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석준 상명대 교수

[한국농어민신문]

꽃·전통주 등 ‘나에게 선물’ 시장 확대
소비자 마음 위로해 줄 스토리도 필요 
개당 단가 낮추고, 온라인 판매 힘써야

올해 설 연휴는 코로나19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 지났다. 그러나 우울한 사회환경과는 달리 유통업계는 신이 났다. 설선물세트 매출이 사상 최대치를 찍었기 때문이다. 설선물을 준비했던 농어가들도 좀 웃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다. 특히 농식품부가 노력하여 우리 농축수산물의 경우 청탁금지법 선물 허용가액이 20만원으로 상향 조정된 것도 정말 도움이 되었다.

선물시장은 매우 좋은 시장이다. 비싸도 잘 팔릴 뿐 아니라 수요도 높아진다. 내가 먹을 것을 구매하는 양은 한계가 있지만, 선물은 남이 먹을 것을 구매하기에 더 많이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농어가분들은 자신이 생산한 좋은 상품을 제 값에 판매할 수 있는 명절 대목을 기다린다. 하지만 아쉬운 것도 있다. 일 년에 명절이 몇 번 없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선물시장은 좀 달라졌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많은 어려움을 주었지만 선물시장이 급성장하는 기회를 주기도 했다. 사람들이 서로를 만날 수 없는 아쉬움을 선물로 달래기 시작한 것이다.

카카오톡에서 볼 수 있는 ‘카카오 선물하기’의 매출을 보면 놀랍다. 2020년 4분기 거래액은 전년대비 거래액이 52%나 증가했다고 한다. 덕분에 카카오 선물하기를 운영하는 카카오커머스의 2020년 거래액은 3조 정도로 급성장했다. 편의점도 이러한 선물시장에 뛰어들었다. 온라인으로 편의점의 상품을 선물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특별한 날 뿐 아니라 연중 선물이 이뤄지는 세상이 됐다. 선물세트를 판매하기 위해 더 이상 명절을 기다릴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농어민들도 이렇게 연중 개방된 선물 시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농축수산 선물을 연중 판매할 수 있을까? 몇가지 방법을 제시해본다.

첫째, 선물은 이제 남에게만 하는 것이 아니다. 최근 가장 빠르게 성장한 선물 시장은 나에게 하는 선물 시장이다. 꽃 선물시장과 전통주 선물시장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2020년 코로나로 인해 화훼시장은 많이 어려웠다. 그러나 그중 급성장한 시장도 있으니 ‘꾸까’와 같은 꽃 구독경제이다. 매월 일정금액을 지불하면 꽃을 2주나 4주 단위로 배송해준다. 이러한 꽃 구독경제의 상당 부분은 바로 나에게 주는 선물이다. 답답한 일상 속에서 사무실 혹은 집으로 배송된 꽃다발은 나에게 큰 선물이 되었기 때문이다. 

유사한 사례로 전통주 구독 서비스인 ‘술담화’도 지난해 12월 데이터를 보면 구독자 수가 전년대비 6배나 늘었다고 한다. 한 유명 식품 인플루언서가 이야기한 ‘나에게 주는 선물, 혼술(혼자서하는 술)’이란 문구가 바로 6배나 증가한 전통주 구독자를 잘 설명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둘째, 선물은 의미를 전달하는 행위라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소원해진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 찹쌀떡을 선물하려는 소비자가 있다고 하자. 그 제품의 포장에는 맛있고 품질 좋은 찹쌀떡이라고 쓰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우리의 관계를 찹쌀처럼 이어주는 찹쌀떡이라고 쓰는 것이 좋을까? 

상품의 품질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것만큼 상품의 의미를 소비자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품질임을 알리는 것만큼 선물에는 스토리를 알리는 것도 필요하다는 뜻이다. 다만, 내 제품에 관한 스토리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고객들의 관계를 이어줄 수 있는 스토리, 고객의 마음을 위로해줄 수 있는 스토리가 필요하다.

셋째, 선물의 금액은 5만원이 넘으면 일상 선물로는 부담스럽다. 단가를 낮추라는 의미가 아니다. 양을 적게 해서 선물 1개당 단가를 낮추어 자주 선물할 수 있도록 포장단위를 개발하는 것을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선물 시장은 오프라인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온라인 중심 시장이다. 카카오톡 등의 SNS에서는 이러한 선물을 쉽게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제공하고 있다. 배송도 굳이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기프티콘을 활용해서 기존 오프라인 업체와 연결하는 방법을 활용하면 된다.

곧 다가올 대보름에 필요한 각종 농식품, 3월의 화이트데이 선물로 사랑받는 꽃이나 딸기 등도 선물 시장으로 잘 활용해야겠다. 하지만 이제 그런 명절에만 매달리지 말자. 연중 판매 가능한 선물세트를 잘 개발해서 수익을 높일 수 있었으면 한다. 그렇게 코로나19로 인해 활성화된 선물 시장을 놓치지 말고, 우리 농어가가 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시장으로 잘 활용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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