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식생활 교육 앞장서는 인천 석남중 ‘마을 장독대’

[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왼쪽부터) 박현경 인천서부교육지원청 학부모상담사, 오경미 석남중 교육복지사, 백남정 식생활교육인천네트워크 대표는 '마을 장독대' 교육 사업이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었던 비결로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높은 만족도'를 꼽았다.

지난해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인해 지역, 학교 등에서 이뤄지던 식생활 교육이 비대면 교육으로 전환됐다. 이론 중심의 일반 교육과 달리 식생활 교육은 실습과 체험 중심으로 이뤄져 비대면 교육으로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따랐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3년 째 안정적으로 식생활 교육을 이어가는 곳이 있었다. 인천시 서부교육지원청이 마련하고 인천 석남중학교와 식생활교육인천네트워크가 참여한 ‘마을 장독대’ 사업이다. 지난 3일 2021년 마을 장독대 운영을 위한 사전 협의회가 인천 석남중학교에서 열린 가운데 이곳을 직접 찾아가봤다.

개학하면 콩·메주로 장 담그고
여름 동안 장독대서 발효
겨울엔 장 떠서 집으로 가져가
된장찌개·비빔밥 등 만들기도

2019년에 처음 시작한 마을 장독대 사업은 올해로 3년 차를 맞았다. 이 교육은 손수 담가먹는 장은 물론 장독대조차 생소한 초·중학교 학생들이 콩과 메주로 간장, 된장, 고추장을 만들어보고, 장이 발효되는 과정을 통해 우리 전통 식문화를 학습하는 기회가 됐다. 특히 지난해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대면 교육이 이뤄지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을 장독대 사업은 교육 현장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학부모들로부터 인스턴트 음식에 길들여진 아이들의 입맛을 건강한 한식 밥상으로 바꾸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이에 힘입어 지자체 식생활 프로그램 공모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백남정 식생활교육인천네트워크 대표는 “여러 식생활 교육 활동을 하면서 고민했던 게 이번 마을 장독대 교육을 통해 결과물로 나타났다. 패스트푸드와 가공식품에 길들여진 아이들의 입맛을 한식으로 바꿀 수 있는 첫 번째 단추가 바로 ‘전통 장’을 만들어 먹는 것이었기 때문이다”며 “학부모와 학생들이 함께 만든 된장, 고추장이 학교 내에 있는 장독대에 담겨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아이들에겐 재미를 줬고, 가정에선 이를 이용한 된장찌개, 비빔밥 등의 음식을 만들어 먹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오경미 석남중 복지선생님은 “옛날엔 장이 필요할 때마다 항아리에서 떠왔던 기억이 있지만, 지금은 장이 작은 플라스틱에 담긴 식품으로 인식되는 게 늘 아쉬웠다”면서 “마을 장독대 교육은 아이들뿐 아니라 학부모에게 더 재미있고 신기한 경험이 됐다. 학교가 개학하는 3월이면 아이들과 함께 콩과 메주로 장을 담그고 여름 동안 장독대에서 발효를 시키고, 겨울에 장을 떠서 집으로 가져가는 1년 동안의 과정 전체가 우리 일상 속에서 지속가능한 식생활 교육이었다”고 설명했다. 오경미 선생님은 “학생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메주를 으깨고 된장과 간장으로 장을 가르는 과정을 통해 단순히 하나의 먹거리 이상의 보람을 느끼곤 했다”며 “직접 만든 장으로 쌈밥과 비빔밥을 만들어 먹는 걸 가장 즐거워했다”고 전했다.
 

2021년도 '마을 장독대' 운영을 위한 사전 협의회가 지난 3일 인천 석남중학교에서 열렸다. 코로나19 이후 학교급식이 중단된 만큼 학교와 가정에서의 식생활 교육은 더 중요해졌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교내 뿐 아니라 ‘마을단위 교육’
학생·학부모 호응에 사업 지속
비대면교육 발빠른 대응 한몫

하지만 시작부터 마을 장독대 사업이 순조로웠던 건 아니었다. 처음에는 학교 안에 그것도 옥상에 장독대를 두는 것조차 쉽게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경미 선생님은 “학교는 아이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다보니 깨지기 쉬운 장독대를 학교에 두는 것부터 걱정했다”면서 “게다가 식생활 교육에 참여하는 대상이 우리 학교 학생과 학부모뿐 아니라 다른 학교 학생과 학부모까지 포함하는 마을 규모의 교육이다 보니 운영하는 데 어려움도 컸다”고 덧붙였다.

지난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마을 장독대 사업도 큰 전환기를 맞았다. 100% 현장 교육으로 진행한 2019년과 달리 지난해는 동영상 교육과 장 만들기 체험 키트를 통해 각 가정에서 교육이 진행됐다. 그럼에도 마을 장독대 사업이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반응이 뜨거웠기 때문이다.

박현경 인천서부교육지원청 학부모상담사는 “만약 지난해 마을 장독대 사업이 비대면 교육이라는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다면 올해까지 사업이 지속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그만큼 장 만들기 교육이 학교와 가정에서 만족도가 높은 교육 사업이었고, 코로나로 건강과 발효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에 비대면 교육으로도 많은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학교급식이 중단된 만큼 가정과 아이들의 식생활 교육은 더 중요해졌다는 게 교육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맞벌이 가정의 경우 아이들이 집에서 혼자 밥을 챙겨 먹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학생들이 가공식품이나 패스트푸드로 끼니를 때우는 일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금란 석남중 학부모는 “장독대를 집집마다 두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웠고, 또 집에서 장을 담구겠다는 생각도 못했었다. 하지만 실제 아이들과 집에서 고추장을 만들어보니 생각보다 쉬웠고 가족이 함께 장을 만드는 과정이 재미있기도 했다”며 “코로나 이후 집에서 밥을 먹는 횟수가 늘었는데, 자연스럽게 직접 만든 장을 활용한 건강한 식습관을 실천하게 됐다”고 말했다.

주현주 기자 joo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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