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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불통행정’ 이제 그만

[한국농어민신문 이진우 기자]

‘이런 저런 문제로 피해가 발생했다→관련기관에 민원을 제기하면 문제가 없다는 답변이 나온다→그래서 청와대나 국민권익위에 민원도 냈다→민원이 해당 부처나 산하기관으로 이관되면 기존과 별반 다르지 않은 답변이 돌아온다→그래서 물어물어 전화를 했다. 이것 좀 해결해 달라’

농어업 전문지 기자인 까닭에 주로 현장에서 민원을 제기하시는 분들은 농어민들이다. 그리고 이들이 요구사항은 한결같이 ‘아무 곳에서도 신경을 써주지 않으니 멀더라도 좀 와서 우리 이야기를 들어보고 문제를 좀 해결해 달라’는 것이다.

‘최소한 넋두리라도 들어드려야 하지 않을까?’하고 찾아간 민원 현장에서는 한결같이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이 벌여져 있다. 기자로 활동을 시작한 게 20년 전인데, 그때나 지금이나 유사한 유형이 계속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돼 있는 자료조차 주지 않는 경우도 있었고, 관련기관에서 자료를 주지 않으니 민원인들은 공개되지 않는 것인 줄 알고 있는 경우도 많았다. ‘그건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돼 있는 자료예요’라고 알려드리면 돌아오는 민원인들의 말이 ‘그것도 공개가 되는 겁니까? 안된다고 하던데’였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한참동안 이야기를 듣는다. 자료도 내놓는다. 민원을 접수해 되받은 답변서가 대부분인데 그 내용으로는 민원인들이 제기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경우가 또 대부분이다. 결국 민원인들의 입에서는 ‘당신이 이것 좀 해결해 달라’는 말이 나온다. 

그 답답한 상황을 해결해 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그런 능력이 없다. 그래서 민원인들에게 이런 조언을 한다. ‘행정조직은 마련된 지침에 따라 움직인다’는 말과 함께 그래서 피해 증거를 남기라고. 예를 들면 ‘피해사실을 입증하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 놓으시고, 담당자와의 민원과 관련된 대화는 되도록 녹음을 해놓으시라고.’

특히 담당자의 이름과 소속, 소속부서의 장, 그리고 전화번호를 반드시 확인해 놓으시라고 조언한다. 틀림없이 그들도 명함이란 걸 가지고 다닐 텐데, 민원인들의 손에는 그 흔한 명함 한 장 쥐어져 있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받아 놓은 명함 없으세요?’라고 물으면 이런 식이다. ‘어디에서 나왔다고는 하던데, 명함을 안가지고 왔다고 하더라고.’ 이 정도는 애교스럽다. ‘이름을 물어도 답해주지 않고, 윗사람 이름은 더더욱 이야기 하지 않는다’ 이런 경우도 허다하다. 정책실명제가 도입된 게 언제인데 아직도 이렇다니 답답한 노릇이다.

큰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이 자주하는 말 중 하나. 바로 ‘농민의 자식, 어민의 자식’이다. 중앙부처와 지자체 고위공직자들도 선거판에 나서게 되면 같은 말을 꺼내는데 거리낌이 없다. 그런데, 왜 아직도 현장의 농어민들은 민원관련 해당기관의 담당자들 이름조차 몰라야 하고, 또 정해놓은 답변인양 같은 답을 들어야만 할까?

깊게 성찰하고 또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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