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환경 친화적 축산업으로 구조를 전환하고 축산물 수급 안정을 위해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정책국 내 수급유통단을 만들어 관리하겠다.” 박범수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지난 22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축산분야 정책 방향으로 이 같이 언급했다.
축산정책국장 업무를 맡은 지 약 50여일이 흐른 박범수 신임 축산정책국장은 축산물 일일 수급 상황을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축산물 수급에 대한 매뉴얼을 마련하는 등 축산물 수급 안정에 대한 방향을 제시했다. 다만, 축산업계가 요구한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 관련 계도기간 연장에 대해서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급 과잉-부족 사이클에 농가 타격…개선방안 모색
축산기관 현장점검반 운영…사육기준 준수여부 관리
분뇨 줄이기 급선무·악취관련 시설기준 마련 고민도

-2020년 축산분야의 정부 정책에 대한 성과, 아쉬운 점 등을 평가해 달라.

“지난해 악취, 분뇨가 축산업계 현안이었다. 축산 농가와 축산단체가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도록 시작한 해였다. 정부 입장에서는 그 부분에서 가장 큰 의미가 있었다. 다만, 지난해 축산물 유통과 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었지만 코로나19 발생으로 시장 수요가 받쳐주면서 크게 불거지지 않았다. 지난해 수급부분에 신경을 더 써야 했지만 그럴 겨를이 없었던 점이 아쉬웠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난해는 코로나19로 기억되는 해이다. 코로나19 이후 축산분야와 축산정책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코로나19는 큰 틀에서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등 생산단가를 상승시키는 등 축산업은 물론 세계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았다.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전환과 넷제로(Net Zero, 탄소배출량을 없게 한다는 뜻)의 요구가 강해질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대응을 먼저 해야 한다. 우선 탄소배출의 경우 농업 내에서 보면 경종 보단 축산업이 더 배출하는 만큼 어떻게 줄일 것인지 앞으로 신경 써야 할 과제다.
디지털 전환도 악취와 분뇨, 미세먼지 등을 줄이기 위해 생산성을 최적화하는 방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어 사료를 덜 먹여도 지금 같은 생산성이 나오는 최적의 생산은 철저한 관리에서 가능하다. 즉, 이 같은 넷제로와 디지털 전환이 우리가 코로나19 이후에 나아갈 방향이다.”


-올해 축산분야 정책 방향과 주요 사업을 소개해 달라.

“올해 축산정책 방향은 환경 친화적 축산업으로 구조를 전환하는 것이다. 현재 허가 수준을 넘어 과다하게 사육하는 부분을 적정 수준으로 정리하고 최적의 효과를 낼 수 있는 기술을 시장에 빠르게 적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같은 양의 사료를 투입해도 분뇨 등을 덜 배출하는 제도적 장치, 기술 투자 등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 같은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R&D 예산을 추가로 확보했다. 환경 친화적인 축산을 구축해 국민들에게 기피산업으로 낙인이 찍히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정책 방향이다.
두 번째로는 장기적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축종별 구조를 그릴 것이다. 현재 축산물은 공급 과잉과 부족 사이클이 반복되면서 작은 농장을 중심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 이런 사이클을 없앨 수는 없지만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파악하고 예측해서 이 사이클을 최대한 완만하게 하는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관리하겠다. 그래서 축산정책국 내에 수급유통단을 만들어 내가 단장으로서 직접 관리할 계획이다. 또 산란계는 후장기거래 문제, 낙농은 쿼터 구조 등 축종별로 문제가 있다. 이 같은 문제를 국장 재임 동안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하나씩 꺼내서 방향을 잡고 해결책을 찾는 시작이라도 하겠다.”


-올해 새롭게 추진하는 정책은 무엇인가.

“사육두수 기준 준수 여부에 대한 점검·관리 강화를 위해 축산관련기관 현장점검반을 구성해 상시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또 축산 종사자들의 인식 개선과 비대면 교육 확대를 위해 교육 시스템을 개선하고 산지 도·소매 단계에 머물렀던 유통실태조사를 소비단계까지 확대해 시행하겠다.”


-축산분야는 냄새와 민원 등으로 축산업을 영위하는 것이 쉽지 않다. 올해 악취 저감을 위한 주요 정책을 소개해 달라.

“악취 원인은 분뇨 때문이다. 분뇨를 적정 수준으로 처리해야 하는데 지금 시설 수준에선 어렵다. 분뇨 자체를 줄이는 방법, 허가 수준을 넘어 생산하고 있는 부분을 줄이도록 해야 한다. 또 다음 달부터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가 1년간의 계도기간을 거쳐 본격 시작한다. 이에 농식품부 내 TF를 만들어 현장을 다니며 점검할 계획이다. 농가들이 부숙 기준을 지킬 수 있도록 축산단체들과 함께 노력하겠다. 그리고 악취방지법에는 악취에 대한 기준만 있고 악취 관련 시설 기준이 없는 만큼 해당 기준을 만들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 관련 현장에서는 준비 미흡 등을 계도기간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는 이미 1년간의 계도기간을 부여했다. 그래서 계도기간을 연장할 생각은 없다. 정부와 지자체, 농가들이 함께 노력하면 충분히 지킬 수 있을 것이다. 몸이 고달플 수 있지만 가야하는 방향이다. 정부는 현장에서 부족한 부분을 더 파악해서 지원하고 컨설팅 하겠다.”


-축산업계에서는 정부가 방역에만 집중하고 축산물 소비 촉진, 생산 안정 등에 소홀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축산물 수급 안정 대책이 필요하다는 요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축산물 가격 변동이 발생하면 특별한 상황인지, 구조적인 상황 때문에 바뀐 것인지 판단하려고 한다. 앞서 말한 수급유통단을 만든 이유다. 또 도매시장별 가격과 아침부터 저녁까지 가격 변동, 경매할 때 최소·최대 가격 범위, 응찰자 수 등 변화도 체크하려고 한다.
다만, 이런 부분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았다. 그래서 농협 축산물공판장만이라도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3월 말까지 구축하려고 한다. 이런 통계를 보면 시장 변동 흐름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고 변화에 대해 준비할 수 있다.
또 축산물품질평가원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aT 등과 함께 매월 말 중장기 수급변동회의를 할 계획이다. 축산물 가격과 수급 등이 정상 범위를 벗어날 경우 원인을 파악하고 어떻게 대처할지 매뉴얼을 만들 것이다.”

 

축평원·농경연·유통공사와 매달 수급변동회의 계획
가축사육관리업 의무적으로 시행하지는 않을 방침
축산 공익직불보다 적절한 규제-비용 지원 바람직

-축산물수급조절협의회를 운영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어떻게 운영할 계획인가.

“축산물 수급 상황에 대해 시장 상황을 파악하고 생산자들에게 알리며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지 생산자, 전문가는 물론 필요에 따라 소비자까지 함께 모여 명확히 답을 찾겠다. 정부가 강제로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고 제도를 바꿀 경우 긴 시간이 걸릴 수 있고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기에 생산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방안을 찾겠다.”


-국제곡물가격 급등 등의 여파로 상당수 사료업체들이 사료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사료업체 입장에서는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이는 생산비와 소비자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료업체들이 크게 인상하지 않고 버틴 것은 미리 사료 원료를 계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년부터 원료가격이 오르면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정부에서 사료업체들의 가격 인상 여부를 강제할 수 없지만 업체들이 감내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감내해 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한다. 정부도 사료업체들에게 필요한 사료구매자금 지원 등을 고민하고 있다.”


-정부가 가축사육관리업 도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부 축산단체들은 이 같은 제도가 또 다른 농가 통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가축사육관리업의 도입 취지와 추진 계획 등을 말해 달라.

“가축사육관리업 도입은 방역에서 시작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를 예로 들면 농장주가 직접 농장을 신경 쓰는 곳은 관리가 잘 된다. 다만, 시설이 다소 낙후할 뿐이다. 그런데 대형 산란계 농장의 시설은 상당히 좋지만 AI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농장 관리 문제로 볼 수 있다. 가축사육관리업을 의무적으로 시행하지 않겠지만 필요한 사람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 내 농장에서 질병이 터지지 않아야 다른 농장에 전파도, 피해도 주지 않는다.”


-정부의 규제 일변도 정책에 대한 축산농가의 불만이 적지 않다. 축산업의 기반을 흔들 수 있는 지나친 규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고 농장 환경 개선, 소득 안정 등에 초점을 맞춰달라는 주문이 있다.

“규제가 무조건 나쁘다고 바라보면 모든 규제를 완화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부작용도 있다. 규제 완화 또는 강화가 아닌 적절한 규제,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는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 사실 축산은 경종 같은 다른 농업과 비교하면 규제가 필요한 영역이 더 많다. 규제는 적절히 하도록 하겠다.
그리고 축산 진흥은 정부가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축산분야의 사업 집행률은 농식품부 내에서 가장 낮다. 예산을 더 늘려달라고 못하는 이유다. 예산의 집행 구조와 내용 등을 바꿔 책정된 예산을 100% 집행되도록 하고 필요한 예산은 더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


-축산분야에도 중소농가들을 중심으로 공익직불제를 지급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다.

“현재 공익직불제 틀에서 축산농가들에게 직불금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공익직불제는 농업의 공익적 가치 창출을 인정해 농가들이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시장에서 주지 않는 부분을 정부가 지원하는 제도다. 하지만 축산업은 공익적 가치 측면 보단 적절히 규제하고 이 같은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투입되는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축산농가들에게 한 말씀 바란다.

“축산업은 그동안 농업 성장을 견인해왔고 농업 다른 분야 보다 육체노동, 관리 등이 힘든 산업이다. 지금까지 양적 성장을 했다면 이제 질적으로 안정화 할 시기다. 그래서 환경, 가축 방역 등에 더 신경 써야 한다. 정부는 농가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재정 지원 등에서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겠다. 농가들도 축산업의 지위에 걸맞게 잘 관리해서 모범이 됐으면 좋겠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