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농해수위 여야 간사 인터뷰 <1>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농어민들의 현장 목소리들이 모이는 곳 중 하나가 국회다. 국회 17개 상임위원회 중 여야가 따로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는 농어업 분야 법안을 다루는 동시에 농정 당국을 견제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 농어민들의 기대와 관심이 끊이지 않는다. 국회가 올해 본격적인 활동을 앞둔 상황에서 농해수위 여야 간사 의원을 만나 농정 현실 진단과 함께 올해 활동 계획 등을 들어봤다.

한국농어민신문은 2021년 새해를 맞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여야 간사를 만나 농정 현실 진단과 올해 활동 계획 등을 들어본다. 첫 번째 순서는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인터뷰는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했다. 사진=김흥진 기자

인구·식량 위기 봉착했는데
정부는 경제논리만 앞세워
인구 분포에 따라 예산 배정
재정당국 논리 아주 위험해

농민이 있어야 농식품부 존재 불구
현장 농민 어려움 인식 못해
농업 분야 재난지원금 지급도
재정당국에 요구조차 안해 놀라


“인구와 식량, 이 두 가지 문제가 위기에 봉착해 있는데 정부는 경제 논리만 앞세우고 있습니다. 인구 분포에 따라 예산을 배정할 수밖에 없다는 재정당국의 논리는 아주 위험한 논리에요. 농업이 과연 경제 분야입니까?”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서삼석 더불어민주당(전남 영암·무안·신안) 의원은 정부가 경제 논리로 농업을 천대시하고 농업 정책 방향의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반문했다.

서삼석 의원은 “정부는 농업에 대해 말로만 ‘안보산업’, ‘생명산업’, ‘기간산업’이라는 미사여구만 번지르르하게 붙이고 있다. 경제 논리대로라면 농업 분야는 전부 없애야 하는 것이고, 식량은 죄다 수입하면 되는 것”이라며 “안보와 직결되는 국방예산은 중요하게 여기면서 ‘안보산업’이라고 하는 농업은 왜 그렇지 않은 것인가. 정부 정책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라고 일갈했다.

서 의원은 정책 결정권을 쥐고 있는 농림축산식품부 고위 관료들의 인식에서 원인을 찾았다. 경제 논리와 행정편의적인 사고에 기반한 정부의 농업 정책이 현장의 어려움을 제대로 보듬지 못하고 있다는 게 그의 생각.

서 의원은 “농어민이 있어야 농식품부와 해수부의 존재 이유가 있는 것이다. 농어민의 삶이 무너지고 있는데도 그것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정부 부처의 자격과 자질이 없는 것”이라면서, “농식품부 장관 등 관료들이 심각한 위기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농식품부가 농민들 편에 서 있지 않고 반농민적 마인드를 갖고 있는 것이 정책을 수립하는 데 가장 큰 문제다. 농정 당국의 인식이 이렇다보니 그 위에 있는 재정당국을 설득할 사람도 없는 것”이라며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상대로 농업 분야에 재난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놀랐던 부분은 농식품부와 해수부 등 부처에서 재정당국에 요구조차 안 했다는 것이다. 부처가 요구하지 않는데 재정당국이 줄 수가 있겠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 의원은 “심지어 껌 한 통도 가격이 있는데 농수산물은 가격이 정해져 있지 않다. 농민들은 칼날 위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심정이다. 희망이 있어야 오늘의 고달픈 하루를 인내할 수 있는 것인데, 농업은 그게 안 되고 있다”면서 “농산물 가격이 생산비 미만으로 하락할 경우 국가에서 지원해 주는 농산물 최저가격보장제를 도입하는 등 직접적인 소득안정 대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제 도입 내용을 담은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개정안을 지난해 발의한 바 있다.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제 등
직접적인 소득안정 대책 필요
일자리·자녀 교육 보장해주면
농촌 사람 도시로 안 떠날 것


지방 소멸 위기와 지역 균형 발전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서 의원은 21대 국회 개원 이후 자신의 1호 법안으로 ‘농어촌인구소멸위기지역 지원특별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인구소멸위기지역 지원을 위한 국가 차원의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대통령 직속의 ‘인구소멸위기지역 지원위원회’를 신설하는 것이 골자다. 국회에 입성하기 전 무안군수를 3선이나 지낸 경험도 한 축이 됐다.

서 의원은 “말은 지방 분권, 균형 발전이라고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으로 토대는 마련했는데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며 “출생이 적어지고 사망률이 높아지면서 인구가 소멸되는 부분은 과학적으로 예측이 가능한 부분인데, 정부가 이런 위기에 대한 인식이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 ‘이 정부가 아니면 다음 정부가 하겠지’하는 생각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 발생 지역의 80% 이상이 수도권, 대도시 인구 밀집지역이다.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밀집·밀접·밀폐, 이 ‘3밀’을 완화해야 하는데, 지역균형을 발전시키고 농어업·농어촌을 살려주면 되는 것”이라면서 “농민들이 도시로 가는 이유는 소득 보장이 안 돼서 일자리를 찾아서 간다. 또 자녀들 교육 때문이다. 이 두 가지를 보장해주면 농촌으로 다시 내려온다는 보장은 없지만 적어도 농촌에 있는 사람들은 도시로 가지 않을 것 아니냐. 하지만 하지 않는다. 경제 논리를 들이대니까 안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당에서 추진 중인 영농형 태양광발전 추진에 대해서도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서 의원은 “신재생에너지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면서도, “다만 이해관계자와 당사자가 함께 하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추진돼야 한다. 마을 단위, 그리고 주민들이 참여하고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원칙”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가와 업체(대기업)만 좋은 일이 아니라 농어민들에게 실질적인 이익이 되고 환경이 살아나는 효과를 낸다면 어느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농어민들과 공유하고 설득해 나가야 한다”라면서 “농업진흥지역에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하기 위해 농지 규제를 완화하고 법을 바꾼다는 것은 국민적 합의가 안 된 부분 같으니 시기적으로 좀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언론의 역할에 대해서도 주문을 했다. 그는 “설 대목에 소비자들이 장을 보면서 ‘양파가 올랐네, 시금치 가격이 왜 이렇게 비싸냐’는 식의 농산물 가격 폭등 기사에서 그 주범이 마치 농민인 것처럼 오인하게 보도하고 있는데, 사실 농산물은 하우스에서 재배하는 물량이 일부 있지만 대부분 한 철”이라며 “양파 생산은 작년 6월에 이뤄졌고, 소비자들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다 유통업자들의 것이다. 근데 왜 농민이 비난을 받아야 하는 것인가. 이런 보도는 자제해 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서 의원은 “코로나19와 자연재해로 농어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 마음이 무겁다”면서, 올해 의정활동 계획에 대해 “코로나19로 인해 국가안보 차원의 핵심 농정 과제로 제기되는 식량자급률 제고를 위한 대책, 태풍과 폭우 등 자연재해로 농산물과 수산물의 생산 감소 피해에 대한 보상 대책, 농어업인의 최소한의 생존권적 기반 마련을 위한 보험제도 확충, 열악한 섬 지역 주민들의 교통 편의성 확보를 위해 여객선 공영제 도입 등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김선아·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주요 경력
1958년생, 전남대학교 대학원 NGO학 박사
20·21대 국회의원
(전) 전남 무안군수(3선)
(전) 더불어민주당 해양수산특별위원장, 원내부대표, 전남도당위원장
(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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