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충 밀도만 줄여 ‘역효과’

[한국농어민신문 서상현 기자]

논두렁 태우기가 월동해충 방제효과가 거의 없으며, 오히려 익충의 밀도가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진흥청이 2020년 1월부터 충남, 전북, 경북 도농업기술원과 함께 논, 밭두렁에서 월동하는 병해충의 종류와 밀도를 조사해 논두렁 태우기 효과여부를 과학적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친환경 재배 논, 논두렁, 관행농업지역 모두에서 거미류, 기생벌류, 반날개류 등 농사에 도움이 되는 익충류의 월동비율이 80~97%로 월등히 높았다. 애멸구류, 파리류, 응애류 등 해충류의 월동밀도는 5~7%에 불과했으며, 깔따구류 등 기타 절지동물류가 2~3% 수준이었다. 또한 논두렁을 태운 후에는 논과 논두렁 내 익충의 밀도가 크게 감소했고, 소각 이후 4주가 지날 때까지도 밀도회복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농진청은 논두렁 태우기가 농작물 생육기 해충 발생량과 피해량에 미치는 영향도 분석했다. 5월 하순 모내기 직후부터 10월 중하순 수확기까지 벼멸구, 애멸구, 흰등멸구, 혹명나방, 먹노린재, 벼물바구미 등 주요해충 6종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것이다. 이 결과, 소각한 농경지와 소각하지 않은 농경지에서의 해충 발생량과 피해량은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또, 친환경농업지역에서 문제인 먹노린재의 월동성충을 채집한 뒤 3㎝, 5㎝, 10㎝ 깊이에 묻고, 지푸라기를 덮어 소각한 결과, 땅속 온도변화가 극히 적어 열기로 타죽은 먹노린재가 거의 없었다. 이와 관련 김현란 농진청 작물보호과장은 “논두렁 태우기는 땅 속에서 월동하는 해충방제 효과는 거의 없고, 농사에 도움이 되는 익충류를 더 많이 죽게 한다”면서 “오히려 산불, 미세먼지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정월대보름 전후 논두렁 태우기를 자제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서상현 기자 seos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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