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도매시장 유통구조 개선방안’ 심포지엄

[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 기자]

상반기 안에 마련될 도매시장 유통구조 개선안을 앞두고 진행된 ‘농산물 도매시장의 공익적 역할 재정립을 위한 심포지엄’에선 농민단체와 학계, 시장 유통인 등 여러 주체들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행사는 유튜브 채널로 생중계됐다.

출하 농민 권익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공영 농산물 도매시장 운영 방안 논의가 가속화할 전망이다. 현재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상반기까지 ‘농산물 도매시장 유통구조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으로, 이를 위한 첫 공개 심포지엄이 17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진행됐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주최·주관한 ‘농산물 도매시장의 공익적 역할 재정립을 위한 심포지엄’은 화상 토론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도매시장 출하농업인의 권익 증진 방안(송정환 신유통연구원 부원장) △도매시장법인의 공공성 강화 방안(김성훈 충남대학교 교수) △강서시장 시장도매인 운영실태 평가(김기헌 aT 시장지원부장)를 주제로 한 발제와 농민단체, 학계, 유통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종합토론이 있었다. 
 

도매법인간 경쟁 유인 필요
수수료 수익 일부 기금화
출하장려금 등에 활용 제언
적정수익규모 사회적 합의도

출하자 경매전반 모니터링
경매사 평가·관리 강화해야

농산물 가격 급등락 대응
최저경락가격제도 도입
서킷브레이커 검토 제안도


“도매시장은 출하 농업인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시설이다. 전국 32개 공영도매시장 건설비의 42.7%를 국고에서 투입했다.” 첫 발제자로 나선 송정환 부원장은 도매시장이 출하 농업인에 대한 권익 증진을 위해 나서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들었다. 그러면서 그간 이러한 논의가 부족했던 이유로 “시장 내 주체들 중심으로 도매시장 운영 및 제도화가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송정환 부원장은 권익 증진의 핵심을 ‘제값 받기’로 봤다. 이에 “도매시장법인 간 경쟁을 위한 유인책이 부족하다”면서 “도매시장법인 평가와 연동해 경매장 면적을 추가로 배정하고, 2회 연속 평가가 최하위인 경우 조건부로 영업을 허가하되 미달성시 퇴출해야 한다”는 의견과 “출하자 권익 증진 확대 노력에 높은 가점을 부여하고, 수수료 수익 일부를 기금화해 출하장려금이나 출하자 손실보전 등에 활용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도매시장법인 등에 가칭 ‘출하농업인 권익센터’라는 민원 해결 전담 창구를 설치하도록 하자”라고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김성훈 교수는 도매시장법인의 공공성 문제를 얘기하며 수익 문제를 꺼냈다. “법인의 수익 및 배분의 사적 이익 추구가 과다하다. 주주들 입장에선 좋겠지만, 최근 5년 동안 총 408억원을 배당했다”고 전제하며 “도매시장법인의 공공성 제고는 어려운 문제이자 ‘뜨거운 감자’로, 과연 법인의 적정 수익 규모는 어느 정도가 맞을지,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출하 농민에 대한 권익 증진 방안으로는 “불낙(경매 낙찰이 이뤄지지 않는) 통보를 받으면 농민이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경매 과정 전반을 출하자가 모니터링 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고, 경매사에 대한 평가 및 사후 관리를 강화하자”고 했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 서용석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부총장은 “도매시장 가격이 수급에 따라 결정되지만 상하차비도 안 나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어느 수준 이하로는 판매하지 말게 하고, 어쩔 수 없이 팔아야 한다면 비용을 어떤 식으로든 보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정가·수의매매 전담 경매사를 추가로 고용하거나 산지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도매시장법인들의 과다수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매시장 거래제도에 대해서는 “시장도매인제가 매수보다는 위탁방식으로 거래하는 게 많고, 수입농산물 취급비중이 높다보니 농업인을 위한 제도인지는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양정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은 경매가격이 하루 사이에 급등락 하는 사례를 들며 “가락시장이 기준가격을 만들고 있는데, 사례를 보다 시피 기준가격이 있기는 한 것인가. 그 피해는 농민이 받는 것”이라며 “그래서 농안법을 바꿔야 한다. 지금 하나의 경매제만을 고집하는 농안법은 문제가 있다.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를 혼용해 경쟁시키면 된다”라고 말했다.

이춘수 순천대학교 교수는 거래제도와 가격 변동성의 관계를 짚었다. 그는 “거래제도 논쟁의 핵심은 특정 거래제도가 가격 변동성을 낮추거나 높일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지나치게 낙관적 논리다. 탐색비용이나 협상비용, 제도 전환비용이나 가격 발견 비용을 고려할 때 거래제도로 유통 비용을 절감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면서 “거래제도 논쟁을 다시 하자는 것이 아니라 출하자 권익 보호와 가격 변동성과 같은 문제는 생산·유통·소비·소득 등에 대한 정책 포트폴리오를 마련해 수행해야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권오엽 aT 유통조성처장은 “가격의 문제를 도매시장 내에서 해결하려고 하면 문제가 많다”며 “채소 수급 안정 사업이라든가 가격 등락이 심한 것은 산지를 통해 해결하는 등 이원화해서 생각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농산물 값 급등락을 막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주식거래 시장에서 작동하는 ‘서킷브레이커’를 경매제에 도입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송정환 부원장은 첫 주제발표를 통해 “시장 내 반입물량에 대해서는 일정 가격 이하로 하락하지 않도록 ‘최저경락가격제도’를 도입하고, 가격 폭락 시 경매를 정지하고 최저경락가격으로 판매하는 ‘서킷프레이커’ 도입을 검토해보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관련 논의는 이미 2013년 경 진행됐으나 최저경락가격이 생길 경우 그 가격이 거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또 가격 폭락으로 경매를 중지시킬 경우 해당 농산물을 보관할 수 있는 정온시설을 확충해야 하는 선결과제도 있다.

이밖에도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 간 대금정산조직 설립 문제, 출하자 하역비 부담 문제, 농민들이 가격을 제안하는 정가매매 확대 문제 등 도매시장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이날 나온 문제들에 대해 이정삼 농식품부 유통정책과장은 “현재 2월 말까지 도매시장 유통구조 개선에 대한 국민 의견을 듣고 있고, 지금까지 754건의 의견이 들어와 있다”며 “또 3월말까지 전국 공영도매시장에 대한 조사를 실시해 전송거래 문제나 중도매인이 산지유통인으로 등록하는 문제, 정가·수의매매가 기록상장으로 악용되는지 등도 특별히 살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토대로 심포지엄이나 공청회 등을 열어 도매시장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올해 상반기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관태 기자 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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