ‘방바닥 댄스’도 있다. 이름에서 어떤 춤인지가 바로 떠오른다. 할 수 있을 것 같고 해 보고 싶어진다. ‘털기 춤’도 그렇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춤이다. 책에는 저자의 춤 일화들이 조근조근 담겼다. 춤의 흥겨운 기운이 물씬 풍긴다.


[함께 보면 좋은 책]

<그 마음, 예술로 위로할게요(명지병원 예술치유센터. 힐링엔북. 2019. 1만8000원)>

‘치료’가 병이 난 몸을 고치는 제한적인 것이라면 ‘치유’는 감정과 정신적 요소까지 다루면서 갇힌 신념, 억압된 자아, 불안과 두려움을 벗어나 대 자유로 나아간다. 예술이 그 과정에 큰 역할을 한다. 종합병원인 명지병원에 국내 유일의 예술치유센터가 만들어진 것은 치료와 치유가 함께 해야 한다는 자각이었을 것이다.

음악·미술·연극·춤 ‘치유의 힘’

<그 마음, 예술로 위로할게요>. 치료의 출발을 마음의 위로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책 제목은 암시하고 있다. 처음에는 의사들이 예술치유 프로그램에 호의적이지 않았다고 한다. 왜 자기 환자들을 끌어들여 귀찮게 하느냐는 불평이 많았고 의학적 근거가 있냐는 반문도 따랐다고 한다. 그러나 효과는 컸다.

“우리 몸은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내적 상태를 드러낸다. 흥이 나면 어깨가 올라가고 좌절하면 어깨가 처진다. 관심 있는 사람에게로 몸이 절로 기운다. 기분 좋으면 발걸음이 가볍다.”(276쪽) 그렇다. 입으로만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몸도 말을 한다. 따라서 반대도 성립한다. 의도된 몸동작, 창조적인 몸 움직임을 통해서 새로운 내적 세계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삶의 습관 된 낡은 태도와도 이별을 시도할 수 있겠다. 그게 예술치유의 힘이다.

이 책은 치유 예술로 음악, 미술, 연극, 춤을 말한다. 환우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의 문제와 치유 사례가 나온다. 1장이 성인이고 2장이 아동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 주된 역할을 하는 치유사들의 이야기가 3장에 나온다. 예술치료가 어떻게 자신을 변화시켰는지도 소개하는 이 부분은 큰 공감을 준다.

4장은 예술치유가 어렵지 않고, 우리 일상의 소품들로 쉽게 가능하다는 원리를 설명한다. 과일이나 천 조각, 밥그릇, 색종이 등등. 독자들의 처지와 과제에 따라 자유롭게 응용해 볼 수 있게 하는 책이다.


한국인 가슴 속 신명 끌어내기

<한국인을 춤 추게 하라(최준식. 사계절. 2007. 1만원)>

<한국인을 춤추게 하라>는 처음부터 단정한다. 한국인은 때로 자신도 주체 못하는 신명을 갖고 있다고. 아무 때나, 아무 곳에서나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즐긴다고. 이른바 한국인의 ‘끼’는 세계로 퍼지는 한류와 방탄소년단 같은 주목받는 예술인들이 증명하고 있다고 해도 될 것이다. 이 책은 한국인 가슴에 내장된 이런 선천의 멜로디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저자 최준식은 말한다. 인생 자체가 춤이라고 말한다. 한국인이 춤의 기운을 가졌다고 한다. 언뜻 보면 조용하고 조심스러운 유교적 인간이지만 진면목은 기층에서 꿈틀거리는 무교적 기운, 신명이 있다고 진단한다. 사례로 드는 게 그럴 듯하다. 판소리, 막사발, 폭탄주, 노래방, 붉은 악마 등등.

우리 민족의 디엔에이에 내재 된 샤머니즘적 기질에서 신명의 근원을 찾았다. 최준식은 “무당이 20만 명이 넘고, 시내 한복판 점집에 직위 불문 사람들이 몰려 점을 보는 것만 봐도 한국인 의식 속에 샤머니즘이 얼마나 크게 자리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알 수 있다”며 “샤머니즘의 기저에 깔린 춤과 노래는 우리의 잠재의식에 녹아있는 신명을 건드리고, 그 울림이 커지면 모두가 흥에 겨워한다.”라고 말한다.

한국인의 가슴 속 신명을 끌어내어 그 가락에 춤추면서 행복해지는 한국인을 상상해 본다.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